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니까야모임

코로나시기에 적응하고 진화할 줄 알아야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 23. 18:56

코로나시기에 적응하고 진화할 줄 알아야

 

 

오늘 오전 약간 설레었다. 오랜만에 친숙한 사람들을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전재성 선생이 미국에서 귀국한지 보름이 약간 넘었다. 자가격리를 끝내고 외출해도 되는 날에 만남을 가졌다. 20207월 넷째주에 금요니까야 강독모임을 갖은 이래 거의 반년만이다.

 

고양스타필드 네팔식당에서

 

전재성 선생은 작년 7월 이후 미국에 있었다. LA에서 가족과 함께 있었던 것이다. 그 동안 금요니까야강독모임은 열리지 못했다.

 

지금은 5인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 기간중이다. 5인 이상 금지모임이 풀려야 대면 모임도 가질 수 있다. 이에 온라인 줌 이야기가 나왔다. 금요모임 멤버중에 장계영선생이 적극성을 보였다. 그러나 전재성 선생 의견도 중요하다. 이에 5인 이하 소모임을 주선했다.

 

모두 네 명 모였다. 장소는 고양스타필드 네팔식당이다. 도현스님, 장계영 선생, 전재성 선생, 그리고 본인이 참석했다. 모임을 주선했으므로 식사비를 냈다. 무엇보다 식사대접을 하고 싶었다. 일종의 공양청이다. 스님에게도 공양하는 것이고 선생들에게도 공양하는 것이다. 이런 제안에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보시하는 것도 타이밍이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잽싸게 잡아야 한다. 기회가 없으면 기회를 만들면 된다. 이번 4인 모임은 일부로 점심식사모임을 만든 것이다. 오랜만에 얼굴 보는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온라인 줌에 대한 것이다.

 

가장 먼저 고양스타필드에 도착했다. 먼저 그 거대함에 놀랐다. 세상에 이렇게 큰 쇼핑몰은 보지 못했다. 마치 중국에 온 것 같다. 중국에서는 무엇이든지 거대하기 때문이다. 지상 3층 밖에 되지 않지만 길이가 길어서 축구장 두 개 넓이는 되는 것 같다. 이제까지 오밀조밀한 쇼핑몰 보다 이렇게 운동장처럼 넓은 쇼핑몰을 보니 대륙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약속장소는 네팔식당 에베레스트이다. 전재성 선생의 의견을 들어서 정한 것이다. 아마 종종 와 본 것 같다. 네팔식당은 처음이 아니다. 2017년 동대문 근처에서 김광하선생 일행과 네팔식당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분위기를 알 수 있다.

 

 

12시가 되자 모두 모였다. 모두 얼굴이 좋아 보였다. 도현스님은 어제부터 설레였다고 말했다. 매월 두 번 모임을 갖다가 이렇게 반년 만에 보니 서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포켓용 율장 비구계본와 비구니계본

 

오랜 만에 모여서일까 선물을 주고받았다. 전재성 선생은 포켓용 율장 비구계본와 비구니계본를 선물로 주었다. 이번에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출간된 것이다.

 

포켓용 비구계본를 열어 보았다.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는 빠알리승계본이고 후반부는 사분승계본이다. 빠일리계본 뿐만 아니라 사문율계본도 실어 놓은 것이다. 특히 사분율계본은 새롭게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빠알리율 227계와 사분율 250계가 실려 있다.

 

포켓용 비구계본은 출가라면 누구나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포켓용으로 만든 것이다. 가죽케이스로 하여 한손에 쏙 들어오게 만들었다. 빠알리율과 사분율을 합하여 모두 750여 페이지에 달한다.

 

비구계본에서 가장 첫번째 조항은 무엇일까? 그것은 성적교섭에 대한 학습계율(methunadhammasikkhāpada)’이다. 비구계 227계 중에 가장 첫번째는 성에 대한 것이다. 내용을 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어떠한 수행승이든 수행승들의 학습계율을 받고, 학습계율의 부인도 없이 자신의 학습계율에 대한 취약성도 알리지 않고, 성적 교섭에 빠진다면, 심지어 축생과 행하는 것조차도, 승단추방죄를 범하는 것이므로, 함께 살 수 없다.”(승단추방죄법 제1)

 

 

승단추방죄법 제1조는 음행에 대한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서라도 성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축생하고 해서도 안된다. 이를 어기면 함께 살 수 없다고 했다.

