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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권 한국불교백년대계 I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0. 30. 09:22

 

15권 한국불교백년대계 I

 

 

참여라는 말은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각자 자신이 처한 위치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가 진보적이라면 기득권에 참여하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볼 것이다. 반면 그가 보수적이라면 그가 개혁적 그룹에 참여하는 것에 대하여 역시 부정적으로 볼 것이다. 불교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불교에도 보수와 진보그룹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블로그에 글만 쓰다가 불교세상에 나와 보니 알게 되었다. 물론 교계 신문사이트를 통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출사표(出師表)가 있다.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왕에게 올린 일종의 결의문 같은 것이다. 전장에 나가기 전에 올리는 글을 말한다. 요즘에는 정치인들이 출마결심을 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블로거가 불교세상에 나가게 되었을 때 출사표를 쓴 기분이었다.

 

블로거에게 첫출사표는 미디어붓다에 칼럼을 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152월의 일이다. 그때 당시 이학종선생이 미디어붓다 대표기자로 있었을 때이다. 한국판 허핑턴포스트가 되고자 했던 미디어붓다에서 필진이 되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후 24개월 동안 진흙속의연꽃의 불교이야기라는 칼럼을 130편 올렸다.

 

한번 세상에 발을 들여 놓게 되자 계속 들여 놓게 되었다. 이를 타락이라 볼 수 있을까? 오로지 집과 사무실만 오가며 글만 썼었는데 불교라는 제도권 또는 비제도권에 발을 담근 것이 순수성을 해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분명한 사실은 이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이다. 이후 각종 불교모임에 참여하고 소용돌이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두번째 출사표는 대중공사에 참여한 것이다. 20164월의 일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도법스님이 마련한 토론마당을 말한다. 스님과 재가불교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불교현안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자는 것이다.

 

사부대중공사에 참여하게 된 것은 허정스님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천장사 주지로 있었는데 불교박람회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불교활동가들 대부분은 대중공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종단에서 주최하는 것으로 어용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참여한 것은 재가불교활동이 전무한 상태였고 허정스님과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번째 출사표는 정의평화불교연대(정평불) 사무총장을 맡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184월의 일이다. 재가불교활동모임을 갖게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가불교활동가들을 알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특히 정평불사무총장 재임 2년 동안은 매우 격렬한 시기였다. 불교개혁에 대한 요구가 최고조에 이른 시기로서 대규모시위가 벌어 졌다. 이 모든 것을 블로그에 기록해 두었다.

 

불교세상에 출사표를 던졌다. 불교세상에 나온지 이제 5년이 되었다. 수십년 불교활동을 한 활동가들 입장에서 본다면 매우 짧은 기간에 지나지 않는다. 삼사십년 불교활동을 하며 ” “아우또는 선배님” “후배하며 형제처럼 지낸 활동가들 입장에서 본다면 갑자기 나타난 사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듣보잡이라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에도 실려 있지 않은 속어이다. 이는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는 뜻이다. 어쩌면 블로거는 불교활동가들 세상에서 듭보잡인지 모른다. 좀 더 점잖게 표현하면 듣보자라 할 것이다. 이는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블로그에서 글만 쓰다가 세상에 나갔을 때 사람들은 관심을 많이 보였다. 블로그에서는 실명도 공개하지 않고 얼굴도 공개하지 않고 오로지 필명 진흙속의연꽃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썼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알려지면 시시해지는 법이다. 마치 얼굴도 모르고 펜팔하다가 직접 만나 보고서 실망하는 것과 같다. 그럴 경우 차라리 만나지 않았다면 환상이라도 가지고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블로거가 불교세상에서 현실참여 했을 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대부분 불교운동권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듣보자였을 것이다. 실체를 알아서일까 이제 더 이상 관심 보이는 것 같지 않다. 이상과 현실은 다른 것이다. 글만 보고서 판단했던 것과 현실의 모습에서 괴리를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페이스북친구를 보면 실체를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들이 좋아요추천을 해주고 댓글을 달아준다. 아마 만남을 가지면 실망하고 말 것이다.

