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만원짜리 한장만 있으면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 5. 10:32


만원짜리 한장만 있으면

 

 

큰마음 먹고 칼국수집에 들어 갔다. 점심시간에 별미를 생각하다가 이번에는 왕만두국을 먹고 싶었다. 예전가격을 생각하고 메뉴판을 보니 천원 오른 것이었다. 칼국수집의 간판메뉴라 볼 수 있는 바지락칼국수 값은 변함없이 6천원이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다. 마치 중국집에서 짜장면 값이 변동 없는 것과 같다. 그 대신 다른 메뉴에서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칼국수집도 그랬다. 계절메뉴라 하여 왕만두국을 내 놓았는데 작년과 달리 천원이 올라 버린 것이다.

 

오천원 이상 점심은 하지 않기로

 

천원 때문에 고민했다. 본래 오천원 이상 하는 점심은 먹지 않기로 했다. 이는 지신과의 약속이다. 벌이가 시원찮을 뿐만 아니라 빚까지 있어서 최대한 줄이는 생활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점심은 주로 건물 지하에 있는 식당을 활용한다. 오만원을 내면 식권 11장을 주기 때문에 점심 한끼 값은 4,545원이 된다.

 

지하식당에서 먹는 것이 식상하면 외식을 한다. 오천원 이하 점심 원칙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이곳저곳 돌아다녀 본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 오천원 이하 메뉴는 찾아보기 힘들다. 분식집에서 라면과 김밥을 먹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라면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발길을 돌리는 곳은 햄버거집이다. 햄버거 집에 가면 점심특가라 하여 데리버거 세트를 4,000원에 판다. 처음에는 3,500원부터 시작하여 이제 4,000원까지 올랐다. 간판 햄버거라 볼 수 있는 데리버거 세트는 평시에 4,800원 한다.

 

먹어야 힘을 쓴다. 마무리 작업할 때는 강력한 파워를 필요로 한다. 이럴 때 특식을 먹어야 한다. 중앙시장 부근에 있는 왕갈비집으로 향한다. 네 정거장 되는 거리이지만 걸어 간다. 한방약재로 만드는 왕갈비 소자는 8,000원이다. 가격이 부담되기는 하지만 먹고 나면 힘을 받는 것 같다. 국물까지 남김 없이 비운다. 돌아 갈 때도 역시 걸어서 간다. 그러나 일감이 없을 때는 오천원 이하 점심원칙을 지킨다.

 

식상하여 주변 식당에서 특식을 먹고자 하지만 예전과 달리 천원이 올랐을 때는 망설이게 된다. 천원을 더 주고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햄버거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만원의 행복

 

여기 만원이 있다. 여유 있는 사람에게는 푼돈에 지나지 않지만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사람에게는 큰 돈이다. 소시민은 만원짜리 한장으로 마음의 풍요를 누릴 수 있다. 빵을 사면 며칠을 먹을 수 있다. 다이소에 가면 원하는 물건을 마음껏 살 수 있다. 무엇보다 만원짜리 한장으로 외식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랜만에 홍콩반점에 갔다. 백종원이 프랜차이즈 낸 것이다. 간판메뉴라 볼 수 있는 짜장면은 4,500원한다. 일반 중국집 보다는 약간 비싸기는 하지만 맛도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청결한 느낌이다. 간판메뉴이기 때문에 가격이 가장 싸다. 여기에 짬뽕 5,500원을 곁들이면 만원이 되어 둘이서 외식을 할 수 있는 가격이 된다.

 




가난한 자에게 만원은 큰돈이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가 천원이다. 편의점이 아무리 비싸기로소니 가난한 자의 먹거리까지 비싸게 받지 않는다. 천원짜리 한장으로 아침을 때우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대신 다른 것에서 마진을 취하여 돈을 버는 것이다. 칼국수집도 그렇고 짜장면집도 그렇다. 일반식당에서도 마진을 취하는 것은 안주와 같은 먹거리이다. 기본이 되는 먹거리는 최저가를 유지하는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만원 한장만 있으면 하루를 살 수 있는 것이다.

