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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게 내비둬! 삽질을 삽질한다

담마다사 이병욱 2019. 12. 10. 09:41


흐르게 내비둬! 삽질을 삽질한다

 

 

옛날로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일까? 사대강독립군이라 불리우는 오마이뉴스 김종술기자는 보()가 폭파되는 꿈을 꾼다고 했다. 일년 365일 중에 300일 이상을 금강에서 산다는 김기자가 다큐영화 삽질뒤풀이 좌석에서 한말이다.

 




다큐영화 삽질을 보았다. 2019 12 9일 저녁 7시 종로3가 서울극장에서 상영된 것이다. 불교환경연대에서 마련한 자리에서 정평불회원 다수가 참석했다. 300여석에 달하는 객석이 꽉 찼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주 오래 전에 학교 다닐 때 극장에 본 것과는 다르다. 건물 전체가 영화관이다. 이런 복합영화관이 생겨난 것은 오래 되었다. 그럼에도 이런 영화관에 올 일이 없었다. 환경관련 다큐영화 삽질이 인연이 되어 오게 되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십년전에 있었던 대운하와 사대강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오마이뉴스 김병기기자와 김종술기자가 만든 것이다. 영화제목은 삽질이다. 왜 삽질이라 했을까? 영화를 보면 삽질임에 틀림없다. 아니 포크레인질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삽질이라는 말이 더 강렬하다. 삽질이 반드시 강바닥을 파는 것만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삽질을 정당화하기 위해 동원된 수많은 학자들이나 정치인, 기업인 등도 삽질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딱딱하기 그지없다. 일종의 고발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쫓고 쫓기는 장면이 다수 나온다. 김병기기자가 삽질에 동원된 학자들이나 고위직 사람들 뒤를 쫓는다. 도망가는 사람들을 보면 떳떳하지 못한 일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삽질에 동원된 사람들은 사대강 공적비에 이름이 새겨져 있다. 마치 묘비명을 보는 것 같다. 후대사람들은 이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틀림없이 삽질했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은 왜 이렇게 대운하와 사대강에 집착했을까? 대선공약 747로 설명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의 신앙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기독교 바이블을 보면 창세기명령이 있다. 내용을 보면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구약 1)라고 되어 있다. 사람이 생육하고 번성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정복해도 된다는 내용이다. 철저하게 사람중심이다.

 

사람중심의 세계관에서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다. 서울시장시절에 서울시를 자신의 신에게 봉헌한 바 있는 이명박은 독실한 기독교신자이다. 장로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창세기 명령에 충실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2의 경제부흥을 위한 명목으로 대운하와 같은 국토대개조를 들고 나왔을 때 자연은 정복의 대상일 뿐이었다.

 

성장의 시대가 있었다. 칠팔십년대 고속성장의 시대를 말한다. 매년 십프로 가량 성장했는데 그때 당시는 완전고용의 시대이기도 했다. 아파트값이 한없이 오르듯이, 경제도 한없이 성장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다. 성장률이 둔화되고 저성장의 시대가 되었을 때 삽질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 생태계는 파괴되었다. 삽질론자들에게 있어서 자연은 그저 정복의 대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삽질의 결과는 처참했다. 이는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말해준다. 과연 이런 것을 후대에 남겨주어야 할까? 환경이 파괴되든 말든 개발만 한다면 상처난 국토를 물려줄 것이다. 자원이 고갈되든 말든 다 써버린다면 후대 남아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선대에서 다 써버리고 빚만 잔뜩 남겨주는 것과 같다.

 

이 땅은 우리만 사는 땅이 아니다. 후대 사람들도 살 땅이다. 상처 난 국토를 물려줄 수 없다. 탐욕에 눈이 멀어 삽질한 국토를 원상회복해야 한다. 그래서 사대강독립군들은 보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물은 흘러야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흘러야한다. 막히면 고이고 썩는다. 사람도 피가 돌지 않으면 장기가 파괴될 것이다. 기가 막히면 병이 생겨난다. 강물도 흘러야 산다. 강물은 흐르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그래서일까 영화에서는 “Let it flow”라는 노래가 흘러 나왔다. 영화를 위해 특별히 만든 노래라고 했다. 문자 그대로 흐르게 내비둬!”라며 절규하는 것 같았다.

 




영화가 끝나고 뒤풀이 행사를 가졌다. 정평불회원들이 참석한 자리에 두 기자를 모셨다. 음식을 들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대체 왜 이런 일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사대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십년을 하루같이 사대강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사대강에 설치되어 있는 보가 폭파되기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남들이 알아주건 말건 묵묵히 자신의 할 바를 다하는 사대강독립군들이다. 한 독립군이 말하기를 우리는 삽질한 것을 삽질합니다.”라고 했다.

 

 

2019-12-1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