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두꺼운 사람

담마다사 이병욱 2019. 11. 26. 20:35

두꺼운 사람

 

 

두꺼운 사람이 있다. 얼굴이 두껍다는 것이 아니다. 내면의 두께를 말한다. 내면의 두께가 두꺼운 사람은 비범한 사람이다. 보통사람들은 내면의 두께가 얇아서 세상 흐름대로 살아가지만, 비범한 사람들은 흐름을 거슬러 살아간다.

 

요즘은 유튜브시대이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온갖 것들이 다 있다. 마치 세상의 축소판 같기도 하고 요지경 같기도 한다. 대부분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건질 만한 것이 있다. 최진석의 장자철학 같은 것이다.

 

최진석선생은 장자에서 두께에 대하여 말했다. 내면의 두께가 얇은 사람은 기존의 관념이나 개념을 운용하는 일만 할 수 있고, 내면의 두께가 두꺼운 사람은 기존의 관념과 개념을 넘어서서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양자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두께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두께는 일종의 내공(內工)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 두께를 다른 말로 함량(含量)이라고도 말 할 수 있다.

 

만시간의 법칙이 있다. 누구라도 한분야에서 매일 서나시간씩 집중하여 십년을 보내면 프로페셔널이 된다는 것이다. 경험과 지혜가 쌓이고 쌓여서 눈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 달인이라고 한다. 생활의 달인이나 전문가들이나 공통적인 현상은 두께가 있다는 것이다. 남들과 비교되지 않는 마음의 두께를 말한다.

 

사무실에 행운목이 있다. 12년전 입주할 때 사온 것이 이제 천정에 닿았다. 그때 화원에서 살 때 목대가 두꺼운 것을 샀다. 측정해 보니 직경이 최대 15센티에 이른다. 처음 사올 때는 승용차에 들어 갔으나 12년이 지난 지금은 천정을 쳤기 때문에 트럭이 아니면 운반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렇게 크게 자란 이유는 무엇일까? 두께가 두껍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도 두꺼우면 두꺼운 만큼 역할을 하게 된다. 내공을 쌓아서 마음의 두께가 두꺼워졌을 때 어느 순간 질적전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마치 물고기가 자라서 대붕이 되는 것과 같다.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는 것과 같다. 내면의 몸집을 불렸을 때 초월적인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음을 말한다.

 

두께가 반드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창의가 일어나지 않는 다면 이는 문화의 두께가 얇은 것이 원인일 수 있다. 스포츠에서 선수층이 두터우면 우승할 확률이 높다. 연구인력이 많으면 획기적인 개발을 할 수 있다. 문화도 층이 두터워야 창의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요즘 한류가 뜨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저변이 확대되었기때문에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한류스타가 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이나 사회나 국가나 일류가 되려면 두꺼워져야 한다. 층이 얇아서는 기존 틀이나 제도를 답습하기에 바쁘다. 층이 두터울 때 새로운 생각이 생겨나서 기존 틀을 부수고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 이는 종교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불교에 바라밀(波羅蜜)이라는 말이 있다. 산스크리트어로는 파라미타라고 하고, 빠알리어로는 빠라미라고 한다. 바라밀은 열반에 이르고자 하는 보살의 수행을 말한다. 부처님은 사아승지십만겁동안 십바라밀을 닦았다. 이렇게 오랬동안 바라밀행이 쌓이고 쌓여서 부처가 되었다. 바라밀행이 누적되었을 때 저 언덕으로 건너갈 수 있다.

 

두께가 두꺼워졌을 때 질적 변화가 일어난다. 청정도론에 따르면 위빠사나수행은 칠청정과 16단계의 지혜로 설명되어 있다. 수행을 한다는 것은 두께를 키워 나가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두께에 이르면 질적변화가 일어난다. 범부에서 성자로 전환되었을 때 돌이킬 수 없는 혈통전환이 일어난다고 한다.

 

축적에 축적을 거듭하면 누적이 된다. 피로가 누적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은행에 복리로 정기적금을 하면 수십년후에는 엄청난 금액으로 불어날 것이다. 운동을 매일 하면 근력이 생겨나듯이, 매일 수행을 하면 마음의 근육이 붙을 것이다. 매일 글쓰기를 하면 오년, 십년 후에는 엄청난 양이 될 것이다. 어떤 일이든지 꾸준히 쉼없이 하면 누적이 되어 두께가 생겨나는데, 두께가 어느정도 두꺼워지면 어느 순간 질적변화가 온다는 것이다. 이를 장자에서는 적후지공(積厚之功)’이라고 한다.

 

 

2019-11-2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