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역사는 흐른다, 11.2 여의도촛불문화제

담마다사 이병욱 2019. 11. 3. 10:08


역사는 흐른다, 11.2 여의도촛불문화제

 

 

매주 토요일 저녁이 되면 향하는 곳이 있다.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곳이다. 이제는 여의도로 향한다. 서초동에서 여의도로 바뀐 것이다. 더 이전에는 2016년 광화문이었다. 더 오래 전에는 2014년 세월호촛불이었고, 2013년 국정원댓글관련 촛불이었다. 이번 촛불이 광화문이전과 다른 것은 친정부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놓고 간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현정부의 정책에 대하여 힘을 실어 주고 있다.

 

11.2 여의도촛불문화제를 앞두고

 

 

11.2 여의도촛불문화제를 앞두고 다음과 같은 글을 단체카톡방에 남겼다.

 

 

여의도에 가면 사람들이 있다.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다. 예로부터 유유상종이라고 했다. 탁월한 사람들은 탁월한 사람들끼리, 저열한 사람들은 저열한 사람들끼리 어울린다. 각자 성향대로 어울린다. 여의도에 가면 정의로운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몇천명, 몇만명이 아니라 수십만명이 있다.

 

여의도에 가면 남녀노소가 따로없다. 빈부귀천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정의로운 세상, 공정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옛날에는 여의도광장이라고 했다. 지금은 여의대로라고 한다. 대로에 사람들이 모였다. 모여서 힘차게 외친다. 한편에서 "공수처를!"라고 외치면 다른 한편에서는 "설치하라!"라고 외친다. 드넓은 여의도를 행진할 때 촛불은 정의로운 강물이 되었다.

 

비법이 판치는 세상이다. 정의는 실종되어 가고 있다. 탐욕과 분노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힘 있는 자들은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종교인이 정치를 하려하고 있다. 정치인인지 종교인인지 구별 안되는 사림도 있다. 이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 어떻게 이룩한 나라인데! 광신자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 국민들은 현명하다. 여의도촛불이 이들을 제압할 것이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농부는 때가 되면 씨를 뿌리고 수확한다. 계절은 어김없이 바뀐다. 해와 달의 운행은 규칙적이다. 해와 달이 괘도를 이탈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도자의 생각에 따라 국민의 삶도 달라진다. 지도자가 탐욕적이면 부패하기 쉽다. 지도자가 분노하면 전쟁 날 수 있다. 어리석은 지도자가 출현하면 국민들 삶은 고달파 진다. , , 치로 가득한 지도자가 출현하면 해와 달이 괘도를 벗어난 것과 같다. 기차가 탈선한 것과 같다. 국민이 바로 잡아야 한다. 국민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국민이 주인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국민이기는 정부 없다. 이 세상에 국민이기는 권력자 없다. 세계사적으로 보았을 때 민중의 힘으로 세상이 바뀌었다. 가까이는 2016년 광화문촛불이 그랬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촛불을 들었다. 촛불을 들면 정의가 강물처럼 흐른다. 광화문에서 그랬고 서초동에서 그랬다. 지금은 여의도이다.

 

지금은 국민주권시대이다. 옛날 왕조시대처럼 종이나 노예로 살던 때가 아니다. 등 따습고 배만 부르게 해주면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지 문제 될 것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어느 민족이 지배해도 오케이(OK)일 것이다. 뙈놈이든, 왜놈이든, 양키이든 등따습고 배부르게만 해 준다면 기꺼이 세금 낼 것이다. 지금은 국민주권시대이다. 종으로 노예로 사는 시대가 아니다.

 

나는 오늘도 여의도로 간다. 머리수 보태주러 간다. 갈수록 추워지는 날씨에 옷 단단히 입고 전철과 지하철을 탈 것이다. 거기에 가면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강물처럼 많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외침 그대로 반드시 실현 될 것이다. 비법이 득세하는 세상이다. 여법하지 못한 삶보다 여법한 죽음이 낫다고 했다. 정의로운 세상 공정한 세상을 꿈꾼다. 선거날 투표장으로 향하듯이, 나는 오늘도 여의도로 건다.”

 

 

위와 같이 촛불문화제에 임하는 각오를 이른 아침에 남겼다.

 

촛불문화제에 가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반드시 기록으로 남겼다. 사진과 동영상을 곁들여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역사의 기록이 된 듯하다. 귀중한 시간 내어서 참여했는데 그냥 보낼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서초동과 여의도 촛불도 마찬가지이다. 훗날 열어 보면 , 그때 이런 일이 있었지!”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 레논벽을 만듭시다!”

