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네, 네” 하며 들어주다 보니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 19. 08:25

네, 네” 하며 들어주다 보니



, .”25분 동안 , 만 했다. 그 분은 종종 전화하면 말이 길어진다. 특별한 것이 없다. 그저 올린 글이 좋다고 전화한다고 했다. 이럴 때 들어주기 바쁘다.

잘 들어주어야 한다. 잘 들어주는 것이 대화를 잘 하는 것이다. 더구나 먼저 전화를 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연신 , 하며 들어준다.

말을 들어주다 보면 언제 끝나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고 함부로 말을 자르고 이제 그만하시죠?”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 그분은 끝날 듯 하면서 말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 있어서는 즉흥적이다. 내키는 대로 말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인내를 갖고 , 한다.

 


그분은 선생님 출신이다. 오래 교단에 섰기 때문일까 가르치려 든다.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말하며 세상을 한탄하기도 한다.

한번 말문이 터지면 정치, 사회, 경제 등 가슴 속에 있는 말을 쏟아 놓는다. 연신 , 하기가 뭐해서 한마디 할라치면 말을 자른다. “, 하며 들어주다가 마침내 말할 기회를 포착한다. 그러나 끝까지 듣는 법이 없다. 좋은 생각이 난 것처럼 이번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빨리 통화를 끝내고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 끊어 질듯하며 이어진다. 이처럼 수 없이 반복하다 보면 점점 지쳐 간다. 목구멍에서는 그만하시라며 끊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차마 그럴 수 없다. 어느 정도 단계에 접어 들면 포기 상태가 된다. 계속 , 싫은 기색을 내서는 안된다. 드디어 통화가 끝났다. 25분 동안 들어주었지만 남은 것은 없다. 허탈한 마음이다.

글 좀 쓴다고 하여 전화 걸었을 것이다. 어쩌면 확인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런 확인을 해 주어서 충족하게 해 주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별거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면 된 것이다. 선생님출신이나 스님들은 다 그런가?

 

 

2021-01-1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