 

먹는 것에는 인색하다. 점심값에는 인색한 것이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노점을 하는 사람에게는 팔아 주려고 노력한다. 그래 보았자 이천원 또는 삼천원짜리에 지나지 않는다. 주로 과일이나 채소와 같은 먹거리이다. 그렇다고 결코 불결한 것이 아니다. 불량식품도 아니다. 대형마트에서 방부제를 잔뜩 발라 놓은 것과는 다르다.

 

거리에서 좌판을 보면 지나치기 보다는 하나라도 팔아 주려 한다. 서민들은 서민들이 팔아 주기 때문에 사는 것이다. 만원 한장이면, 사는 사람은 팔아 주어서 뿌듯하고 파는 사람은 생계에 도움이 되어서 좋은 것이다.

 

불로소득으로 인한 과보

 

며칠전에 TV에서 부동산관련 뉴스를 보았다. 강남에 있는 아파트 값이 20평형대가 20억대인 것을 보았다.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 거품이 잔뜩 낀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거래가 되고 있다면 현실인 것이다. 그런 한편 그때 당시 부동산 투기 대열에 동참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마음이 잠시 일어났다. 그러나 곧이어 거기에 합류하지 못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것은 불로소득으로 인한 과보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언젠가 처가쪽 친척되는 어른이 헛된 꿈을 꾸지 말라고 했다. 그때 당시에는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어서 노후를 편하게 지낼까만 생각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어떻게 마음을 읽었는지 세배할 때 허황된 꿈을 꾸지 말라고 했던 것이다. 그렇게 말한 것은 산전수전 다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헛된 꿈을 꾼 적이 있다. 돈만 있으면 안심을 것 같아서 부자가 되는 꿈을 꾼 것이다. 그것은 불로소득에 대한 꿈이다. 부동산을 사서 되파는 식으로 재산을 불려 나가는 것이다. 또 주식에 투기하여 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불로소득에 대한 환상으로 헛된 꿈을 꾼다. 그러나 욕망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실패한다. 특히 주식이 그렇다. 홈트레이딩 프로그램을 깔아 놓고 단타 매매를 해 보지만 욕망 때문에 돈을 딸 수 없다. 설령 계좌에 잔고가 풍부하게 있을지라도 그것은 내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욕망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모두 다 털리게 되어 있다.

 

주식거래를 하지 않는다. 십여년전에 그만 두었다. 처음에는 소액으로 게임 하듯이 해 보았으나 점점 액수가 커져 갔다. 그렇다고 큰 금액은 아니다. 여유 돈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 점차 빠져 들다보니 정신이 황폐화되기 시작했다. 남은 것은 오로지 욕망 밖에 없었다. 그런데 용을 쓰면 쓸수록 점점 악화된다는 것이다. 욕심을 내면 낼수록 더욱더 까지는 것이다. 마침내 다 털렸을 때 손을 털고 나올 수 있었다. 이후로 주식시장은 쳐다보지 않았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통장에 있는 돈은 내 돈이다. 정말 그 돈이 내 돈일까? 어딘가에 사 놓은 땅이 있다면 그 땅이 내 땅일까? 어딘가에 있는 아파트, 건물 등 부동산이 있을 때 그 것이 정말 내것일까?

 

돈은 써야 내 것이 된다. 집은 살아야 내 집이 된다. 통장에 있는 돈은 내 돈이라기 보다는 은행돈이라고 볼 수 있다. 은행에서는 그 돈으로 대출을 하여 이자를 받아먹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땅이 있다면 그곳에서 농사를 지어먹고 사는 사람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어딘가에 아파트가 있다면 거기서 살고 있는 사람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돈과 부동산은 활용해야 내것이 된다. 활용하지 않으면 잉여에 지나지 않는다. 잉여는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것이다. 장부에 있다면 내 것이라는 안심이 있을 것이다.

 

강남에서 20평형대 아파트 값이 20억원대라고 하지만 실제로 거래 되어야 가치 있는 것이다. 구매력이 없어서 아무도 사지 않는다면 단지 호가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호가에 배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원짜리 행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잉여에 목숨 걸 필요가 있을까?

