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후기

나는 남에게 기쁨을 주는 삶을 살고 있을까?

담마다사 이병욱 2019. 9. 26. 13:56

 

나는 남에게 기쁨을 주는 삶을 살고 있을까?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살 날이 일년 남았다면, 아니 한달 남았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죽기 전에 해 보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다. 꼭 해 보고 싶은 것을 하나 하나 실천 했을 때 죽어도 원이 없을 것이다.

 

아침에 영화를 보았다. 케이블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걸려 든 것이다. 이전에도 한번 보았던 버킷리스트(The Bucket List)’이다. 검색해 보니 2007년 제작 된 것이다. 아침 뉴스가 끝나고 보기 시작한 것이 거의 9시가 되어 끝이 났다. 이전에는 건성건성 보았으나 이번에는 집중해서 보았다.

 




버킷리스트는 무슨 뜻일까?

 

버킷리스트라는 말을 들어 본 것은 2013년도의 일이다. 그때 당시 실크로드 여행을 했었다. 돈황, 투루판, 우르무치로 이어지는 천산북로 패키지 여행이었다. 멤버 중에 공기업 CEO로 은퇴한 사람이 있었다. 비행시간이 엄청나게 길어서 마일리지만으로도 여행이 가능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자기소개 시간에 여행계획을 발표했다. 죽을 때까지 가 보고 싶은 곳 60군데를 가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매철마다 나가야 한다. 매철마다 나가도 15년이 걸린다. 그런데 그 사람은 가야 할 곳 리스트를 이미 작성해 놓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자신의 버킷리스트라고 했다.

 

이전에도 버킷리스트라는 말을 들어 보았다.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몰랐다. 영어로 버킷(Bucket)이라는 말은 양동이를 뜻하는데 우리말로 해석하면 양동이리스트가 될 것이다. 백과사전을 찾아 보니 표의 각 요소라는 의미도 있다. 각 항목에 격납되는 데이터의 개수를 버킷사이즈라고 한다.


버킷리스트는 알고보니 컴퓨터용어이다. 프로그래밍이나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이기도 한 것이다. 영화에서 버킷리스트는 죽기전에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작성하여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두 명의 시한부 인생이

 

영화에서는 두 명의 시한부 인생이 등장한다. 한 사람은 부자이고 또 한사람은 평범한 보통사람이다. 둘은 병실에서 실험치료를 받다가 의기투합했다. 죽기 전에 해 보고 싶은 것을 해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리스트를 만들었다.

 

리스트를 보면 반드시 여행이나 즐길거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리스트에는 사심없이 생판 남을 도와주기와 같은 항목도 있다. 도중에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기도 한다. 부자가 딸과 화해하는 장면 같은 것이다.

 

부자와 보통사람은 매우 대조적이다. 부자는 무일푼으로 시작하여 억만장자가 된 사람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 편법이 없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주식이나 펀드 등과 같은 돈놀이로 억만장자가 된 부자가 된 것이다.

 

부자는 혼자 살고 있다. 가족이 모두 떠나고 홀로 밥을 먹고 홀로 즐기는 삶을 사는 것이다. 반면 보통사람은 비록 부유하지는 못하지만 삼대가 모이는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무엇보다 도덕적이다. 아내 이외 다른 여자와 자 본 적이 없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영혼의 저울에 심장을 달면

 

둘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보고 대화를 나누었다. 그것은 영혼의 심판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죽음의 신 앞에서 천국으로 갈지에 대하여 심판을 받는다고 한다. 영혼에 대한 심판 이야기를 들으니 이집트보물전이 생각났다. 2017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집트특별전을 본 것이다. 그것은 영혼의 저울에 대한 것이다.

 

고대 이집트사람들은 사후 영원한 삶을 믿었다. 그런데 영원한 삶을 얻기 위해서는 영혼이 깨끗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혼의 저울에다 심장을 떼어 내어 무게를 달았다. 벽화 설명문을 보면 “영원한 삶을 얻기 위해 죽은 이는 자신의 심장을 저울에 올려 놓고 정의를 상징하는 깃털과 무게를 잽니다. 만약 죄가 많으면 심장이 무거워지게 되고, 심장은 괴물 아무트(Ammut)에게 먹히게 되어 영원한 삶을 얻을 수 없습니다. 죄가 없으면 깃털과 균형을 이루게 되어 영원한 삶을 얻게 됩니다.”라고 되어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영원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심장이 깃털 보다 가벼워야 한다. 과연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부자들은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영화에서 보통사람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부자에게 당신은 삶을 살면서 남에게도 기쁨을 주는 삶을 살았습니까? 아니면 즐거움만 추구하는 삶을 살았습니까?”라며 넌지시 물어 보았다. 이런 질문에 부자는 답하지 못했다.

 

부자는 무일푼으로 시작하여 억만장자가 되었다. 오로지 돈만 바라보고 산 것이다. 그래서일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부자가 되었다. 가진 것이 돈 밖에 없는 부자는 오로지 즐기는 삶만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병들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부자는 이런 사실이 매우 받아들이기 힘든 것 같았다.

 

암이 걸렸을 때 5단계 심리상태를 거친다고 한다. 부자는 분노의 단계라고 했다. 만일 부자가 이대로 죽는다면 영혼의 저울에 심장을 달았을 때 깃털보다 무겁게 되어 괴물 아무트에게 먹혀 버리고 말 것이다. 내생이 있다면 악처에 떨어질 것임에 틀림 없다.