 

2019112일 저녁 여의도역에 내렸다. 지하철 1호선 신길역에서 환승하여 한정거장 거리에 있다. 여의도공원 옆을 따라 가는 여의대로에서 촛불이 열리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의도역에는 포스트잇이 잔뜩 붙어 있다.

 




촛불문화제를 안내하는 봉사자는 검찰개혁 레논벽을 만듭시다!”라며 참여를 권유했다. 남녀노소 사람들은 무언가 열심히 쓰고 있다. 심지어 외국인도 참여하고 있다. 어떤 내용일까? 가장 많은 것이 검찰개혁 공수처를 설치하라라는 말이다. ‘내가 조국이다. 이것이 나라냐라는 글도 있다. ‘될 때까지 검찰개혁등 대부분 검찰개혁에 대한 것이다.

 




레논벽(Lennon Wall)은 요즘 뜨는 신조어이다. 이럴 때는 인터넷검색을 해 보아야 한다. 검색해 보니 나무위키에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의 이름에서 따온 벽. 민주화 운동을 하는 곳에 생겨난 벽으로, 체코 프라하와 홍콩 애드미럴티에 두 군데 있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레논벽이 민주화 운동의 상징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 홍콩민주화와 관련된 레논벽이 잘 알려져 있다. 마치 작은 대자보처럼 자신의 의사를 짤막하게 표현한 것이다.

 




한국에도 레논벽이 등장했다는 것은 아직도 한국이 민주화가 덜 되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니 민주화는 어느 정도 되었지만 적폐청산이 덜 이루어진 것이다. 대표적으로 검찰개혁을 들 수 있다. 민선 대통령보다 힘이 더 세 보이는 검찰권력 앞에 사람들은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제도개혁을 이루려는 열망이 담긴 것이라 볼 수 있다.

 

수많은 포장마차와 노점상을 보았는데

 

여의도역에서 여의대교 가는 길에 수많은 포장마차를 볼 수 있었다. 오뎅, 꼬치구이, 군밤 등 각종 먹거리를 팔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서초동촛불에서는 볼 수 없었다. 아마도 공원을 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노점도 많이 보였다. 엘이디(LED)촛불을 파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예전에는 주최측에서 무상으로 나누어 주었으나 요즘에는 각자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다. 다음 촛불 때 가져오는 것이다. 엘이디촛불만 그런 것이 아니다. 방석도 가져오고 심지어 피켓도 가져 온다.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위문화가 성숙되었음을 말한다. 그리고 시위문화가 정착되었음을 말한다.

 

입구에 다다르자 어느 노점상은 티를 팔고 있었다. 노점상은 조국사랑 검찰개혁 티 팝니다.”라고 외친다. 이른바 조국티를 말한다. 조국과 조국일가가 받는 고통에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판매전략을 보이고 있다.

 




뜨거운 커피만큼이나 따뜻한 인정이  

 

여의대로에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그렇다고 대로를 모두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열개 차로 중에 네개는 개통해 놓았다. 여섯개 차로에 사람들로 가득한데 여의대로 1.5키로를 대부분 채웠다. 특별히 홍보한 것이 없음에도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이는 에스엔에스 힘일 것이다. 방송이나 신문에서는 전혀 보도되지 않지만 사람들은 에스엔에스를 통하여 다 알 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때가 되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촛불현장에 가면 훈훈한 장면이 많다. 날씨는 쌀쌀하지만 분위기가 따뜻한 것이다. 그것은 자원봉사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켠에서 커피드세요!”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료로 봉지커피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줄을 섰다. 어쩌면 사람들은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뜨거운 커피만큼이나 따뜻한 인정이 있기 때문이다.

 

 



초고층빌딩과 군중


 

여의대로 남쪽에 자리 잡았다. 무대가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다. 남쪽의 경우 다 차지 않았다. 약 백오십미터 가량 비어 있다. 북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여의대로 1.5키로 중에 1.2키로 가량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고 볼 수 있다.

 

 



여의대로는 서초대로 못지 않게 화려 하다. 초고층 빌딩을 보면 서초대로를 압도한다. 마치 마천루처럼 하늘로 치솟은 거의 오십층 이상 되어 보이는 빌딩과 군중들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아마도 여의대로가 생겨난 이래 이런 일은 처음일 것이다. 이럴 때 아니면 여의도에 올 일 없다.

