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좌판에서 무우를 팔아 주었는데

담마다사 이병욱 2019. 11. 30. 08:52

좌판에서 무우를 팔아 주었는데

 

 

팔십이 넘은 것 같다. 대로 횡단보도 옆에 좌판이 있다. 무우 대 여섯 개가 바닥에 놓여 있다. 어제도 보았던 할머니이다. 어제는 십여개 됐는데 오늘은 반이하로 줄은 것 같다. 그 사이에 판 것으로 볼 수 있다.

 




좌판을 지나쳐 걸었다. 조금 걷다가 갑자기 팔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추위에 다 팔 때까지 앉아 있을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가던 길을 되돌아 할머니에게 갔다. 다가가서 큰 무우 두 개 달라고 했다. 오천원이라고 했다. 두 말 없이 샀다. 할머니는 고맙다는 말을 했다.

 

물건을 살 때 고맙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점원이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무뚝뚝하게 계산하면 그만이다. 할머니는 왜 고맙다고 했을까? 혹시 나의 의도를 알아 챈 것은 아닐까? 일부러 팔아 주려고 발길을 돌린 것을 안 것일까? 할머니로부터 고맙다는 소리를 들으니 팔아 주기를 잘 한 것 같다.

 

무우 두 개 값으로 만원짜리를 건넸다. 거스름돈 오천원을 받아야 한다. 할머니는 돈 주머니를 뒤졌다. 들릴락말락하게 눈도 안보이고라고 말 했다. 작크가 있는데 안보이는 것 같았다.

 

작크 여는 것을 도와주었다. 잔돈으로 사천원이 있었다. 천원이 부족했다. 그래서 작은 무우를 하나 더 샀다. 총 육천원어치 산 것이다. 이제 할머니에게는 무우가 두 개 남았다. 지나가는 아주머니 두 명이 말 하는 소리를 들었다. “할머니 장사 잘 하네.”라고.

 

사람들은 대형마트에서 쇼핑카트 가득 물건을 산다. 길거리 좌판은 쳐다보지도 않는 것 같다. 노점이나 좌판에서 먹거리를 사면 체면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인지 모른다. 또 위생적이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좌판에서 먹거리를 사면 두 가지 이점이 있다. 하나는 좌판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좌판 먹거리가 생각보다 청정하다는 것이다. 마트에서 방부제가 들어간 먹거리를 사는 것 보다 났다. 무엇보다 팔아 주었다는 마음일 것이다. 더구나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혹시 모르지않는가. 좌판 할머니가 관세음보살일지.

 

 

2019-11-29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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