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아침햇살이 참 눈부시다

담마다사 이병욱 2021. 5. 9. 10:03

아침햇살이 참 눈부시다

슾속에 아침이 밝았다. 마침내 새벽이 어둠을 몰아 내었다. 밤과 낮은 바뀐다. 낮이 밤이 되고 밤이 낮이 되어 세월이 흘러 간다. 밤낮이 수없이 바뀌다 보니 청춘이 나를 버렸다. 중년도 나를 버렸다. 이제 노년이 나를 맞이하고 있다. 나는 세월에 등 떠밀려 온 것일까?

통나무집을 나섰다. 밖에 나오니 먼저 세찬 물소리가 들린다. 이어서 이름 모를 산새 소리가 들려 온다. 공기가 상쾌하다. 도시에서 맛볼 수 없는 상쾌함이다. 가리왕산 방향으로 향했다.

 


왜 가리왕산이라고 했을까? 산이 그렇게 불러 달라고 한적이 없음에도 사람들은 가리왕산이라고 부르고 있다. 퍼뜩 생각난 것이 있다. 그것은 금강경에 나오는 가리왕이다. 부처님이 보살로 살 때 부처님의 신체를 갈기갈기 찢은 가리왕을 말한다. 그 가리왕일까?

가리왕산은 깊고 깊은 산중에 있다. 통나무 집이 있는 곳은 옛날 심마니들의 산막이 있었던 곳이다. 심마니는 온데간데 없다. 도시에 지친 자들이 하루밤 머물다 떠나는 숲속의 힐링 센터가 되었다.

 


히말라야 설산만 장엄한 것은 아니다. 아침햇살에 비치는 가리왕산도 장엄하다. 산하대지 산천초목을 환하게 비출 때 연두빛 세상은 설산 못지 않다.

차가 다닐 수 있는 임도를 따라 가 보았다. 앞을 바라보니 산이 지붕처럼 있다. 하늘 아래 있는 것 같다. 그때 갑자기 해가 불쑥 나타났다. 연두빛 초목이 찬란하게 빛나는 것 같다. 마치 야니(Yanni) 오케스트라 연주음이 들려 오는 것 같다.

 


임도를 따라 계속 나아갔다. 스마트폰도 터지지 않는다. 완전히 세상과 고립된 곳이다. 들리는 건 계곡의 세찬 물소리와 이름 모를 새소리 뿐이다. 세상과는 완전히 차단 된 곳에 와 있다. 사람들로 부터 해방이고 이데올로기로부터 해방이다.

자연은 경이롭다. 자연 앞에서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되었을 때 외경이 일어난다. 외경은 숭고함이 된다. 압도적인 경관에서는 수학적 숭고함이,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는 역학적 숭고함이 있게 된다. 그럼 가리왕산의 아침은? 아침햇살이 참 눈부시다.

 


2021-05-0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