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스스로 먹이를 찾아 생태계의 일원이 되는

담마다사 이병욱 2020. 3. 23. 11:44

 

스스로 먹이를 찾아 생태계의 일원이 되는

 

 

이른 아침에 고양이를 보았다. 사람들은 도둑고양이라고 한다. 왜 도둑고양이라고 할까? 도둑질하기 때문에 도둑고양이라고 할 것이다. 주지 않는 것을 가져 가는 행위에 대하여 도둑질로 보는 것이다. 집에서 살지 않고 주인없이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지칭하여 도둑고양이라고 하는 것이다. 과연 도둑이라는 명칭을 붙여 주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동네에서 고양이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람이 사는 은밀한 곳에 숨어사는 것이다. 먹이를 어떻게 구하는 것일까? 아마도 쓰레기통을 뒤질지 모른다. 그러나 쓰레기분리수거로 인하여 먹이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먹이를 주지 않는다면 고양이는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고양이를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다. 대체 고양이는 무엇을 먹고 사는 것일까?

 

오랜만에 학의천을 걸었다. 일요일 오전 느긋한 마음으로 일터로 향했다. 일터로 가는 길에 고양이를 보았다. 흔히 말하는 도둑고양이다.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포스는 당당하다. 매서운 눈매는 고양이과 동물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날렵하고 유연한 모습이다. 여러모로 애완견과 비교된다.

 




일터로 가는 길, 학의천 길에 플레카드를 하나 보았다. 안양시에서 만든 것이다. 플레카드에는 놀랍게 야생동물에게 먹이 주지 마세요라고 써 놓았다. 스스로 먹이를 찾아 생태계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이런 구호는 신선한 충격을 준다. 아직까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면 개체수가 늘어날 것이다. 시에서 먹이를 주지 말자고 하는 것은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일 수 있다. 고양이에게 먹이를 준다면 고양이 개체수는 엄청나게 불어날 것이다. 비둘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야생에서 사는 동물은 먹이를 주지 않아도 스스로 살아 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 먹이를 찾는 것에 대하여 생태계의 일원이 된다고 하는 것이다.

 

스스로 먹이를 찾아야 한다. 남이 주는 먹이에 의존하면 개나 돼지나 다름없다. 우리에 갇힌 사자나 호랑이도 사육사가 던져 주는 고기에 의존한다면 개나 돼지와 동급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모에게 의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년이 되었음에도 부모에게 의지하며 살아간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선진국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보호자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멀쩡한 사람이 부모에게 의지해서 살아 갈 때 인간생태계의 일원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불로소득에 의지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했다. 스스로 먹이를 찾아 생태계의 일원이 되라고 했다. 그럼에도 계속 먹이를 준다면 개나 돼지를 만드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밖에 나가면 생존할 수 없는 애완견과 같은 신세가 되는 것이다.

 

스스로 먹이를 찾는 것은 생존하기 위한 것이다. 먹이를 찾지 못하면 굶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먹이를 찾아야만 할 것이다. 고양이는 누군가 먹이를 주지 않아도 생존해 간다. 스스로 먹이를 찾아 생존한 모습은 보기에도 좋다. 그래서 포스가 당당한 것 같다.

 

일인사업자로 삶을 살고 있다. 흔히 말하는 자영업자이다. 요즘 코로나19 영향이어서일까 일감이 뚝 끊겼다. 벌어 놓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연금이 나오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전화가 걸려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키워드 광고하는 것이 영업이기 때문에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마침내 전화가 걸려 왔을 때 귀인(貴人)을 본 것처럼 반가울 것이다.

 

일인사업자의 삶은 먹이를 찾아 헤매는 야생의 삶과 같다. 이전에 월급생활자로 산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그러나 야생의 삶이 더 낫다.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월급 받는 재미로 살다 보면 세월만 흘러갈 뿐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 지난 세월 월급생활자로 산 20년이 그랬다.

 

일인사업자로 이제 15년째 살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삶이다. 처음에는 살기 힘들었으나 차츰 적응이 되어 갔다. 일감이 있으면 일을 하고 일이 없으면 놀아야 한다. 노는 시간에 글을 썼다. 월급생활자로 살았다면 어림없는 일이다. 스스로 먹이를 찾아 인간생태계의 일원이 된 것 같다. 오늘 아침에 본 야생고양이의 포스가 늠름해 보였다.

 

 

2020-03-2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