 

매일매일 글을 쓰고 있다. 좋은 생각이 떠 올랐다고 해서 쓰는 것도 아니다. 기분 좋으면 쓰고 기분이 좋지 않으면 쓰지 않는 것이 아니다. 좋은 생각과 관계 없이, 기분과 관계 없이 매일매일 의무적으로 쓴다. 특히 모임이나 사건 같은 것은 좋은 글쓰기 소재가 된다. 재가불교활동 한 것 역시 좋은 글쓰기 소재에 해당된다.

 

두번째 출사표라 볼 수 있는 대중공사에 참여한 기간 동안 글쓰기 한 것이 있다. 이를 한국불교백년대계라 하여 블로그에 방을 하나 마련하여 글을 모아 놓았다. 2016년부터 쓴 것으로 2020년 현재 173개의 글을 올려 놓았다. 한국불교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에 대하여 불로거의 생각을 적어 놓은 것이다.

 

한국불교백년대계 방에 있는 글 중에서 2016년 글만 따로 모았다. 목차를 만들어 보니 모두 51개에 달한다. 불교에 정식으로 입문한지 불과 12년 만에 쓴 것이다. 불교활동가로 산 경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쓴 것이다. 어쩌면 이상론인지 모른다. 그것은 불교의 현실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초기경전을 보면 볼수록 불교현실은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부대중공동체의 롤모델로서 스리랑카 사부대중불교공동체 ‘ACBC(All Ceylon Buddhist Congress)’를 주목하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왜 승단과 교단으로 분리 되어야 하는가? 사부대중공동체에서 재가불자의 역할’(2016-04-19)라는 제목을 기록을 남겼다.

 

 

스리랑카 사부대중불교공동체 ACBC에 대하여 나름대로 조사하고 연구해 보았다. 그것은 교단과 승단의 분리를 전제로 한 것이다. 여기서 교단은 사부대중의 교단을 말하고, 승단은 비구와 비구니의 이부대중 승단을 말한다. 스리랑카의 ACBC는 이런 구조로 되어 있다.

 

교단과 승단으로 분리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가장 큰 이점은 불교가 청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님들이 소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스님들이 재정을 맡지 않음을 말한다. 재정뿐만 아니라 교단의 운영도 맡지 않는 것이다. 교단의 재정과 운영은 재가의 전문가들이 맡는 것이다. 사부대중의 교단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스님에게 사찰의 운영과 재정에서 손을 떼라고 하면 반발할 것이다. 마치 손과 발을 자르는 것과 같다고 볼 것이다. 더구나 재가전문가가 사찰을 운영하고 재정관리한다면 재가자에게 예속된다고 보는 스님들도 있다. 더구나 재가자의 부정을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재가자가 운영과 재정을 맡더라도 감독은 스님들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단에서는 재가자가 운영하고 스님이 감사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면 부정이 끼여들 여지는 없다. 이는 스님이 사찰 운영과 재정을 독점함으로 인하여 폐해를 막아 보자는 것이다.

 

교단과 승단으로 분리가 된다면, 스님들은 교단에서는 재가자를 감시하는 감독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데 스님들은 승단에도 속해 있다는 것이다. 승단은 비구와 비구니의 공동체에기 때문에 재가자들이 끼여들 틈이 없다. 승단에서는 오로지 수행과 포교에만 전념하면 된다.

 

불교활동 경력이 짧은 블로거가 한국불교백년대계를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이상론적인지 모른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20161년 동안 불교계에서 일어났던 것을 보니 속된말로 도로아미타불이었다. 백인대중공사라 하여 마치 무언가 이루어질 것처럼 잔뜩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총무원장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간선제로 뽑았다. 그럼에도 기록을 남겼다.

 

2016년 한해 동안 활동한 것을 책으로 내고자 한다. 오랜세월 수십년 동안 ” “아우하며, 또는 언니” “동생하며 지낸 불교활동가들 입장에서 본다면 듣보자의 기록이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스리랑카의 ACBC처럼 한국판 AKBC를 기대한다. 어느 때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사부대중의 교단과 이부대중의 승단으로 분리되어서  'AKBC(All Korea Buddhist Congress)’가 출현되길 기대해 본다.

 

15권 한국불교백년대계 I.pdf
6.29MB

2020-10-3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