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조용히 살고 싶다는데

담마다사 이병욱 2019. 11. 21. 12:33

조용히 살고 싶다는데

 



 

안면 있는 법우님으로부터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메시지 내용 골자는 저는 조용히 사는 걸 좋아해요!”라는 말이다. 최근 휴면법우님들에게 카톡방에 다시 초대해도 좋은지에 대하여 문자 보냈는데 상당수가 조용히 살고 싶다는 답을 보내왔다. 왜 조용히 살고 싶은 것일까?

 

카톡방은 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이제 필수 소통수단이 되었다. 심지어 요즘은 카톡으로 업무를 보기까지 한다. 이는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대부분 모임이나 단체에서는 단체카톡방(단톡방)을 가지고 있다. 회원들간의 소통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카톡방을 나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카톡방을 나가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앞서 법우님이 언급한 대로 조용히 살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비록 문자에 지나지 않은 것이지만 카톡방이 소란스러우면 피곤한 것이다. 어떤 이는 카톡에 불이 들어 오는 것 조차 귀찮아 한다. 그래서 아예 카톡앱을 깔아 놓지 않은 사람도 있다. 진짜 조용히 사는 사람이라 볼 수 있다. 또 하나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것은 대화를 독점하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가졌을 때 빅마우스(Big Mouth)가 있다. 빅마우스는 대화를 독점한다. 특히 술좌석에서 그런 일이 많다. 누군가 대화를 독점했을 때 나머지 사람들은 뭐가 될까? 왜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카톡방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사람이 많으면 개성이 표출되기 쉽다. 자제하지 않으면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 서로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충돌한다면 볼썽 사납다. 이런 것도 퇴장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모임은 본래 화합하기 위한 것이다. 불화하기 위하여 모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화합의 모임을 넘어서 정진의 모임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정진의 모임이라는 것은 무언가 배울 것이 있는 모임을 말한다. 정진의 모임으로는 승가가 대표적이다. 승가는 화합의 모임이면서 동시에 정진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임에 대하여 경에서는 최상의 모임’(A3.93)이라고 했다.

 

단체카톡방은 최상의 모임을 지향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제해야 한다. 꼭 필요한 것, 도움이 되는 것을 올려야 한다. 누구나 공감하는 것을 올려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함께 기뻐할 줄 알아야 한다. 함께 기뻐함(mudita)은 사무량심 중의 하나이다.

 

본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시끄럽기 마련이다. 카톡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글을 올렸는데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면 차라리 올리지 않는 것이 더 낫다. 특히 자신의 견해를 표출하는 것이 그렇다. 그럼에도 자꾸 올리면 그래서 어쩌라고?(so what?)”라는 말을 듣기 쉽다.

 

부처님은 괴로움에 대하여 설하였다. 그래서 이것이 괴로움이다.”라고 사고(四苦) 또는 팔고(八苦)에 대하여 말했다. 여기서 그쳤다면 염세주의자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요즘 같으면 그래서 어쨌다는거냐?”라는 말을 듣기 쉬울 것이다.


부처님은 고성제로 그치지 않았다. 부처님은 항상 대안을 제시했다. 그래서 이것이 괴로움이다.”라고 말한 뒤에 괴로움의 원인도 설했고, 괴로움의 소멸도 설했고, 더구나 괴로움을 소멸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했다. 부처님은 항상 연기적으로 설했다. 누구(who)로 그치지 않고 어떻게(how)’라 하여 방법까지 제시한 것이다. 카톡방에 올리는 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카톡방에 글을 올릴 때는 대안까지 마련하여 올려야 한다. 대안 없이 올려 놓으면 자기자랑이 되기 쉽다. 그리고 “so what?”이라는 말 듣기 쉽다. 부처님이 그랬던 것처럼 방법을 말해 주어야 한다. 또한 카톡방에서는 건질 것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감한다.

 

카톡방을 나가는 주된 이유는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건질 것이 없다면 미련없이 나갈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조용히 살고 싶다는 사람의 마음이 이해된다. 사람사는 곳에 예절이 있듯이, 실시간 소통수단의 대명사 카톡방에도 예절이 있다.

 

 

2019-11-2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