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그 절 앞을 지나노라면

담마다사 이병욱 2021. 2. 13. 07:37

그 절 앞을 지나노라면


설날 오후에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내비산 산림욕장 입구이다. 수도군단 사령부가 바로 옆에 있는 곳이다.

내비산 산림욕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작은 산을 하나 넘어야 한다. 관악대로 건너편에 있는 반야선원에서 부터 등산로가 시작된다. 고층아파트 숲으로 변해버린 관악대로이다. 이제는 주변 사람들이 즐겨찾는 산책코스가 되었다.

이 길은 사시사철 즐겨 찾는 길이다. 집에서 불과 10분도 되지않아 숲속길을 걷는다. 불과 5분도 되지 않아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다. 이런 면으로 본다면 자연은 치유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햇살이 따스하다. 기온도 11도가량으로 포근한 편이다. 많이 껴 입어서일 것이다. 무엇보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산행하기에 딱 좋은 날씨이다.

이 길을 수없이 걸었다. 20년도 넘게 사시사철 걸었다. 최근 큰 변화를 보고 있다. 비산3동이 통째로 재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양종합운동장 주변의 단독주택과 상가, 빌라, 심지어 아파트까지 헐리고 있다. 이런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몇 년 지나면 타워형 초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것이다.

 


계속 길을 걸어 갔다. 재개발 현장 끝자락에 백운사가있다. 흔한 이름의 사찰이다. 그러나 사격을 갖춘 사찰은 아니다. 일반주택 같은 사찰이다. 어느 종단 소속인지 알 수 없다. 이 절과 인연이 있다.

그때가 언제였는지 잘 기억 나지 않는다. 아마 2000년대 초반일 것이다. 그때 당시 불자가 되고 싶었다. 인생의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턱대고 찾아 간 곳이 백운사였다.

 


어느 날 용기를 내었다. 늘 다니는 산책길에서 백운사를 보자 그래 한번 들어가 보자.”라며 큰 용기를 낸 것이다. 아무 연고도 없는 절에 가서 불자가 되고 싶어서 왔습니다.”라고 말 했다. 가까이 있어서 동네 교회가듯이 간 것이다.

그날은 부처님오신날을 앞 둔 날이었던 같다. 스님과 신도들이 불단을 장엄할 꽃과 연등을 준비하고 있었다. 스님은 두 분 있었다. 한분은 나이 드신 비구니 스님이고 또 한분은 사미니 스님이었다.

그들은 당황했던 것 같다. 갑자기 나타난 남자가 뜬금없이 불자가 되겠다고 했으니 어찌할 바 모르는 것 같았다. 꽃 손질을 하고 있던 어느 중년 보살이 우리 절과 인연 맺으려오셨네요.”라고 말했다.

 


백운사와 인연 맺지 못했다. 불교에 너무 무지했던 것이 이유이다. 아무 절이나 가면 인생의 의문을 해결해 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도도량에서 궁금한 것을 해결해 줄 것 같지 않았다. 단 한번 방문으로 끝났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절 앞을 지나노라면 옛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백운사는 아마 개발제한구역에 임의로 지은 사찰같다. 한때 여법한 가람을 만들기 위한 불사를 추진했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발제한구역을 풀어야 한다. 몇 년 동안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위한 플레카드가 붙어 있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절의 모습이 변함없는 것을 보니 해결되지 않은 듯하다. 더구나 요즘 비산3동 재개발로 인하여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반발도 거세다. 개발제한구역 사람들은 서민들땅 갈취하는 강제수용 결사반대라는 플레카드를 여기저기에 걸어 놓았다.

 


20
년전 무턱대고 찾아 간 절은 지금도 그 모습 그대로 있다. 단층 기와지붕 집으로 일반주택과 다름없다. 다만 3층석탑이 언젠가 부터 세워져 있다. 이곳이 절임을 말해 주는 것 같다. 그때 인연을 말하며 꽃공양 올리던 보살과 비구니 스님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늘 지나다니면서도 이후 한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주변이 재개발되는 등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제행무상이다. 이제 한번 들어가서 차도 마시고 공양도 할 때가 된 것 같다.


2020-02-1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