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밤이 깊으면 새벽이

담마다사 이병욱 2021. 5. 9. 10:02

밤이 깊으면 새벽이


지금은 새벽 두시 반, 산골짝 밤은 길기만 하다. 어제 저녁 어둠이 내려 앉은 이후 내리 계속 밤이다.

도시의 불빛도 도시의 소음도 나지 않는다. 통나무집에 TV가 있지만 켜지 않았다. 지금 이 시각 오로지 스마트폰 하나에 의지해 똑똑 쳐본다.

모두다 잠든 가운데 깨 있기가 미안하다. 원룸에 홀로 깨어 이렇게 사유해 본다. 소리없이 사부작사부작 자판을 치면서.

숲속 밤하늘엔 별도 달도 보이지 않는다. 칠흑처럼 어둠만 있다. 도시에서 볼 수 없는 깊은 어둠이다. 광막한 어둠이라 해야 할것이다. 밤비행기에서 보는 끝을 알 수 없는 검음처럼.

어둠이 절정이다.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은 칠흑이다. 그러나 안심이다. 어둠이 서서히 물러갈 시간이 다가 오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얼마 남지 않았다. 해가 갈수록 길어지고 있는 이때 여명이 밝아 올 것이다. 그러면 숲은 서서히 잠에서 깰 것이다.

 


자판을 치다보면 시간이 잘 간다. 몰두 하다 보면 두세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글 하나 남기고서.

앞으로 두 시간 지나면 동이 틀 것이다. 어둠이 물러가고 새날이 시작된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온다. 인생도 그랬으면 좋겠다. 숲속의 새벽은 어떤 것일까?

2021-05-09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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