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인간은 자연 앞에서 티끌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0. 10. 20:20

인간은 자연 앞에서 티끌

 

 

고래바위계곡에 왔다. 가을철 들어 처음 찾는다. 내비산 산림욕장 입구에서 산 하나만 넘으면 계곡이 나온다.

 

처음에는 우리계곡이라고 했다. 20여년 전의 일이다. 우리들이 노는 계곡이라 해서 그렇게 이름 붙인 것이다. 요즘은 고래바위계곡이라 부르고 있다.

 

 

우리계곡에서 조금 더 아래로 내려 가면 암반계곡이 나온다. 그곳에 고래형상을 한 바위를 발견하고 나서부터 고래바위계곡이라 부르고 있다. 지도에도 없는 계곡이다. 그런데 최근 이름이 붙여진 것을 발견했다. 이정표 팻말에 관양계곡이라 한 것이다. 누가 이름을 붙였을까? 우리계곡 또는 고래바위계곡이라 이름 붙여 사용했는데 관양계곡이라니!

 

 

고래바위계곡은 별유천지비인간이다. 산 하나만 넘으면 완벽한 도시탈출이다. 이런 이유로 사시사철 찾는다.

 

계곡에 가면 아지트가 있다. 암반계곡이 시작되는 곳에 있는 너럭바위를 말한다. 자리를 깔고 앉아 있으면 별세계에 와 있는 듯하다. 암반에 푸른 소나무는 한폭의 동양화 같다. 차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가끔 등산객이 지나가지만 이내 고요해진다. 신선이 된 것 같다.

 

 

계곡은 코로나 무풍지대이다. 코로나는 인간세상에서의 일이다. 코로나가 창궐하건말건 언제나 변치 않고 그 자리에 있다. 변하는 것은 인간이다.

 

계곡의 바위는 천년, 만년 지나도 그대로 있다. 백년이 지나면 현재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백년 후에 이 암반계곡 너럭바위에서 누군가 앉아 있을지 모른다. 백년 전에 이 너럭바위에 누가 앉아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곡은 무심하다. 계곡은 무관심할 뿐이다.

 

 

계곡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고래바위도 그 자리에 있다. 생명이 있는 것들만 변한다. 바위는 움직임이 없다. 생명 있는 것 들만이 움직인다. 그러나 움직임은 일시적이다. 자리를 뜨면 계곡은 정지화면처럼 될 것이다. 생명 있는 것들이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이다.

 

고래바위계곡 너럭바위에 앉아 있다. 모든 것이 변함없이 그대로 있다. 갑자기 한무리의 등산객 중의 한사람이 내 인생에 태클을 걸지마~”라며 유행가를 크게 부르며 지나간다. 고요한 계곡에 파문이 이는 것 같다. 지독한 불협화음을 보는 것 같다. 자연은 말없이 있는데 생명 있는 것들이 도발하는 것 같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가 되었을 때 조화롭다. 인간은 자연 앞에서 티끌이다. 인간이 자연과 불화합하는 한, 인간은 자연 앞에서 바이러스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을 오염시키고 훼손하기라도 한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한 것이다.

 

등산객이 지나가자 다시 고요해졌다. 자연은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말이 없다. 이전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그럴 것이다. 백년도 못사는 인생이 자연 앞에서 경솔할 때 재난이 일어날 것이다.

 

 

2020-10-1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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