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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권 진흙속의연꽃 2009 II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1. 23. 10:59

16권 진흙속의연꽃 2009 II

 

 

라떼라는 말이 유행한다. 커피라떼도 있지만 라떼말야의 라떼도 있다. 이는 나 때는 말이야라는 뜻이다. 커피라떼가 어떻게 왕년을 뜻하는 말로 변하였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어감이 비슷해서 일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왕년에 내가 말이야로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영광스러웠던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다. 주로 나이 든 노인들에게서 볼 수 있다. 나이를 먹으면 과거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재에 살고 있지 않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을 때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그래서 젊은 사람을 보면 라떼말야라고 하는데, 이렇게 말하면 꼰대라는 소리를 듣기 쉽다.

 

과거를 내 세울 것이 없다. 특별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삶을 살았다. 학교에 다니고 직장에 다니는 등 보통사람들의 전철을 밟은 것이다. 그래서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고 자랑할 만한 것도 없다. 다만 사십대 중반 이후부터 쓰기 시작한 글쓰기는 내세울 만하다.

 

책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06년 이후 쓴 글을 책의 형식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틈만 나면 작업을 하고 있다. 어제부터 작업한 것은 2009년도 하반기에 쓴 글을 한파일로 모으는 것이다. 목차를 만들어 보니 모두 62개이다. 400페이지가 넘는다.

 

20097월부터 12월까지 쓴 글을 주욱 스캔해 보았다. 그때 당시와 지금은 11년이라는 시차가 있다. 확실시 변화가 있다. 변화가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때 생각한 것과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면 성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2009년 글을 쓸 때도 지금 이 자리에서 썼다. 매일 아침 부리나케 달려오는 사무실이다. 11년이 지난 지금도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세월의 차이만큼이나 인식의 차이도 있다. 그것은 인식의 지평이 넓어 졌다는 것이다. 특히 불교와 관련해서 그렇다.

 

사람들은 살아 가면서 삶의 족적을 남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행위를 함으로써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이를 불교에서는 업(kamma)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인 이런 사실을 간과하는 것 같다. 행위를 하면 반드시 과보가 따름을 지나치는 것 같다.

 

요즘 에스엔에스(SNS)시대이다. 실시간으로 소통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은 블로그와 카톡의 장점을 모아 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글을 보면 아무 생각없이 올리는 것 같다.

 

글쓰기도 구업의 범주에 속한다. 언어적 행위는 모두 구업이다. 무심코 올린 글은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구업이 되어 흔적으로 남는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에 글쓰는 행위는 구업에 해당된다. 인터넷 게시판에 익명으로 글을 썼다고 하더라도 구업이 된다. 설령 지웠다고 하더라도 구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세상 사람을 다 속여도 자신의 양심만큼은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쓴 글은 업경대나 다름없다.

 

지난 글을 주욱 스캔해 보니 시대상황이 반영된 글도 있다. 그때 당시 글을 쓸 때 이런 것 정도는 기록으로 남겨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적은 것이다. 1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돌아보니 역사적 기록물이 된 것 같다.

 

엠비시절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가 있었다. 그때 당시 선출권력인 대통령이 이들 무한 권력앞에 굴종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이번 날치기 파동이다.”(2009-07-22)라고 기록해 놓았다.

 

엠비시절에는 비상식이 상식이 되는 비상적 시대였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베트남참전기념탑일 것이다. 이곳 안양에도 어느 날 뜬금없이 베트남참전기념탑이 생겼다. 종합운동장으로 들어가는 사거리 공원에 세운 것이다. 이에 대하여 시민의 동의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월남참전기념탑, 과연 그 전쟁에 참전한 것이 정당한 것이었을까?”(2009-07-05)라며 기록을 남겼다.

 

 

엠비시절 만든 종편은 지금도 남아 있다. 태어나서는 안될 아이가 태어난 것과 같다. 베트남참전기념탑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한사람의 사기꾼이 출현함에 따라 역사가 뒤틀려 버렸다. 암울한 시기에 글로서 울분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지난 날을 회상하게 되어 있다. 대게 나 때는 말이야라며 라떼말야를 말하기 쉽다. 그러나 성찰이 없는 과거에 대한 회상은 불선법이 된다. 꼰대가 되는 것이다.

 

꼰대소리 듣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자기반성이 있어야 향상이 있다. 자신이 어리석은 줄 아는 것이다. 그래서 어리석은 자가 어리석을 알면 그로써 현명한 자가 된다.”(Dhp.63)라고 했다.

 

이미 지난 일이다. 뒤돌아보면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이 많다.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자만으로 살아 간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자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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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3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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