 

망하는 길로 가는 자만

 

가진 것이 많은 자에게도 행복이 있고 가진 것이 없는 자에게도 행복이 있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욕망에 지배받는 사람이다. 데이트레이딩하며 주가차트에 일희일비한다면 계좌에 아무리 잔고가 많아도 만족하지 않는 것이다. 싯가 수십억에 해당되는 아파트에 살아도 현금화 되지 않은 것을 초조하게 여긴다면 애만 탈 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만이다. 불로소득으로 형성된 것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자만을 말한다. 

 

자만하면 망하는 길로 간다고 했다. 투기와 불로소득으로 이루어진 재산을 마치 자신의 실력인 것처럼 여겼을 때 자만이 생겨난다. 통장이나 장부에 남아 있는 것을 보고서 안심한다면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만 바랄 뿐 보다 나은 정신적 향상을 위한 삶을 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마치 로또에 맞은 자가 더 이상 직장 다닐 필요를 가지지 않는 것과 같다.

 

지금 나에게 평생 먹고 살만 한 재산이 있다면 건강에나 신경쓰며 살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TV를 보면 건강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살 살까 하는 풍조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채널마다 먹방프로가 넘쳐 나는 것도 이런 이유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강남에 사는 어느 법우님의 관심사는 오로지 건강인 것 같다. 카톡방에 올리는 글을 보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까 하는 것이다.

 

비빌언덕이 생겼는데

 

매달 백만원씩 빚을 갚아 나가고 있다. 설계관련 프로그램 라이선스 비용이 만불인데 부가세까지 합하면 1300만원이 된다. 작년 3월부터 시작했으니 앞으로 4개월만 더 하면 빚에서 해방된다. 그래서 가능하면 안쓰는 생활을 하고 있다. 경조사에 내는 돈은 항상 5만원이다. 10만원을 내려면 망설여야 한다. 그러고 보니 지난 세월 참으로 인색하게 살았던 것 같다. 기부하는 것도 보시하는 것도 그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빚에서 해방되면 통 크게 살아 보리라고 생각한다.

 

가르침을 접하면서 욕망이 자꾸 줄어 드는 것 같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경전에서는 욕망을 줄이라는 가르침으로 가르침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일인사업자로 살면서 부자가 되려고 하는 꿈을 버렸다. 시간 투자해서 벌어 먹고 살기 때문에 도저히 부자가 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이렇게 부자가 되려는 꿈을 버리자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 노후를 대비하여 어느 정도의 금액은 있어야 한다는 마음 하나 내려 놓으니 세상이 편안해진 것이다.

 

국민연금 납부가 만료되었다. 이메일로 받은 메시지를 보니 더 내기를 원하면 신청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비빌 언덕이 생긴 것 같다.

 

국민연금을 내기 시작한 것이 아마 1987년이었을 것이다. 처음으로 회사생활을 한 것은 1985년이다. 이렇게 따졌을 때 32년 낸 것이다. 연금금액이 얼마가 되는지 따져 보지 않았다. 비빌언덕이 생김으로 인하여 자만이 일어난다면 통장이나 장부에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의 것이라고 여기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 크게 살아 보리라

 

점심때가 되면 오천원짜리를 찾아 헤맨다. 가능하면 집에서 먹으려고 노력한다. 만원짜리 한장만 있으면 하루를 보낼 수 있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통 크게 살려고 한다. 매월 백만원 내는 기간이 끝나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매월 내는 돈이 감내하기 힘든 세월이기는 하지만 지나면 힘이 생길 것 같다. 다음 부터는 통크게 살아 보려고 한다.

 

부자가 되려는 생각 하나만 내려 놓아도 마음이 편하다. 허황된 욕심을 내려 놓았을 때 행복지수는 올라 가는 것이다. 앞으로 삶은 덤으로 사는 것이다. 일감이 있어서 일을 하면 좋은 것이다. 일을 하면 곧바로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만원의 행복이다. 만원짜리 한장만 있으면 재벌이 부럽지 않다.

 

 

2020-01-05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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