 




조국을 국회의원 만들어 법사위로

 

사람들은 질서정연하고 차분했다. 사회를 보는 사람도 흥분하지 않고 유머와 위트로 능숙하게 행사를 이끌어 가고 있다. 여러 연사가 출연했다. 전국회의원 최민희를 소개할 때는 국민누나라고 했다. 최민희가 왜 국민누나가 되었을까? 그것은 유튜브채널에서 맹활약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국민누나 최민희는 누구보다도 조국과 조국일가가 겪고 있는 아픔에 대하여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이날 최민희는 조국일가 3대가 탈탈 털리고 있다고 말했다. 곧 조국의 어머니가 소환될 것이고 조국의 자녀까지 소환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조국도 소환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조국일가가 탈탈 털리고 소환되고 구속되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분개했다. 그래서 내년 4월 총선에서 조국에게 출마를 권유하자고 했다. 조국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법사위에서 활동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국민오빠 이승환과 함께 부른 세월이 가면

 

국민누나가 있다면 국민오빠도 있다. 가수 이승환을 말한다. 가수 이승환은 촛불시위현장에서 볼 수 있는 언더그라운드 가수이다. 2013년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촛불문화제 현장에서 종종 보았다. 촛불문화제가 있을 때 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이승환에 대하여 사회자는 국민오빠라는 칭호를 붙여 주었다.

 

이날 오후 7시 반부터 8시까지 약 30분동안 이승환의 무대였다. 대로를 가득 매운 사람들은 노래 소리에 환호했다. 노래에 관심이 없어서 그다지 아는 노래가 없다. 그런데 가창력은 매우 뛰어난 것 같다. 라이브로 부르는 노래를 들으니 청아한 목소리가 매우 호소력 있다.

 

국민오빠 이승환은 30분 동안 열창했다. 노래가 다 끝났음에도 사람들은 앵콜, 앵콜!”하며 한곡 더 불러 달라고 했다. 시간에 쫓겨 행진을 해야 함에도 앵콜송을 불렀다. 이번에는 아는 노래가 나왔다. 사람들은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라며 떼창 했다. 가수와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이승환의 세월이 가면이라는 노래를 가수와 사람들이 합창했다.

 




거대한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행진이 시작되었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서쪽 여의도를 한바퀴 도는 것이다. 마포대교 남단에 이르면 약간 경사져 있다. 경사진 곳에서 바라보니 행렬이 끝이 없다. 마치 거대한 강물이 흐르는 것 같다.

 




사람들은 여의서로로 해서 서강대교 남단에서 국회대로까지 행진했다. 사람들이 행진하면서 공수처를 설치하라라고 외쳤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이 공수처를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수처를 설치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시작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검찰개혁으로 끝나서는 안될 것이다. 언론개혁도 있고 종교개혁도 있다. 모두 국민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다.

 

이번에 국민들이 국민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도 하지 못하는 것을 국민이 해 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전철을 타고 귀가 길에 단체카톡방에 이런 글을 남겼다.

 

 

귀가 중에 있습니다. 마치 봉사활동한 것 같습니다. 봉사활동 하고 난 다음 귀가하면 뿌듯하고 잔잔한 행복을 느낍니다. 평화시위에 동참한 것도 일종의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주도 지난주 못지 않게 모였습니다. 대체적으로 차분했습니다.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는 듯합니다.

 

흔히 백명 모이면 여론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재가불교활동하면서 백명 모이기가 무척 힘듭니다. 적폐청산운동 할 때 보신각에서 천명 모인 것이 최대치였습니다. 이번 여의도촛불은 여의도대로 1.5키로 대부분 채운 것 같습니다. 여론 형성을 너머 이제 흐름을 형성한 것 같습니다. 그것은 '시대의 흐름'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거센물결'입니다.

 

시대의 흐름은 누구도 저지하지 못합니다. 반대편에서 흐름에 저항하지만 결국 거센물결에 떠 밀려 가고 말 것입니다. 오늘 거대한 흐름을 보니 바라는대로 될 것 같습니다. 마음속으로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번 11.2 여의도촛불에서 희망을 보았다. 그것은 마음 한켠에서 생겨난 확신이다. 이대로 죽 가면 바라는 것이 이루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 것이다. 아마 촛불에 참여한 사람들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촛불시위가 촛불축제가 된 것 같다. 사람들은 즐기듯이 참여한 것이다. 그래서 촛불문화제라 했을 것이다.

 

역사는 흐른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번 촛불은 2013년 국정원댓글촛불문화제와 2014년 세월호촛불문화제와 다른 것이다. 이전 촛불문화제는 보수정권시절에 열린 것이다. 그래서일까 참여율도 적었다. 고작 시청광장 채울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때 참으로 답답했다.

 

아무리 외쳐도 그날은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2016년 광화문촛불을 거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올해 서초동과 여의도에서는 대로를 가득 매웠다. 이는 다름아닌 거대한 흐름이다. 그것도 거센물결이다.

 


어느 누구도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 없다. 어느 누구도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 역사의 흐름을 막고자 저항해 보지만 역사의 거센흐름에 떠 밀려 가고 말 것이다. 역사는 흐른다.

 

 

2019-11-0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