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보다 친구가 되어야
요즘 내가 어른인지 아이인지, 노인인지 청년인지 구분이 안 될 때가 있다. 분명한 사실은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보면 기겁할 정도이다. 머리는 반백인 것 같은데 올백으로 보인다. 얼굴은 완전히 다른 사람 얼굴이다. 무표정하고 고뇌로 가득 찬 얼굴이다. 왠 노인네가 보인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얼굴을 보면 왜 이렇게 어색해 보일까? 마치 자신의 음성을 녹음해 놓고 듣는 것처럼 전혀 딴판이다. 거울을 보면 익숙한데 스마트폰 카메라로 보면 생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거울은 액면 그대로 비춘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좌우가 바뀐 것이다. 이런 모습에 익숙하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친 얼굴이 어색하다면 거울과 반대일지 모른다. 어쩌면 진짜 액면을 보고 있는지 모른다.
상대방의 얼굴에서 나의 모습을 본다. 같은 또래의 얼굴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삭았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젊은 청춘 얼굴만 보면 착각에 빠질 수 있을 것 같다.
젊은 사람들하고 일한다. 오늘도 고객사 젊은 담당자와 통화하며 일했다. 신입사원 같다. 아들뻘 된다. 직접 대면하지는 않았지만 메신저 사진을 보니 이십대 후반 청년이다. 이렇게 청년과 함께 일하면 나이를 잊어버린다. 함께 청년이 되는 것 같다.
2030과 5060은 친구가 될 수 없을까? 부모자식 차이 나기 때문에 어울릴 수 없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친구가 되면 나이는 잊어버린다. 내가 노인인지 청년인지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친구가 된다는 것은 우정을 전제로 한다. 연민이 바탕이 되는 것이다. 연민할줄 알면 나이를 초월한다. 그럼에도 나이를 따지고 지위를 따지는 사람이 있다. 어른 행세를 하려는 것이다. “나 때는 말이야”라든가,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말한다. 이런 사람을 꼰대라고 한다. 가르치려 드는 것이다.
꼰대보다 친구가 되어야 한다. 꼰대가 되면 다 도망간다. 특히 젊은 사람이 싫어한다. 겉모습은 삭았어도 마음만은 젊어야 한다. 그래야 젊은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
에스엔에스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얼굴을 비춘다. 아마 자신 있어서 그럴 것이다. 얼굴자랑이다. 그러나 아무리 잘 생겼어도 삭은 모습이라면 보아주기 힘들다. 자아도취 되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로테스크해 보인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치는 어글어글한 모습이다.
얼굴보다 마음이다. 마음이 언제나 청춘이라면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 나보다 한참 어린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고 한참 위인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자식뻘하고도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부모뻘하고도 친구가 될 수 있다. 꼰대가 되려 하기 보다는 친구가 되어야 한다.
친구 중에는 남자친구도 있고 여자친구도 있다. 애욕이 빠져 있다면 남자나 여자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하나의 인간일 뿐이다. 법우들이 그렇다.
여자친구와도 우정이 있을까? 애욕이 없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인간대 인간의 만남에서 “여자다” “남자다” 구별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여자가 여자로 보이고, 남자가 남자로 보인다면 우정이 깨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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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되어 사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함께 살아야 한다. 홀로 살면 고독하고 외롭다. 이런 상태에서는 건전한 우정이 생겨날 수 없다. 연민할 줄 모르면 우정이 아니다. 밖에 나가서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반드시 같은 또래일 필요는 없다. 2030과 5060도 서로 연민할 줄 알면 친구가 될 수 있다.
가까운 사이라 하여 “형” “아우” 해서는 안된다. “언니” “동생” 해서도 안된다. 패거리 문화에서나 그렇게 할 수 있다. 조폭세계에서는 생물학적 나이로 따진다. 한살이라도 많으면 ‘형님’이 된다. 모임에서도 “형” “아우” 또는 “언니” “동생”하는 사람이 있다. 패거리 문화의 잔재이다. 파벌이 조성될 수 있다. 주류와 비주류로 갈릴 수 있다. 우정의 문화가 되어야 한다. 나이를 불문하고, 남녀를 막론하고 친구가 되어야 한다. 우정의 모임이 되었을 때 오래간다. 다만 어리석은 자는 피해야 한다.
“더 낫거나 자신과
같은 자를 만나지 못하면,
단호히 홀로 가야하리라.
어리석은 자와 우정은 없으니.”(Dhp.61)
2021-01-1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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