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한 죽음을 준비하자
오늘도 찬란한 태양이 떠 올랐다. 어제 죽었던 태양이 부활한 듯하다. 대장도에서 바라본 태양은 어제 사몰한 바로 그 태양이었다.
남쪽으로 떠났다. 코로나시기 임에도 경차에는 사람을 가득 태우고 고군산군도로 향했다. 단지 멀리 떠나 보고 싶어서 가족과 함께 했다.
팬션의 아침이 밝았다. 아침을 이대로 보낼순 없다. 해맞이 하러 바다로 갔다. 다시 솟아오른 태양을 보자 희망이 생겼다. 나도 죽지 않고 살아 있었던 것이다.
오로지 선과 각으로 이루어진 도시에 살다가 군도에 오니 새로운 세상이다. 어제 저녁때 본 군도는 가히 ‘서해의 하롱베이’라 할 만하다. 대장봉에서 본 풍광은 신선이 노닐던 곳임을 증명하는 것 같다.
고군산군도의 종착지는 대장도인 것 같다. 군도는 대부분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차는 대장도로 향한다. 오락프로 ‘그 섬에 가고 싶다’에 나오는 그 섬이다.
어제 해발 142미터 대장봉에 올랐다. 해가 넘어 가는 것을 보고자 가파른 길을 올랐다. 마치 임종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자 찾아 가는 것 같다.
태양은 가없는 서쪽 하늘에 걸쳐 있다. 수평선과 거리는 점차 좁혀 진다. 일몰이 가까울 수록 석양의 하늘은 벌겋게 달구어져 진다. 마지막 불꽃이 화려하다고 말한다. 불덩이가 쟁반만하게 되었을 때 최고조에 이르렀다.
벌건 불덩이가 수평선에 맞닿았다. 수평선 아래로 쑥쑥 내려 가는 모습이 보인다. 반쯤 잠겼을 때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 무엇이든지 반을 넘기면 그 다음 부터는 가속도가 붙는 것 같다. 수평선에 걸린 태양도 그랬다. 반쯤 잠긴 태양은 이후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가라앉고 말았다. 마침내 완전히 가라앉아 사라졌을 때 “아!”하고 탄식했다. 사람들은 임종을 보는 것처럼 나직이 탄식했다.
태양이 죽었다. 그러나 기운은 남아 있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한다. 하산길은 손전등을 필요로 할 정도로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밤이 찾아온 것이다.
사람들은 해돗이 할 때 “야!”하며 탄성한다. 반대로 해넘이 할 때는 “아!”하며 탄식한다. 태양의 일생에 희비가 갈리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면서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부고를 받았을 때 죽은 나이와 현재 나의 나이를 빼 보면 남은 기대수명을 알 수 있다.
기대수명 반절을 넘긴지 오래 되었다. 이제 지는 태양과 같다. 서쪽 하늘에 떠 있는 태양처럼 낙하는 가속화될 것이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지체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노인의 건강은 건강이 아니라고 했다. 오늘 건강하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 내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항상 주의기울여 살아야 한다. 이제 장엄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서녘을 벌겋게 달군 일몰의 태양처럼.
오늘 또다시 태양이 떠 올랐다. 어제 죽었던 태양이 다시 부활했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전개될까?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또다시 시동을 건다.
2020-09-2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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