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신축년 소(牛)의 해와 고독한 수행자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 2. 11:09

신축년 소(牛)의 해와 고독한 수행자

 

 

2021년 신축년 소의 해이다. 새해를 맞은 지 이틀이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실시간 소통의 대명사 카톡과 페이스북에서는 소와 관련된 이미지를 소원성취를 바라는 문구와 올려 놓는다.

 

이미지를 보면 갖가지 소가 등장한다. 대부분 한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중섭의 황소이다. 갈비뼈가 도드라진 역동적인 모습이다. 보기만 해도 힘이 솟는 것 같다. 이런 황소그림은 저항의 상징이기도 하다.

 

소와 관련된 이미지로서 황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소도 있다. 자동차 브랜드로도 사용된 뿔이 하나 달린 소를 말한다. 숫따니빠따에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다.

 

 

모든 존재에 대해서 폭력을 쓰지 말고,

그들 가운데 그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말며,

자녀조차 원하지 말라. 하물며 동료들이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stn35)

 

 

여기서 무소(khaggavisāa)는 어떤 상징일까? 한마디로 고독한 수행자의 이미지라고 볼 수 있다. 부처님이 교단을 이루기 전에 수행자로 홀로 유행하고 있을 때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소의 뿔의 경’(Sn.1.3)을 보면, 고독한 수행자에 대하여 집에서 집없는 곳으로의 은둔자적인 출가정신, 지금 여기에서 실현될 수 있는 최종목표인 열반을 향한 엄격하고 금욕적인 끝없는 정진을 고취”(KPTS본 서문)하는 것이라고 설명된다.

 

무소가 왜 고독한 수행자의 상징일까? 이는 무소의 외뿔에 있다. 무소는 코뿔소(rhinoceros)를 말하는데 크고 우뚝 솟은 외뿔이 특징이다. 주석에 따르면 무소의 뿔이 동반자 없이 홀로 인 것처럼, 홀로 연기법을 깨달은 이도 그와 같다.”(Nidd.II.248)리고 했다.

 

무소 또는 코뿔소는 마치 독각승처럼 홀로 깨달은 수행자의 상징과도 같다. 이는 고독한 수행자로서 유행하던 시기의 부처님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부처가 되었다는 것은 스승 없이 홀로 연기법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뿔이 하나 달린 코뿔소는 고독한 수행자의 상징이다. 마치 외뿔처럼 홀로 우직하게 한길을 가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ko care khaggavisāakappo)”라고 했다. 여기서 가라라는 말은 짜레를 번역한 말로서 단지 걸어 가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짜레(care)는 ‘carati’3인칭 단수형으로서 실천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석에서는 다음과 같이 여덟 가지 실천을 말한다.

 

 

“1) 네 가지 행주좌와에서 위의를 지키는 삶의 실천,

2) 감각능력을 수호하는 삶의 실천,

3) 네 가지 새김의 토대를 닦는 삶의 실천,

4) 네 가지 선정에서 집중을 닦는 삶의 실천,

5) 네 가지 거룩한 진리에 대한 앎의 삶의 실천,

6) 네 가지 거룩한 길(四向)을 닦는 삶의 실천,

7) 네 가지 수행자의 경지(四果)를 닦는 삶의 실천,

8) 모든 중생을 유익하게 하는 삶의 실천.” (Prj.II.64)

 

 

이것이 고독한 수행자가 홀로 묵묵히 가는 길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길을 가는 것이고, 동시에 타인의 이익을 위해서도 길을 가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고독한 수행자는 걸림이 없다. 그래서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때묻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Stn.71)라고 했다.

 

서울대공원은 사는 곳 가까이에 있다. 안양에 살면서 다닌 지 20년 가까이 된다. 사시사철 가는 곳이다. 동물원에 가면 꼭 가보는 곳이 있다. 코뿔소가 있는 곳이다. 마치 장갑처럼 철갑을 두른 듯 육중한 몸체가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꼬뿔이 있다. 숫따니빠따 무소의 뿔의 경에 실려 있는 게송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신축년 소의 해이다. 갈비뼈가 보이는 역동적이고 저항하는 황소의 모습도 좋지만 오로지 한길로 한눈 팔지 않고 묵묵히 길을 가는 코뿔소도 좋다. 더구나 코뿔소는 고독한 수행자의 상징이기도 하다. 젊은 수행자가 인습이나 전통과 타협하지 않고 정신적인 해탈과 자유를 향한 끝없는 노력이 좋아 보인다.

 

 

2021-01-02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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