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홀로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담마다사 이병욱 2019. 11. 28. 08:53

홀로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 평온은 언제 깨질지 모른다.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일상도 한순간에 깨진다. 깨진 채 또 지속되는 것이 일상이다. 어제 그 사람도 그랬다.

 

그 사람은 사무실 공유자이다. 갑자기 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을 때 올 것이 왔다라고 생각했다. 아니나다를까 그 사람은 사무실에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바로 위층 사무실로 간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과 꽤 오래 있었다. 사오년 된 줄 알았더니 무려 팔년 함께 있었던 것이다.

 

현재 사무실에서 내리 12년째 있다. 안양에서 가장 오래된 오피스텔에 임대해 있는 것이다. 실평수 12-13평 되는 작은 공간이다. 혼자 있기 적적해서 사무실 공유를 했다. 사업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공간이 필요하다.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전까지는 임시로 있을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대상이 된다. 일종의 전대라고 볼 수 있다.

 




사무실 전대를 한 것은 홀로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4년전 더 이상 직장을 잡을 수 없었을 때 홀로서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든 다닐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집에만 있으면 폐인 될 것 같아서 직장처럼 다닐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임대비용이 가장 싼 사무실을 골랐다. 그러나 난방이 되지 않았다. 전기히터를 가동해도 겨울 강추위에 견딜 수 없었다.

 

무엇보다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홀로 남겨진 것이다. 홀로 있다보니 세상과 단절된 것 같았다.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 인터넷만 했다. 그러나 인터넷 가지고 노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남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혼자 있는 것이 좋았다. 그것도 이삼개월이었다. 별다른 일 없이 홀로 앉아 있는 것이 독방에 있는 것 같았다. 감옥에 한번도 가 본적이 없지만 독방에 수감되면 이런 기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입은 없고 지출만 있다면 견디기 힘들다. 더 작은 사무실로 옮겼다. 두 세평 밖에 안되는 공간에 앉아 있으니 정말 독방에 수감된 것 같았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 갔다. 사무실 공유하는 곳이었다. 주로 사업준비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책상 한개가 주어졌지만 그래도 홀로 있는 것보다 나았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일이 본격화됨에 따라 새로운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안양에서 가장 오래된 오피스텔로 임대해 들어 간 것이다.

 

사무실을 전대형식으로 공유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비용절감과 홀로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때문이다. 특히 홀로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마치 벽만 바라보고 있는 듯해서 들어가기 싫을 정도였다. 누군가 함께 있을 사람이 필요했다. 말은 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이 있는 것 자체만으로 힘이 되는 것이다.

 

사무실에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가정과 직장이 있어야 한다. 둘 중에 하나만 없어도 방황하게 되어 있다. 사업 초창기 때 홀로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무실공유한 것이다. 그 사람과는 팔년 있었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말 하지 않고 사는 것이 더 편한 것이다. 다만 마주치면 눈인사 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아마 이래서 오래 있었던 것 같다.

 

사귀어 놓으면 피곤한 면이 있다. 함께 점심 먹으로 가야 하고 때로 저녁에 자리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눈인사만 하고 지내면 마음이 편하다. 무엇보다 함께 있는 것이 큰 힘이 되었다. 홀로 앉아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오늘부터 나오지 않는다. 다시 홀로 되었다. 그러나 사정이 옛날과는 다르다. 지금은 홀로 견딜만한 정도가 되었다. 일도 있고 무엇보다 글쓰기가 있다. 글 써 놓은 것에 대한 정리작업도 해야 한다. 홀로 있지만 이런 일 저런 일로 늘 바쁘다. 그리고 늘 시간이 부족하다.

 

나홀로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있던 시절이 있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던 때 세상과 단절된 듯한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은 듯하다. 그 사람이 있음으로 인해 큰 힘이 되었다. 이제 새로운 사무실로 이전하는 것을 보니 사업이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동안 함께 있어 주어서 너무나 고마웠다. 이제 더 이상 홀로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없다.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2019-11-2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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