 

포켓용비구계본 227항목에 대하여 설명이 되어 있다. 마치 법조문을 보는 것 같다. 어기면 처벌이 따른다. 최고의 처벌은 승단에서 추방되는 것이다. 네 가지가 있다. 성적교섭, 주지 않는 것을 빼앗음, 인체의 살해, 그리고 인간을 뛰어넘는 상태를 말한다.

 

승단추방죄 중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상태에 대한 학습계율(uttarimanussadhammasikkhāpada)’이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할까? 쉬운 말로 깨달음을 사칭하는 것이다. 출가자가 재가자에게 선정이나 사향사과의 과위, 그리고 열반 등 인간을 뛰어넘는 정신상태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깨달음 사칭이 되어 승단에서 추방됨을 말한다.

 

포켓용 비구니계본을 열어 보았다. 빠알리율과 사분율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 것은 같다. 빠알리율은 304항목이고, 사분율은 348항목이다. 비구계와 비구니계는 차이점이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승단추방죄에 대한 것이다.

 

비구니계본을 보면 모두 여섯 가지 승단추방죄가 있다. 비구계 네 가지에다 무릎부터 위의 마촉에 대한 학습계율죄악을 덮어주는 자에 대한 학습계율이 추가된 것이다. 비구계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차별적으로 적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포켓용 비구계본과 비구니계본을 만든 것은 스님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한국불교에서 계행이 지켜지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율장을 공부하지도 않고 율장을 거의 보지도 않은 현실에서 포켓용 계본을 만들어 널리 보급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

 

출가한 스님이라면 누구나 한권씩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수시로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불교는 계행이 청정해지고 무엇보다 정법이 오래오래 유지될 것이다. 이번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출간된 포켓용 비구계본과 비구니계본은 한국불교에 있어서 또 하나의 쾌거라고 볼 수 있다.

 

온라인 줌에 대하여

 

네팔식 식사를 하면서 온라인 줌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코로나로 인하여 이제 줌이 대세가 되었다. 이미 적응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했을 때 줌으로 하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줌을 이용하여 소통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다.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소리를 듣는다. 젊은 층에서는 줌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줌이 익숙하다. 그러나 일반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저 어서 코로나가 물러나서 다시 대면모임 갖기를 바랄 뿐이다.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까? 미래 전문가들은 결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서 코로나시기에 살아 남는 생존방법을 배워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럼에도 코로나 이전에 대한 향수가 있다.

 

코로나가 하루 빨리 물러가기를 바란다. 희망섞인 조짐도 보인다. 백신이 개발되어서 이제 접종단계에 이르렀다. 연말이면 전국민의 70-80프로가 집단면역이 되면 코로나의 공포로부터 해방될 듯하다. 그러나 미래는 알 수 없다.

 

불과 1-2년 전에 오늘날과 같은 코로나로 인하여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미래에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이렇게 본다면 줌은 이제 필수가 되었다. 설령 대면모임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줌과 함께 해야 함을 말한다. 모여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미자 원액 선물 한병

 

장계영선생도 선물을 준비했다. 손수 담근 오미자 한병을 선물로 주었다. 오미자 원액이다. 아내가 좋아할 것 같다. 선물은 주어서 즐겁고 받아서 기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식사비용 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코로나시기에 적응하고 진화할 줄 알아야

 

금요니까야 강독모임은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20172월부터 시작했으니 햇수로 4년 되었다. 오늘 모인 도현스님과 장계영 선생은 초창기 때부터 함께 했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빠짐없이 참석했다. 한달에 두 번 있기 때문에 많은 모임을 가졌다.

 

사실 강독모임은 2016년부터 시작되었다. 광화문 촛불이 한창이었을 때이다. 2016년에는 전재성 선생 홍제동 아파트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후 20172월부터 삼송역 부근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서고겸 사무실에서 금요강독모임을 갖고 있다.

 

작년의 경우 코로나로 인하여 모임을 거의 가지지 못하다시피 했다. 올해 모임은 어떻게 될까? 2월에 5인 이상 금지가 해제되면 대면 모임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그럼에도 줌은 이제 대세이기 때문에 대면모임과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신청자에 한해서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전으로 복귀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서 코로나시기에 적응하고 심지어 진화해야 살아 남는다고 말한다. 이런 면으로 본다면 나는 대단히 보수적이다. 아직도 코로나 이전의 시기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역행할 수 없다. 2월 넷째 주 금요모임부터 온라인 줌이 시행된다. 코로나 시기에 적응하고 진화할 줄 알아야 한다.

 

 

2021-01-2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