 

죽은 돈에 대하여

 

부자는 오로지 현실만 생각하는 현실주의자이다. 내생이니 천국이니 하는 말은 자신과 관련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중병이 걸려 죽음이 가까이 왔을 때 두려웠을 것이다. 문제는 재산에 대한 것이다. 막대한 재산을 남겨 두고 떠난 다는 것이 너무나 억울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돈에 대하여 죽은 돈이라고 했다.

 

부자가 말한 죽은 돈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잉여에 대한대한 것이 본다. 천문학적 재산을 가졌어도 그것은 장부상에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모았어도 다 쓰지도 못하고 사후에 가져 갈 수 없다. 그래서 죽은 돈이라고 했을 것이다. 만약 가져 간다면 행위()만을 가져 가게 될 것이다. 큰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 편법을 저지르고 남을 짓밟은 것, 남을 아프게 한 것 등 악업이 되기 쉽다.

 

일 하지 않는 즐거움

 

영화 버킷리스트 영화를 보자 20여년전에 읽었던 책이 생각났다. 책 이름은 일 하지 않는 즐거움이다. 그때 당시 북미 베스트셀러였다. 한국에서는 1997년에 발간되었다. 책 제목에 이끌려 구입했다.

 

책을 읽었을 때는 회사생활을 할 때였다. 직장에 매여 오로지 일에 묻혀 살던 시기였다. 책을 보았을 때 매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책에서는 일에 중독되지 말라고 했다. 그 대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라고 했다.

 

책대로 하면 회사생활을 할 수 없다. 자유직업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일까 책의 서문을 보면 이 책을 읽고 어떤 결정을 하시든 그것은 오로지 독자의 책임입니다. 저자와 출판사는 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남겨 놓았다. 책을 읽고서 사표 쓰는 일어나도 저자와 출판사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 놓은 것이다.

 

책에서는 하루 일과 중에 반만 일하고 반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했다. 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책에서는 악기연주, 악기배우기, 걷기, 뛰기, 자원봉사, 자신을 위한 식사준비하기, 요리배우기 등 백 지 가량되는 항목을 소개하고 있다. 어쩌면 버킷리스트와 같은 것이다. 영화가 2007년에 개봉 되었으니 영화보다 5-6년 일찍 나온 것이다.

 

갑자기 시간부자가 되었을 때

 

일하지 않는 즐거움에는 백 개 가까운 항목이 있다. 그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책쓰기, 일기쓰기, 만화그리기, 자서전쓰기 등 글쓰기에 대한 것이다. 이와 같은 글쓰기는 그때 당시 나와 무관한 것으로 보았다. 글이라는 것은 소설가나 기자 등 전문가의 영역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삶에 변화가 생겼다. 2005년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게 된 것이다.

 

2005년 이후 일인사업자로서 삶을 살고 있다. 그때 당시 일하는 날 보다 노는 날이 더 많았다. 갑자기 시간부자가 된 것이다.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전에 읽었던 책 일하지 않는 즐거움이 생각났다. 그 중에서도 글쓰기가 떠 올랐다. 책에서는 책을 읽고서 직장에 사표내도 책은 책임이 없다라는 취지로 써 놓았는데, 마침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책대로 살고 싶어진 것이다.

 

시간이 철철남아서 인터넷을 가지고 놀았다. 2005년 당시 인터넷이 크게 활성화 되어서 블로그만들기가 유행했다. 클릭 몇 번 하면 쉽게 블로그를 만들 수 있었다. 시간이 남아 돌아서 시간도 때울 겸 글을 썼다.

 

이전에 글을 한번도 쓴 적도 없고 글을 배운 적도 없다. 그저 그날 가장 인상 깊었던 일에 대하여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솔직하게 써 보았다. 지금까지 13년 째 쓰고 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은 약 5천개에 달한다. 어쩌면 이것도 버킷리트 중의 하나에 해당될 것이다.

 

영혼이 깃털처럼

 

영화에서 말미에 보통사람이 한 말이 있다. 먼저 떠나는 보통사람은 부자에게 인생의 즐거움을 찾게.”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인생은 짧다. 즐기며 살아라!”라는 말이 아닐 것이다. 인생의 즐거움이라는 것이 단지 감각적 즐거움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을 의미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라!”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부자에게 있어서 인생은 오로지 현세적인 것이었고 오로지 감각적으로 즐기는 삶이었다. 친구의 마지막 조언을 들어서일까 부자에게도 변화가 왔다. 연을 끊고 살다시피 한 딸과 재회 하여 화해 했다. 이후 부자의 삶은 어떠했을까?

 

부자는 81세까지 살았다. 실험치료에서 만난 친구는 66세에 암으로 죽었다. 그와 비슷한 또래였기 때문에 시한부 선고를 받고서도 15년 가량 더 산 것이다. 부자는 그 기간 동안에도 옛날에 했던 것처럼 감각적 즐거움만 추구하며 살았을까? 변화가 있었을 것임에 틀림 없다. 남은 생 동안 최선을 다 해 살았을 것이다. 하루를 일생처럼 15년 살았다면 영혼이 깃털처럼 가벼워졌을지 모른다.

 

나는 남에게 기쁨을 주는 삶을 살고 있을까?

 

누구나 바라는 것이 있다. 죽기전에 해 보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다. 지금 상황이 안되어서 지금 못하더라도 죽기 전에는 반드시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과감하게 탈출해야 한다. 무기력한 삶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서 버킷리스트는 어떤 것일까?

 

아직까지 별도로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꼭 한번 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부처님 가르침 그대로 살고 싶은 것이다수행자로 사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영화에서는  당신은 삶을 살면서 남에게도 기쁨을 주는 삶을 살았습니까?”라고 했다. 과연 지금 나는 남에게 기쁨을 주는 삶을 살고 있을까?

 

 

2019-09-2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