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명상도 상품화되는 시대인가? 2019 서울국제박람회

담마다사 이병욱 2019. 11. 20. 16:40

 

명상도 상품화되는 시대인가? 2019 서울국제박람회

 

 

매년 3월이 되면 가는 곳이 있다. 그곳은 학여울역 세텍에서 열리는 불교박람회장이다. 벌써 10년은 넘은 것 같다. 초창기 때부터 다녔다. 거의 매년 다녔는데 다녀올 때 마다 후기를 남겼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박람회를 알리는 공지가 뜨지 않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제행무상이라고 하는데 불교박람회도 수명을 다 한 것일까? 그러나 잘못 알고 있었다. 불교박람회는 11월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불자들에게 최고 명절은

 

불자들에게 있어서 최고 명절은 무엇일까? 단연 부처님오신날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불자들은 사월초파일이 다가오면 가슴이 설레인다. 일년 중에 가장 좋은 날씨인 오월에 열리는 초파일날 행사는 축복일과 같은 것이다. 더구나 초파일 행사를 앞두고 보통 일주일전에 열리는 연등축제가 있다. 불자들은 연등축제를 통하여 불교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는다. 그런데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은 불교박람회이다.

 

부처님오신날과 불교박람회는 불교인들에게 두 가지 큰 축제나 다름없다. 부처님오신날과 연등축제가 전통적인 축제라면, 불교박람회는 새로 생겨난 현대판 불교축제와 같다. 그것도 나흘간 열리는 대규모 축제이다. 박람회가 생겨난지 10년이 넘었는데 이제 글로벌화 되었다. 그래서 명칭도 서울국제불교박람회로 바뀌었다.

 




부탁을 하나 받았는데

 

2019년 서울국제박람회에서는 어떤 작품이 출품되었을까? 매년 관람하고 있는 입장에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십년 이상 관람하다 보니 이제 어느 정도 흐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규모도 엄청나게 커졌다.

 

박람회는 크게 세 개의 관으로 나누어 열린다. A관은 주로 불교용품에 대한 것이고, B관은 불교예술에 대한 것이고, C관은 불교생활에 대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관심있게 보는 것은 B관에 있는 불교예술에 대한 것이다.

 

20191117일 일요일 오후 세텍박람회장으로 향했다. 출발하기 전에 전화를 한통화 받았다. 전남 광주에 사는 문선우선생에게서 온 것이다. 문선생은 카탈로그를 부탁했다. 매년 박람회에 참석하는데 갑자기 이번에는 비 때문에 못가게 되었다고 한다. 아직 추수가 끝나지 않은 논을 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람회가 열리면 멀리서 일부러 참관하는데, 이는 불교용품과 관련된 일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 개의 관을 꼼꼼히 살펴 보려면 사흘은 잡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불교문화와 관련된 B관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조각, 회화 등 주로 불교예술과 관련된 전시관이다. 그래서일까 다른 관과 비교하여 차분한 분위기이다. 작품을 전시한 작가들이 직접 작품을 설명해 준다. 카탈로그와 명함이 있어서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예술가의 자존심

 

수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올해의 경우 놋쇠나 은으로 만든 조형물이 많다. 은으로 만든 목걸이와 팔찌도 있다. 그 중에서 놋쇠로 만든 연꽃문양을 보았다. 연꽃문양으로 된 놋쇠작품은 반영구적이다. 작가에게 물어보니 거푸집을 이용하여 만든 것이라고 했다.

 



 

거푸집은 일종의 금형 같은 것이다. 대량생산하기 위하여 찍어 내는 형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작가에 따르면 오로지 한작품을 만든다고 했다. 대량으로 생산하면 작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술작품에 대한 작가의 고집을 보는 것 같았다.

 

가성비가 맞지 않아서

 

박람회장에 가면 사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엘이디(LED)로 만든 촛불이다. 엘이디로된 등잔도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다니다 보니 한지로 만든 엘이디등도 있었다. 이런 등은 올해 처음 보는 것이다. 마치 장엄등을 보는 것 같다. 한지에 은은하게 비치는 창호불빛이 환상적이다. 이를 개인용 인등이라고 이름 붙여 놓았는데 가격은 5만원이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가성비가 맞지 않는 것 같아 구매를 포기했다.

 




도정스님과 그 일행을 만나고

 

박람회장에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난다. 도정스님과 그 일행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도정스님은 작년과 재작년 조계종적폐청산운동을 함께 했었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데 행사가 있으면 비행기 타고 서울에 온다. 재가불자들과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스님이라고 볼 수 있다.

