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청계사 울릉도 호박엿

담마다사 이병욱 2021. 2. 7. 18:24

청계사 울릉도 호박엿

오후 세 시, 돌마루 햇살이 따스하다. 대웅전 옆 전각 앞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 고래등 같은 전각이 좌청룡 우백호처럼 있고 앞에는 산이 겹쳐 있다. 한가로운 산사의 오후이다.

일요일 오후 집을 나섰다. 동쪽으로 갈까 서쪽으로 갈까? 동쪽으로 가면 청계사이고, 서쪽으로 가면 삼막사이다. 안양에서는 동청계 서삼막이 된다. 어디로 갈까? 이번에는 동쪽으로 가기로 했다. 저번에 서쪽으로 갔기 때문이다.

청계사 가는 길은 고즈넉하다. 도심 가까운 곳에 심산유곡에서나 볼 수 있는 천년고찰이 있다는 것은 불자들에게 축복이다. 그런 청계사는 의왕, 과천, 안양, 군포, 이른바 안양권 인구 120만명을 배후로 하는 절이다. 그래서일까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도량은 인산인해가 된다.

 


절에 가면 참배해야 한다. 대웅전에 들어가서 삼배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방법을 달리해 보았다. 이른바 한국방식 오체투지 대신에 테라와다식 오체투지를 해 보기로 한 것이다. 그것도 아홉번 해보기로 했다.

불자들은 불상에 절한다. 불자들이 불상에 절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것도 세 번한다. 불, 법, 승 삼보에 절하는 것이다. 불법승 삼보를 의지처, 귀의처, 피난처로 삼겠다는 것을 말한다. 불상에 절 하는 것은 지극한 신심의 표현이다. 그런데 불교전통마다 절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티벳방식은 다이나믹하다. 이른바 전체투지라 하여 온몸으로 절하는 방식이다. 먼저 두 손을 머리 위에 올린다. 두 손바닥을 붙이지 않고 공간을 만든다. 연꽃이 봉우리진 형상이다. 치켜 올린 두손은 정수리, 이마, 가슴 순서로 삼단 터치한다. 다음으로 마치 통나무가 쓰러지는 것처럼 신체를 바닥에 던진다. 이때 자신의 몸이나 옷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방식 오체투지는 사뿐사뿐한 느낌이다. 합장한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사뿐히 절하는 모습은 품위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테라와다 오체투지는 어떤 것일까? 한국방식과 가장 큰 차이점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앉은 자리에서 허리를 굽혀 이마가 닿게 한다. 두 손도 고두레 하지 않는다.

법딩에 가면 기본이 삼배이다. 이번에 구배한 것은 띠사라나에서 삼귀의가 세 번 있기 때문이다. 처음 삼귀의 하고, 두 번째로 삼귀의 하고, 세 번째로 삼귀의 하기 때문에 모두 아홉 번이 된다. 불법승 삼보에 대한 지극한 예경이다. 이런 이유로 아홉 번 절했다.

테라와다식 오체투지할 때는 천천히 해야 한다. 먼저 합장한 두 손을 이마에 댄다. 허리를 앞으로 숙일 때는 이마로 부터 약간 뗀다. 머리가 바닥에 이를 때까지 그 간격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마가 바닥에 닿으면 두 손바닥은 아래로 하여 바닥에 댄다. 이 모든 과정은 천천히 해야 한다. 동작 하나하나를 알아차림 하며 절하는 것이다.

법당에는 5명 이상 들어갈 수 없다. 법당보살이 강력히 통제력을 행사한다. 사람이 많으면 옆문에서 줄 서야 한다. 코로나가 산사 법당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우담바라핀 청계사이다. 청계사 입구에는 '우담바라핀 청계사'라 하여 커다란 바위에 새겨 놓았다. 법당 안에는 관세음보살 얼굴에 핀 우담바라핀 사진이 걸려 있다. 지금으로 부터 20년 전에 있었던 일이 전설이 된 것 같다. 백년이 지나면 신화가 될지 모른다. 이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참배하며 소원을 빈다. 어떤 이는 머리를 바닥에 대고 일어날 줄 모른다. 한가한 산사에 "뎅그렁 뎅그렁" 풍경소리가 요란하다.

 


청계사 오면 꼭 사는 것이 있다. 울릉도 호박엿이다. 일부러 물어 보았다. 20년 되었다고 한다. 우담바라전설 기간과 거의 일치한다. 한팩에 3천원이다.이빨 빠질 염려가 없는 부드러운 엿이다.

 


"무화과 나무에서 꽃을 찾아도 얻지 못하듯, 존재들 가운데 어떠한 실체도 발견하지 못하는 수행승은,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는 것처럼,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Sn1.1)

2021-02-0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