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아베, 이번에 제대로 걸렸다

담마다사 이병욱 2019. 8. 6. 16:09

 

아베, 이번에 제대로 걸렸다

 

 

어제 참담한 뉴스를 보았다. 엄마부대 대표는 아베 수상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대신해서 사과한다는 것이다. 또 어느 교회목사는 우리가 이정도로 먹고 살게 된 것은 일본 때문이라고 했다. 일제 강점기 때 철도를 놓아 주고 공장을 만드는 등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 대하여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제 저녁 MBC 메인 뉴스에서 본 것이다.

 

정부가 일본에 대하여 일전불사하듯이 대응하는 것에 대하여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로 보수기득권층이다. 어느 유명한 경제평론가는 자신의 이름을 딴 유튜브TV에서 일본을 화나게 하는 것에 대하여 매우 염려했다. 그래서 1965년 한일협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일본에 대하여 무릎 꿇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백색테러를 가하고 있다.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라고 하여 좋은 의미에서 특혜 등을 주었으나 이를 철회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핵심 소재를 꼭 집어서 발표한 것이다. 백주 대낮에 테러하는 것이나 같다. 약점을 잡아서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베는 반도체 공정에 있어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정확하게 캐치했다. 이를 정치적인 문제와 연계하여 경제적 테러를 가한 것이다. 매우 비열하고 치사한 행위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아베의 술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좀처럼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식당을 가도 가던 곳으로 간다. 길도 가던 길로만 간다. 이른바 관성이 작용하는 것이다. 이런 관성의 법칙은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개발품도 그렇다.

 

학교를 졸업하고 80년대 중후반부터 개발부서에서 일했다. 전자상품을 개발하는 곳이다. 셋톱박스를 개발했는데 하드웨어 설계를 담당했다. 회로설계에서부터 인쇄회로기판 설계 등 개발부터 양산까지 담당했다. 그런데 엔지니어들에게 하나의 고집이 있다. 그것은 여간해서는 부품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술자들은 아무리 싸고 질 좋은 대체 부품을 소개 받아도 쉽게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 이대로가 좋은 것이다.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 바꾸어서 문제가 되면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도 이유가 된다. 나쁘게 말하면 귀찮아서바꾸지 않은 이유도 있다.

 

부품을 바꾸면 모든 것을 다시 해야 한다. 시제품을 만들어서 테스트 해야 하고, 이어서 엔지니어링샘플단계(ES)를 거치고, 또 이어서 파이롯트 생산 단계(PP)를 거쳐야 한다. 각 과정마다 품질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시연회를 하여 품질에 이상이 없어야 생산라인에 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품수급이나 부품품질에 문제가 발생하면 상황이 다르다. 그제서야 부랴부랴 검토에 들어가게 된다. 이번 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반도체는 수십가지 공정이 있다. 크게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눌 수 있다. 문제는 전공정이다. 특수한 소재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번에 아베가 꼭 집어 규제한 것 중에 핵심은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라는 소재이다. 모두 일본에서 수입하는 핵심소재부품이다. 아베는 이들 부품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을 견재하고자 하는 속셈도 있지만 대단히 야비한 행위이다. 그래서 테러하는 것과 같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재가 일본 것만 있는 것일까?

 

반도체 전문가에 따르면 대체할 소재부품은 있다. 미국, 독일 등에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국산도 있고 중국제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이제까지 일본 것만 사용했을까? 그것은 산업종사자들이 안이하게대처한 이유도 있다. 공정이 잘 흐르고 있는데 굳이 바꿀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일본 소재부품 공급이 중단 되었으니 대체품을 찾아야 한다. 바꾸기 싫어도 바꾸어야만 하는 상황에 온 것이다. 대체품이 있기 때문에 대체하면 그만이다. 설령 대체품이 없어도 개발하면 된다. 어떻게 보면 이번 사태로 인하여 일본 의존에서 벗어날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반도체 전문가는 아베가 고맙다라고 했다. 이번 기회에 기술자립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30년전의 한국이 아니다. 80년대 한국은 일본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기술후진국이었다. 반도체 산업도 막 태동하던 무렵이었다. 그때 당시 일본 것을 베끼기에 바빴다. 이른바 데드카피(Dead Copy)’라고 하여 엎어 놓고 베끼던 시기였다.

 

80년대에는 일본 전자산업의 황금기였다. 도시바, 후지쯔, NEC, 마츠시타, 소니, 샤프 등 기라성 같은 전자회사들이 반도체를 생산했다. 민수용 반도체의 경우 각 회사마다 엄청난 두께를 가진 IC데이터북을 만들었다. 모두 일본어로 되어 있었다. 이는 일본의 자만이라고 본다. 데이터북을 보려거든 일본어를 배워야 함을 말한다. 영어로 된 데이터북이 없어서 일본어를 배워야 했다.

 

회사에서는 신입사원들에게 일본어 교육을 시켰다. 일본어를 알아야 IC데이터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30여년이 흐른 현재 그때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그때 당시 이름을 떨쳤던 가전회사나 반도체 회사들은 문을 닫거나 매각되었다. 그 대신 태동기에 머물던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세계적인 산업이 되었다.

 




아베가 테러를 가한 것은 한국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시 못할 상대가 되자 이쯤에서 눌러 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하여 바꾸지 않고 개선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 것이다. 그리고 대체품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번 기회에 수입선을 다변화 하고 소재부품을 개발하여 적용한다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사람들이 스스로 개혁할 수 없는 일을 아베가 해 주게 한 것이다. 그래서 아베가 고맙다고 한 것이다.

 

한국은 보수기득권층이 염려하는 삼사십년전의 그런 한국이 아니다. 아직도 기술격차가 있기는 하지만 종속상태는 아니다. 어느 면에서는 대등한 것도 있고 앞서간 것도 있다. 이제 한국은 일본 없이도 자립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지게 되었다. 아베는 반도체 소재부품으로 목을 조르려고 했지만 일제불매운동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한국인들은 불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한번 불이 붙으면 확 번진다. 아이엠에프(IMF)때는 전국민들이 금모으기 하여 극복했다. 인터넷과 정보통신은 단기간에 세계최고 수준이 되었다. 2002년 월드컵 때는 길거리 응원으로 단결을 과시했다. 2017년 광화문 촛불 때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을 무너뜨렸다. 아베, 이번에 제대로 걸렸다.

 

 

2019-08-0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