언제든지 쓸 준비가 되어 있고 찍을 준비가 되어 있다
언제든지 쓸 준비가 되어 있다. 강연이나 공부모임에 가면 반드시 필기를 한다. 마치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노트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해서 쌓이고 쌓인 것이 십여권 된다.
기록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기록한다. 업무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업무노트도 수십권 된다. 신입사원시절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기록하고 있다. 해외여행 가서도 기록한다. 가이드가 말하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나중에 후기 쓰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번 듣고 흘려 버린다면 너무 아깝다. 강연을 듣기 위해서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시간과 돈과 정력이 낭비된다. 단지 듣는 것으로 그친다면 손실이 너무 크다. 본전은 뽑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요점을 메모해 놓아야 한다.
메모로 그쳐서는 안된다. 후기를 작성하는 것이다. 메모한 것을 바탕으로 기억을 떠 올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급적 정신이 맑을 때 글을 쓴다. 이른 아침이 글쓰기 좋은 시간이다.
강연이나 법문 등을 듣고 후기를 남긴다. 그러나 쓸 것이 없는 경우도 있다. 받아 적을 것이 없는 것이다. 신변이야기나 하고 시사이야기 하는 것으로 때웠을 때 받아 적을 것이 없다. 허탕 치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경전 문구를 인용한 강연이다. 그러나 경전을 인용하여 이야기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사실 건질 것은 경전에 있는 가르침이다. 방대한 빠일리니까야 한구절만이라도 말한다면 훌륭한 강연이 되고 훌륭한 법문이 될 것이라고 본다.
부처님은 가르침을 설할 때 잘 새겨들으라고 했다. 그래서 청법자의 조건 중의 하나가 ‘귀를 기울여 가르침을 듣는 것(ohitasoto ca dhammaṃ suṇāti)’라고 했다. 여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부처님은 ‘들은 가르침을 기억하는 것(sutvā ca dhammaṃ dhāreti)’이라고 했다.
가르침을 기억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부처님은 ‘기억한 가르침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dhatānañca dhammānaṃ atthaṃ upaparikkhati)’이라고 했다. 잘 듣고, 잘 기억하고, 의미를 찾아 보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부처님은 ‘의미를 알아 가르침을 여법하게 실천하는 것(atthamaññāya dhammamaññāya dhammānudhammapaṭipanna)’라고 했다. 결국 실천이다. 부처님은 가르침을 듣고 실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법을 설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강사가 말한 것을 잘 귀담아 들어야 한다. 단지 듣는 것으로 그친다면 시간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힘들게 시간과 돈과 정력을 낭비해 가며 들으러 갈 필요가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집에서 쉬는 것이 낫다. 들으러 갔거든 기억을 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본전 뽑는 것이다.
“뿐니야여, 수행승이 1)믿음을 갖추었고, 2)찾아와서, 3)가까이 앉아, 4)질문하고, 5)귀를 기울여 가르침을 듣고, 6)가르침을 기억하고, 7)기억한 가르침의 의미를 탐구하더라도, 8)의미를 알고 원리를 알아 가르침을 여법하게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 때까지 여래가 가르침을 설하지 않는다.”(A8.82)
언제든지 찍을 준비가 되어 있다. 일단 찍고 보는 것이다. 지나가다 장면이 포착되면 본능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낸다. 한번 지나가버리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순간포착되면 찍고 보는 것이다.
언제든지 쓸 준비가 되어 있고 언제든지 찍을 준비가 되어 있다. 하루 일과 중에 반은 글쓰기로 보낸다. 물론 법문도 아니고 논문도 아닌 인터넷생활잡문이다. 이런 것도 집착에 해당되는 것일까?
어떤 것이든지 하는 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훌륭한 일이 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집착처럼 보일지라도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마치 청소부가 이 세상을 깨끗이 쓰는 것처럼.
2019-08-05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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