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후기

계획없이 산다는 것은, 영화 기생충을 보고

담마다사 이병욱 2020. 2. 18. 08:16

 

계획없이 산다는 것은, 영화 기생충을 보고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무엇을 훔치다가 들킨 기분이 들었다. 내면 깊숙이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있는 마음의 그림자를 보는 듯했다. 감추고 싶고 숨기고 싶었던 것이 모두 들통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영화 기생충을 보았다. 방송에서 아카데미 수상소식을 접하고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유튜브 검색창에 기생충을 치면 볼 수 있다. 단지 보기만 하는 것은 2,500원이다.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볼 수 있다. 영화는 2시간 10분가량된다.

 




기생충은 내면의 무의식을 자극하는 것 같다. 몰래몰래 하는 것이 그렇다. 들킬까봐 몰래몰래 하는 장면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언젠가 저렇게 해 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억에는 없지만 무의식 저편에는 남아 있는지 모른다. 영화를 통해서 나의 내면을 보았을 때 불편하고 당혹스러운 것이다.

 

무의식의 영역이 있다. 무의식의 영역에 어떤 것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꿈으로 표출될 때가 있다. 현실과 조금도 다름없는 꿈을 꿀 때 불편하고 당혹스러운 것이다. 꿈속에서는 도둑질도 하고 살인도 하고 음란행위도 한다. 꿈속에서 오계를 어기는 것이다. 만약 꿈속에서나 있었던 일이 현실에서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이것이 꿈인가 현실인가?” 라며 의문 할 것이다. 영화에서 송강호가 그랬다. 꿈속 같은 현실이 믿겨 지지 않은 것이다.

 

어렸을 적에 꿈을 꾸었다. 너무 현실 같아서 차라리 꿈이었으면!”라며 간절히 바랬다. 그랬더니 정말 꿈이었다.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영화속에서 송강호는 마치 꿈속 같은 현실에 놓이게 되었다. 반지하에서 완전한 지하에 갇히게 되었을 때 이것이 차라리 꿈이었으면!”이라고 했을지 모른다. 영화에서는 예기치 못한 장면의 연속이다. 마치 어떤 거대한 움직임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을 때 꿈 꾼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나이 든 노인이 하는 말이 있다. 지난 날을 되돌아보면 꿈같다는 것이다. 오래 산 것 같은데 살아온 날이 엇그제 같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든지 지난 다음에 생각하면 순식간이다. 팔만사천대겁을 산다는 비상비비상처천의 중생도 죽음이 임박했을 때 지난 세월은 순간에 지나지않을 것이다. 특히 몸이 아파 누워 있는 사람이나 죽을 것 같은 고통에 처한 사람은 지금 이런 모습을 위해서 그 많은 세월을 산 것처럼 생각될지 모른다.

 

호시절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봄과 가을은 있었는지조차 모르게 금방 지나가 버린다. 항상 더울 때나 추울 때만 있는 것 같다. 즐거운 일은 순간이고 괴로움만 남는 것 같다. 그래서 노래 가사에서도 사랑의 기쁨은 사라지고 사랑의 슬픔만 남았네.”라고 했을 것이다.

 

요즘 사람의 일생은 요양원이 종착지 같다. 결국 요양원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 죽음의 침상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을 때 지난 날이 꿈결 같이 느껴질 지 모른다. 그럴 때 어떤 생각이 들까? 어린아이리면 꿈이었으면!”라고 할지 모르지만 절망적 상황에 놓은 사람이라면 어처구니가 없네.”라고 할지 모른다.

 

영화속에서 송강호는 지하에 갇혔다. 반지하에 살다가 지상으로 나와야 하나 더 깊이 들어가 버린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그것은 세상사람들의 일반적인 삶의 방식을 따랐기 때문일지 모른다. 송강호는 아들에게 노플랜(No Plan)에 대해 말해 준다. 송강호는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계획을 세워 보았자 계획대로 되지 않음을 말한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강호는 무계획을 강조했다.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무계획으로 사는 것이 낫다고 했다.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는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있다.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 가난하게 산다. 정규직이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매달 월급이 또박또박 나오면 10, 20, 30년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는 계획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다. 송강호 가족처럼 네 식구 전원이 백수라면 계획은 의미가 없다. 있다면 무계획이 계획일 것이다.

