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2007년도에 작성된 글을 소환하며

담마다사 이병욱 2020. 3. 19. 10:49

 

2007년도에 작성된 글을 소환하며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렇다. 살고 있는 지역은 십년전과 비교하여 스카이라인이 달라졌다. 집에서 일터로 가는 길에 보는 풍광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학의천을 건너서 굴다리로 향하는 길에 늘 보았던 안양7동은 이제 5천세대 가까이 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재개발되었다. 철거에 반대하여 이곳저곳에 붙어 있던 플레카드는 온데간데 없고 이제 고급아파트단지가 되어 있어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하다.

 

십년을 하루 같이 살고 있다. 그것은 글을 남기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매일 올리는 글을 책으로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13년전 글을 소환했다. 2007년 쓴 글이다. 진흙속의연꽃 2007’이라는 이름으로 된 책의 목차는 모두 165개에 530페이지에 달한다. 지금으로부터 13년전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글에서 멀쩡한 산 하나를 날려 버리는 판교개발현장’(2007. 01.22)라는 제목이 있다. 성남에 다녀오다 판교 개발현장을 보면서 느낀 점을 쓴 글이다. 이에 대하여 자본의 힘이라고 했다. 그래서 판교개발현장을 보면 성장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얼마나 우리의 정신을 황폐화시키고 멀쩡한 산 하나를 날려 버리는 환경파괴의 주범인가를 알 수 있다.”라고 끝을 맺었다. 또 그때 글에서 판교는 로또와도 같다고 했다. 그때 당시 시대상황을 반영한 말이다.

 

2007년이라면 노무현정부시절로 부동산 광풍이 불던 시기였다. 모두 다 부동산에 올인하는 시대여서 판교만 당첨되면 로또에 당첨된 것과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언론과 방송에서 부추긴 투기심리들이 혼합되어 오늘도 힘차게 산 하나를 깔아 뭉게고 있는 중이다.”라고 글을 썼다.

 

그 후 판교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2007년 당시가 부동산 투기가 정점이었다는 것이다. 마치 주식시장에서 시세분출한 것과 같다. 그 다음은? 내리막길이다. 판교광풍이 불고 난 다음 부동산은 내리막 길을 걸었다. 하우스푸어라는 말도 나왔다. 엄청난 투기자본이 몰려서 산을 하나 통째로 날린 것이다. 그곳에 지금은 아파트단지가 건설되어 있다. 옛날 그 자리가 산이 있던 곳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2007년도의 글에서 주가지수1700시대에’(2007.06.02)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그때 당시 주가지수가 1700을 돌파했을 때 느낌을 쓴 글이다. 이에 대하여 매스콤에서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 한 이야기와 시가총액이 1조 달러에 육박했다.”라고 썼다. 주식을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쓴 것이다.

 

과거에 주식을 했다. 그렇다고 전문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여유돈을 재미삼아 한 것이다. 그러나 결국 고통이었다. 욕망을 통제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주식은 욕망이 투영된 공인된 집단오락장 내지 공인된 투기장이라고 했다. 글에서 결론적으로 결국 제로섬게임이고 남는 것은 회한과 아쉬움뿐이다.”라고 썼다.

 

2006년 이후 한번도 주식투자를 해 본 적도 없고 관심 가져 본 적도 없다. 오로지 글만 썼을 뿐이다. 그런데 어제 뉴스를 보니 1700선이 붕괴되었다고 한다. 십년만의 일이라고 했다. 13년전에는 주가지수가 1700을 돌파했다고 흥분했었는데, 이제는 1700선이 붕괴되었다고 한탄하는 것이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20대들이 이번 폭락장을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쓰라린 패배만 맛볼 뿐이다. 욕망이 통제되어 있지 않다면 선배들이 가던 똑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욕망의 허망함을 보아야 멈출 것이다. 주식투자하지 않고 살기를 잘 했다고 본다.

 

2007년도 최저임금은 얼마였을까? 목차를 보니 시간당 최저임금 3,480원의 힘겨운 삶’(2007. 10. 13)라는 글이 눈에 띈다. 그때 당시로부터 1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최저임금은 얼마일까?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8,590원이다. 2007년 당시와 비교해 보면 2.4배가 올랐다.

 

현정부에서는 최저임금 만원을 공약하고 있다. 이렇게 최저임금이 두 배 이상 올랐음에도 일인사업자의 견적단가는 변함이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핀당 PCB설계가는 천원이다.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은 더 깍아 달라고 한다. 그래서 형편에 따라 900원에 하기도 하고, 800원에 하기도 한다. 심지어 하청단가 700원에 해달라고 하는데도 있다. 물가는 모두 올랐는데 견적단가는 13년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이다.

 

블로그는 한보통불자의 삶의 기록이다. 하루 일과 반을 투자하여 글을 썼다. 지금도 여전히 쓰고 있는 중이다. 어제는 무리한 것 같다. 쓰다보니 하루종일 쓴 것 같다. 아침 9시부터 시작하여 오후 5시까지 집중했으니 하루일과 대부분을 글쓰기로 보낸 것이다. 쓰고나니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린 것이다. 그러나 글로서 남아 있다. 돈은 벌어도 남아 있지 않지만 한번 써 놓은 글은 남는다. 그래서 글쓰기를 사랑하는지 모른다.

 

13년전 쓴 글을 소환하여 하나의 책으로 만들었다. 두 권 만드는데 5만원 들었다. 문구점에 인쇄와 제본 의뢰한 것이다. 돈이 들어 갔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다. 책으로 만들어 놓으면 남기 때문이다. 5만원짜리 한상 거하게 차려 놓으면 남는 것이 없지만 한번 책으로 만들어 놓으면 닳아 없어지기 전까지 남는다.

 

2007년도 작성된 글을 보면서 보면서 한편으로 부끄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충만하기도 하다. 무식한 것이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이, 일단 써 놓고 본 것이 남아 있는 것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마구 흘러 가는 시간을 붙들어 매 놓은 것 같다.

 

 

2020-03-1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