 

(도정스님)


 

또 한분의 스님을 만났다. 종단에서 오랫동안 소임을 맡았던 스님이다. 적폐청산운동할 때 반대편에 섰던 스님이다. 스님을 설득하기 위하여 총무원을 찾아 간 적도 있다. 지금은 소임을 맡지 않고 지방 교구본사에서 살고 있다. 비록 반대편에 선 스님이긴 하지만 서로 통한 것이 있다. 그것은 글이다. 스님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책까지 내었다. 방문했을 때 선물로 준 책이 있다. 박람회장에서 다시 만나니 구면이 된 것 같아서 반갑게 서로 인사했다.

 

숙면에 좋은 침향잎차

 

반나절에 넓은 박람회장을 다 돌아다니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그럼에도 가급적 빠지지 않고 다 돌아보고자 했다. 카탈로그와 명함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피로감을 느낀다. 이럴 때 차를 마시면 좋다. 전시관 어디에서나 무료로 제공하는 차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A전시관에 있는 침향잎차부스도 그런 곳 중의 하나이다.

 

 



 

침향잎차는 어떤 것일까? 주인에 따르면 베트남산이라고 했다. 박람회장에는 수 많은 종류의 차가 있는데 이런 침향잎차는 처음이다. 맛을 보았다. 보이차 맛과도 비슷하지만 더 깊은 맛이 난다.

 

침향잎차는 무엇보다 향기가 좋다. 주인에 따르면 숙면하기에 좋은 차라고 했다. 대부분의 차가 커피처럼 카페인성분이 들어 있는데 침향잎차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고 했다.

 

침향잎차는 침향나무에서 추출된 것이다. 재배지역은 베트남, 태국, 라오스와 같은 동남아국가이다. 카탈로그에 소개된 것을 보니 불면증개선, 기억력향상, 소화력도움 등 여덟 가지가 소개되어 있다. 불면증개선이라는 말에 이끌려서 그자리에서 구매했다. 한팩에 침향잎차 봉지가 8개들어 있는데 3만원이다.

 

명상도 상품화되는 시대인가?

 

이번 불교박람회의 특징 중의 하나는 명상코너가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만다라그리기명상과 명상음악듣기를 들 수 있다. 만다라명상의 경우 자신이 소리를 내면서 만다라를 그리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내소리 만다라 치유라고 했다. 내면에서 나오는 소리로 그림을 그리는데 이를 통하여 자아성찰의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또 하나의 명상코너가 있다. 그것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명상이다. 스마트폰에 명상앱을 다운하면 명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시연장에서 편안한 자세로 앉아 보았다. 헤드폰으로 들은 것은 일종의 유도명상에 대한 것이다. 선원에서 좌선할 때 법사가 유도명상 해주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요즘은 명상도 상품화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여 누구나 명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명상보조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일종의 릴렉스명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소리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아 사마타명상 범주에 들어 갈수도 있을 것이다. 놀라운 것은 명상도 상품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진행요원의 설명에 따르면 매달 4,500원만 내면 명상체험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음악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로

 

일요일 오후 잠시 시간 내서 반나절 둘러보았다. 주마간산격으로 본 것이지만 어떤 흐름은 감지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박람회 트렌드도 변한다는 것이다. 매년 빠지지 않는 것은 차와 관련된 것들이지만 이번 박람회에서는 시대의 추세를 따라 가서일까 명상관련 상품들이 등장했다. 그것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명상기법은 획기적인 것이다.

 

박람회장에는 볼 거리가 많다. 밖에 나가면 먹거리장터도 있다. 점심식사도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먹거리장터에 가면 갖가지 친환경 무공해 청정식품을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스님들이 부스에 서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한국불교에서는 스님들이 부업으로 사찰음식 하는 것에 대하여 관대한 것 같다. 그러나 불자들이 보기에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스님들은 오로지 수행과 포교에만 전념하는 것이 더 좋아 보이는 것이다.

 

박람회장에서 본 것에 대하여 사진으로 담았다. 약 백장 가까이 되는 사진을 이용하여 유사동영상을 만들었다. 음악은 이미우이의 경쾌한 닐라간타다라니를 배경음악으로 집어 넣었다. 640여초 분량으로 사이즈는 50메가이다. 이를 ‘2019 서울국제불교박람회라는 제목으로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ccs4TPxaNr8&feature=youtu.be )에 올렸다.

 

 

2019-11-2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