 

수입이 불안하면 계획적인 삶을 살기 힘들다. 송강호 가족이 그랬다. 그래서 송강호는 계획이 없으니까 잘못될 일도 없고, 애초부터 계획이 없으니까 뭐가 터져도 아무것도 상관 없는 거야.”라고 말한다. 어쩌면 될대로 대라.”라거나 케세라세라라고 볼 수 있다. 그저 세상의 흐름대로 살아 가겠다는 말과 같다. 더구나 뭐가 터져도 사람을 죽이던 나라를 팔아먹던 상관 없다는 말이야.”라고 했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뱉은 말대로 되었다.

 

사람들은 지금보다 좀더 나은 삶을 바란다. 13평짜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면 24평을 꿈 꿀 것이다. 24평짜리 아파트로 이사가면 처음에는 행복할 것이다. 그런데 살다보면 남과 비교하게 된다. 좁아 보여서 이번에는 32평형을 꿈꾼다. 이런 꿈은 정규직이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비정규직 또는 자영업자라면 항상 평형 아파트에서 살아 갈지 모른다. 그날 벌어 그날 사람이나 수입이 없는 백수라면 반지하로 갈지 모른다. 그런데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꿈도 계획도 없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꿈도 계획도 없는 백수 송강호는 더 깊이 들어 갔다. 햇볕도 비치지 않는 깊은 땅속에 갇힌 것이다. 언제까지 갇혀 있어야 할까? 초기경전에 실려 있는 사이지옥이 연상된다.

 

사이지옥은 어떤 곳일까? 부모를 살해하는 등 오역죄를 지으면 태어나는 무간지옥을 말한다. 또 사견(邪見)을 가진 자들이 태어나는 곳이다. 경에서는 수행승들이여, 덮개도 없고 바닥도 없는 캄캄한 칠흑 같은 암흑에 둘러싸여 이와 같은 광대한 초월적 힘과 이와 같은 광대한 초월적 능력이 있는 해와 달이 비추지 못하는 지옥이 있다.(S56.46)라고 했다. 어둡고 바닥을 알 수 없는 캄캄한 심연의 감추어진 세계”(M23)라고 했다.

 

왜 사이지옥이라 했을까? 사이에 있어서 빛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와 세계의 사이를 말한다. 주석에서는 세계 주변에서 수미산을 둘러 싸고 있는 철위산(cakkavala)이 있다. 세계의 철위산 사이에 하나의 아비지옥이 있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사이지옥은 빛이 들어오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와 세계 사이에 있어서 사이지옥이라 하는데 빠알리어로는 로깐따리까(lokantarikā)라고 한다.

 

한번 사이지옥에 떨어지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일겁동안 있어야 한다. 한우주기 동안 있는 것이다. 우주가 성주괴공하는 일겁동안 갇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빛이 들어올 때가 있다고 했다. 1)부처님이 모태에 들 때, 2) 부처님이 태어날 때, 3) 부처님이 처음으로 법의 바퀴를 굴릴 때 이렇게 세 번 있다고 한다.

 

부처님이 태어 날 때 일만세계가 진동한다고 한다. 그리고 측량할 수 없는 광대한 빛이 우주 구석구석 비춘다고 했다. 한번도 빛을 본 적이 없는 사이지옥 존재들도 처음 빛을 보았을 것이다. 사이지옥은 칠흑같이 어둡기 때문에 주석에서는 암흑은 시각의식의 생기를 막는 암흑으로 시각의식이 생겨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 사이지옥에 빛이 들어 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경에서는 그곳에 태어난 존재들은 그 빛으로 ‘벗이여, 다른 존재들도 참으로 여기에 태어났다.’라고 서로를 알아보았다.”(M123)라고 했다.

 

송강호는 반지하에 살다가 지하로 떨어졌다.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나와야 하지만 빛도 없는 어둠으로 떨어졌다. 송강호는 언제 나올 수 있을까? 아들이 돈을 벌어서 구할 수 있을까?

 

송강호가 갇힌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잘못된 견해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일겁동안 사이지옥에 갇히는 것은 오역죄를 지었을 때와 삿된 견해를 가졌을 때이다. 특히 인과법을 무시하는 견해를 가졌을 때 갇힐 수 있다는 것이다.

 

송강호는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마치 사이지옥과 같은 지하에서 살아간다. 그렇다고 꿈은 아니다.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사견을 가지고 있는 한 고층에 살아도 칠흑같은 지하에 사는 것이나 똑같다는 것이다. 행위와 행위의 과보에 대하여 모른다면 모두 칠흑같은 사이지옥에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2020-02-1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