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또 한해가 시작되었다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 1. 11:28

또 한해가 시작되었다

 

 

또 한해가 시작되었다. 매번 똑 같은 일상이다. 오늘이 어제 같고, 어제가 내일 같은 일상이다.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이지만 변화는 감지된다. 어느 날도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매일 똑 같은 날이 계속된다면 질려 버릴 것이다. 같은 제목의 영화를 열번, 백번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감옥에서 일상은 똑 같은 것이긴 하지만 매일 미세한 변화가 있기 때문에 견딜 만한 것이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늘이 어제와 다르고, 내일이 어제와 다르기 때문에 같살 수 있다.

 




해가 바뀌었다고 해서 특별한 것이 없다.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사무실로 나와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무언가 매일 쓰는 것이다. 이렇게 1, 5, 10년, 13년을 쓰다 보니 남은 것은 글 밖에 없다. 세월은 흘러가서 온데 간데없지만 글은 남아서 축적되어 있다.

 

작년에 쓴 글이 366개에 달한다. 하루에 한 개 꼴로 쓴 것이다. 하루 일과의 절반을 글 쓰기로 보내니 그만한 시간이 글에 녹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글 이야말로 소중한 자산이다. 돈은 벌어도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 통장 잔고는 형편없지만 글은 블로그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작년을 되돌아본다.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은 수행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81231일 미얀마에 가서 보름간 지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으로 집중수행이라는 것을 해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머나먼 외국에서 오후 불식하며 수행자로서 삶을 살아 본 것이다. 이런 여세를 몰아서 7월 초에는 직지사에서 56일 집중수행을 했다. 그렇다고 커다란 결과를 얻은 것은 아니다. 다만 수행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라는 사실을 안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작년은 어려운 시기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경제적 압박을 받은 것이다. 그것은 라이선스와 관련이 있다. 매달 백만원씩 설계프로그램 관련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모두 열 세번 내야 한다. 작년 3월에 시작되었으니 올해 4월이면 끝이 난다. 어쩌면 빚에서 해방되는 것과 같다. 그동안 인색하게 살았던 것 같다. 백만원이나 되는 금액을 보시해 본적도 없고 후원해 본적이 없다. 라이선스 비용을 완납하면 큰 금액을 보시도 하고 후원할 힘이 생겨날 것 같다.

 

새해가 되면 계획을 세운다. 구체적인 것일수도 있고 막연한 것일수도 있다. 막연하게 작년 보다 더 나은 삶이 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게으르지 않게 사는 것이다. 그 동안 운동과는 담 쌓고 살았는데 이제는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다고 헬스크럽을 다니는 것은 아니다. 학의천 산책로 달리기도 해 볼 수 있고, 사무실 빈공간에 매트를 깔아 놓고 근육운동을 해 볼 수도 있다. 무엇이든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쓰기를 꾸준히 하여 생활화되었듯이, 운동도 꾸준히 하여 생활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미래에 대하여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마치 회사에서 사업계획서 짜듯이 상세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다. 그때그때 일이 벌어질 때마다 적절하게 대처하면 그만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미리 근심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나간 과거를 후회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런 일이 일어 났다는 것을 알기만 하면 된다. 지금 여기에서 닥친 일에 대하여 집중하면 된다. 하루를 일생처럼 사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오늘밤 까지만 살겠다고 생각해야 한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면 된다.

 

새해 첫날 오전일과는 자판 두드리기로 시작되었다. 올 한해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 상황에 따라 육도윤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정신줄을 놓지 말아야 한다. 마치 제3자처럼 객관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어느 것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최악의 상황이라 하여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시간 지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조용하게 될 것이다. 변하기 때문에 희망을 갖는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견딜만한 것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변하고 있다.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지금 이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그것이 천상의 시간이 될지 지옥의 시간이 될지 알 수 없다. 어느 경우에서나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결국 남는 것은 고요함 뿐이다. 모든 것이 고요해졌을 때 행복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방일하지 않음이 불사의 길이고

방일하는 것은 죽음의 길이니

방일하지 않은 사람은 죽지 않으며

방일한 사람은 죽은 자와 같다.”(Dhp.21)

 

 

2020-01-01

담마다사 이병욱

 


'진흙속의연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성과 고유성은 존중되어야  (0) 2020.01.04
재난에 빠졌을 때  (0) 2020.01.02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0) 2020.01.01
좀더 젊었을 때 좀더 건강할 때  (0) 2019.12.31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은  (0) 2019.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