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과 고유성은 존중되어야
자유와 평등, 이 두 가지는 상충된다. 자유를 강조하면 평등이 억압되고, 반대로 평등을 강조하면 자유가 억압된다.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자유와 평등은 이데올로기이다. 한번 이념에 빠지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 엄청난 갈등이 있었다. 때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데올로기라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치여 죽은 사람들은 이루 셀 수도 없이 많다.
이데올로기 또는 이념은 폭력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 종교도 이념화되면 폭력적이 된다. 신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과 전쟁이 이를 말해준다.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도 마찬가지이다. 공산주의나 파시즘은 말할 것도 없다. 주의(主意) 또는 이즘(ism)으로 불리우는 거창한 이데올로기에 갇히면 폭력적으로 된다.
이념은 실체가 없는 것이다.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하나의 이상적 모델을 만들어 놓고 몰아 가는 것이다. 시대마다 이념이 있었다. 이념에 따르면 살아 남지만 이념에 저항하면 죽음을 면치 못하는 시대도 있었다. 이런 현상은 현시대라 하여 다르지 않다. 보수와 진보로 갈려서 원수 보듯 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 모임이나 단체이든지 지향하는 목적이 있다. 거창한 슬로건을 내 건 곳도 있고 소박한 실천행을 하는 곳도 있다. 취미생활이나 영리가 아닌 모임이나 단체에서는 추구하는 이념을 따라야 한다. 그러다 보니 사고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다. 흔히 말하는 끼리끼리 노는 것이다. 이런 곳에 이질적인 존재가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까?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견해가 다르기라도 하다면 싸움 그칠 날 없을 것이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할까?
견해는 존중되어야 한다. 나와 견해가 다르더라도 경청할 줄 아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견해가 다르다고 하여 틀리다고 보는 것은 경솔한 것이다. 나와 견해가 다르다고 하여 틀린 것으로 보아 쳐낸다면 남아 있을 사람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모임이나 단체에서 나와 똑같은 사람만 있다면 어떨까에 대한 것이다. 대단히 무미건조하고 재미없을 것이다. 마치 한가지 형틀에서 찍어져 나온 붕어빵을 보는 것 같을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사고를 가진 집단에서 창의(創意)가 나올 수 없다. 다양한 견해를 가진 집단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규격화되고 획일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집단이 효율성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퇴보할 것이다.
잘난 사람들만 모아 놓은 집단이 있다.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들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큰 성과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로 잘난 채 했을 때 싸움 그칠 날 없다는 것이다.
잘난 사람 보다도 개성 있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개성이 강하면 견해도 다양하기 마련이다. 이념의 틀에 갇힌 인물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사람이 미래를 위하여 좋은 것이다. 이념에 갇혀 경직된 사고를 가진 자보다는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고 튀는 사람이 훨씬 더 낫다는 것이다.
장미원에 가면 장미꽃 일색이다. 장미꽃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대개 한종류의 꽃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만 모아 놓은 것 같다. 마치 4차 산업혁명시대에 유전자 조작으로 규격화된 미인들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장미꽃만 있는 것이 아니다. 크고 작은 온갖 꽃이 있다. 장미원에 장미만 있으면 식상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장미원에 가면 구색을 맞추어 놓으려는 듯이 여러 종류의 꽃들도 볼 수 있다. 사람 사는 곳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화엄경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화장세계(華藏世界)라고 했다. 꽃으로 장엄된 세상을 말한다. 그런데 화장세계에서는 오로지 한가지 종류의 꽃만 있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크고 화려한 장미나 백합 한종류만 있다면 무미건조할 것이다. 화장세계는 온갖 꽃으로 장엄된 잡화엄(雜華嚴)세계이다. 온갖 잡꽃으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들에서 피는 들꽃, 산에서 피는 야생화 등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잡꽃으로 이루어져 있는 세계인 것이다.
화엄세계는 비로자나 부처님의 한생각으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비로자나 부처님이 삼매에 들어 이루어진 세계이다. 마치 꿈꾸는 나가 꿈속의 나와 꿈속의 세상을 만들어 내듯이, 온갖 잡꽃으로 장엄된 화장세계는 비로자나 부처님의 한바탕 꿈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꽃이 종류는 달라도 대지에 뿌리내리고 있다. 모임이나 단체에서 이념은 대지와 같은 것이다. 모임이나 단체에서 하나의 이념을 지향하지만 각자 개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개성은 그 사람만이 갖는 고유성이다. 구성원들이 개성이라는 고유성을 발휘할 때 창의적 집단이 된다.
강한 조직이 되려면 이념의 틀 안에 갇힌 붕어빵 같은 사람들만 있어서는 안된다. 온갖 잡꽃으로 장엄된 화장세계가 이상적이듯이, 각자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이 바람직하다. 어느 모임이나 단체에서든지 각자 고유성을 가진 개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2020-01-0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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