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만(灣)의 정자에서 토끼섬을 보니

담마다사 이병욱 2020. 6. 29. 19:08

 

()의 정자에서 토끼섬을 보니

 

 

수종사 전망대에서 본 한강은 최상의 풍광을 자랑한다. 직접 강변에 가 보고자 했다. 가장 흔하게 가는 곳은 양수리 두물머리이다. 관광지화 되어 있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양수리 두물머리를 피하여 다산생태공원으로 향했다. 더 아래쪽에 있다. 한번 와 봤던 곳이다. 재작년 겨울 금요니까야강독모임이 정혜사에서 열렸다. 그때 다산생태공원을 산책한 바 있다. 겨울이었음에도 풍광이 좋았다. 삶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힐링해 주기에 충분했다.

 

 

도시는 선이다. 도시는 각이다. 선과 각으로 이루어진 도시는 날카롭다. 조금만 방심하면 베일 수 있다. 늘 긴장해야 한다. 속도를 내야 한다. 늦게 가면 빵빵거린다. 도시는 치닫는 삶이다. 상수원보호구역에 오니 모든 것이 정지된 듯했다. 강물만 넘실 댈 뿐 고요하다. 모든 것이 곡선이다. 선도 없고 각도 없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다산생태공원을 거닐었다. 6월도 말이어서 녹색의 세상이다. 강변에는 연밭이 있다. 강과 연이 이루어져서 연의 바다가 된다. 바람이 불면 연은 흰속살을 드러내며 파도친다.

 

 

안내판을 보니 토끼섬이 보였다. 재작년 겨울 보았던 바로 그 섬이다. 그때 여름에 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라며 생각했었다. 마침 그날이 온 것이다.

 

걷기에는 먼거리이다. 차로 이동했다. 비포장 산길을 이용했다. 오프로드의 진수를 맛보았다. 사람들이 모르는 길이다. 오로지 토끼섬을 보고자 달렸다.

 

토끼섬은 많다. 전국에 수많은 토끼섬이 있다. 두 강이 만나는 곳에도 토끼섬이 있다. 섬인듯 아닌듯 보이지만 한곳에서 보면 분명 섬이다. 왜 토끼섬이라 했을까? 알 수 없다.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서 이름이 된 것이다.

 

 

마치 만()처럼 생긴 움푹 패인 끝자락에 정자 하나가 있다. 정자에서 바라본 풍광은 안정적이다. 만의 앞에는 연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만 옆에는 토끼섬이 있다. 만 너머에는 바다처럼 너른 큰 강이 있다. 만으로 되어 있어서일까 아늑한 느낌이다. 다산 선생이 살았다면 이곳에 정자를 지어 놓고 사시사철 풍광을 즐겼을 것 같다.

 

 

정자를 발견한 것은 행운이다. 외진 곳 막다른 곳에 있어서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다. 만의 끝자락에 정자가 있다. 출입금지된 곳이다. 그러나 들어 갈 수 있다.

 

정자에 앉았다. 사방은 조용하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6월 말 따사로운 햇살에 온통 초록세상이다. 잠시 좌선했다. 눈을 감고 몇 분 앉아 있었다. 눈을 뜨니 새로운 세상이 된 듯하다. 늘 보던 것도 눈을 감았다 뜨면 달리 보인다. 초여름 강렬한 햇볕에 눈을 뜨니 풍광이 전혀 달라 보였다. 순간적으로 다른 세상에 있는 듯했다.

 

정자에 앉아 있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살랑이는 바람에 낮잠이라도 잔다면 왕이 부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곳에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만사 잊어버리고 자연의 리듬대로 사는 것이다.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누가 이곳에 정자를 만들어 놓았을까? 강변 별장을 가진 돈 많은 사람들이 풍광을 즐기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일까? 새로운 발견이다. 앞으로 종종 찾게 될 것 같다.

 

오래 머물지 못했다. 30분도 앉아 있지 못하고 떠났다. 사진으로 남겨 놓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남겨 놓았다.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하면서.

 

 

2020-06-2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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