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종종 크고 작은 선물을 받는다. 크기에 상관없이 주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선물하려 하는 마음이 일어났다는 것은 그를 좋게 보았다는 뜻 일 것이다.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시 확인되고 최종적으로 전달할 때 또 확인된다. 선물로 인하여 그 사람에 대하여 연속적으로 아름다운 마음을 내는 것이다.
오늘 선물을 하나 받았다. 저녁 아파트 경비실 입구에 찹쌀 한포대가 도착한 것이다. 들어 보니 20키로나 된다. 남도에 사는 M법우님이 보내온 것이다. 지난 11월 불교박람회때 카탈로그와 명함을 수집하여 보낸 적이 있는데 그 답례로서 보내온 것이다. 찹쌀은 직접 농사 지은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선물치고는 너무 크다. 검색해 보니 6만원가량 된다.
받아서 기분 좋은 것이 선물이다. 또 주어서 기분 좋은 것이 선물이다. 서로서로 좋은 것이 선물이다. 이렇게 본다면 선물이야말로 인간관계를 개선시키는데 있어서 최상의 수단이라 생각된다. 그래서일까 선물은 원한 맺힌 자의 마음도 녹일 수 있다고 했다. 청정도론에서 자애수행편을 보면 최종단계가 선물을 주는 것이다. 백번 자애의 마음을 내는 것 보다는 한번 선물주는 것만 못하다고 볼 수 있다.
선물을 하면 선물 받는 자는 고개가 숙여지게 되어 있다. 어느 누구도 고개를 뻣뻣하게 세우고 받지 않는다. 두 손으로 고개 숙여 공손히 받는다. 이렇게 선물을 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발렌타인데이라 하여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도 상대방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이다.
집들이할 때는 빈손으로 가지 않는다. 누군가 만나러 갈 때도 빈손으로 가는 것은 실례일 것이다. 처음 방문한다면 선물하나 준비하는 것이 좋다. 어떤 이는 책을 선물한다. 자신이 쓴 책을 선물하기도 한다. 그러나 책은 그다지 환영받지 않는 것 같다. 읽어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은 사서 보는 것이지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먹는 것이 가장 무난한 선물이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것이다. 꿀과 같은 건강관련 식품도 좋다.
선물을 언제 내 놓아야 할까? 만나자 마자 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본다. 선물을 주는 자나 받는 자나 기쁜 마음이기 때문에 잘 풀려 나갈 것이다. 그러나 선물이 뇌물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득을 바라며 선물한다는 것은 악행(papā)이라 볼 수 있다. 무언가 댓가를 바라며 정치자금을 내는 것과 같다.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선물한다면 공덕(puñña)이 된다.
매사에 인색한 사람이 있다. 남에게 선물 한번 주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오로지 자신 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그는 이해 관계에 밝아서 조금도 손해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경사이든 조사이든 참석해 본적이 없는 사람이다. 멀리 애써 가는 것을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선물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에 대하여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 보다 더 아프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사람이 따르지 않는다. 덕이 없기 때문이다.
노자 도덕경을 보면 덕(德)이 강조되어 있다. 그렇다면 초기불교에서는 덕과 유사한 개념은 어떤 것일까? 처음에는 지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덕을 두텁게 한다는 의미에서 덕과 지혜는 맞지 않음을 알았다. 덕은 공덕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공덕이라는 말 자체가 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행이라는 말은 공덕행과 같은 말이다. 이렇게 본다면 공덕행은 복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다.
보시를 하면 백배, 천배의 과보가 기대된다고 했다. 보시는 결국 자신에게 하는 것이 된다. 무엇보다 덕을 쌓게 된다. 공덕행으로 우호세력이 늘어나면 하는 일 마다 잘 될 것이다. 이런 원리를 아는 자는 주는 것을 즐기는 자라고 볼 수 있다.
찹쌀 20키로 한포대를 받았다. 이렇게 쌀을 선물 받기는 처음이다. 자신이 지은 농산물을 나누어 준 것에 지나지 않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 본다면 고맙고 감사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선물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시물(施物)을 받은 자는 시주(施主)에게 고개가 숙여지게 되어 있다.
2019-12-3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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