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는 승리자
지금 시각은 오전 6시 45분, 일터에 앉아 있다. 또 하루의 시작이다. 언제나 일찍 시작한다. 아침 6시가 되면 세수를 하고 6시 반이 되면 간단히 먹는다. 7시가 되기 전에 일터에 도착해야 한다. 해뜨기 전에 도착해야 하는 것이다.
차로 10여분 거리에 일터가 있다. 혼자 일하는 곳이다. 이동할 때 음악을 듣는다. 스마트폰에서 라따나경을 듣는다. 이미우이의 음악이다. 매일 듣는다. 지난 10여년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루 일과는 이미우의의 라따나경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라따나경은 외웠다. 빠알리어 음악이 나올 때 따라 부른다.
“양낀찌 윗땅 이다 와 후랑 와
삭게수 와 양 라따낭 빠니-땅
나 노 사망 앗티 따타-가떼나
이담삐 붓데 라따낭 빠니-땅
에떼나 삿쩨나 수왓티 호뚜”
“이 세상과 내세의 어떤 재물이라도,
천상의 뛰어난 보배라 할지라도,
여래에 견줄 만한 것은 없습니다.
부처님 안에야말로 이 훌륭한 보배가 있으니,
이러한 진실로 인해서 모두 행복하여지이다.” (stn224)
라따나경 중에서 세 번째 게송이다. 부처님에 대한 예경과 찬탄이다. 이 세상과 저 세상에서도 부처님과 견줄만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동트기 전 아침을 사랑한다. 도시에서도 동트기 전의 아침은 장엄하다. 에스엔에스에서는 종종 산중에서의 일출장면을 보지만, 이에 못지않게 도시에서의 일출도 장엄하다. 이런 모습을 찍고자 오피스텔 꼭대기 18층으로 올라 갔다.
해가 뜨면 이미 끝나 버리는 것 같다. 해뜨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해가 떠 버리면 허망한 것 같다. 그래서 해뜨기전 동 틀 때 부리나케 일터로 달려 간다. 하루의 시작이다.
정신이 맑을 때 해야 할 일이 있다. 글을 써야 한다.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을 써야 한다. 담마에 대한 것이 그렇다. 그러나 일단 자판을 때리면 자동으로 써지게 되어 있다. 스마트폰 자판도 마찬가지이다. 대략 무얼 쓸 것인지는 생각해 두었지만 써 보아야 한다. 글이 영 다른 길로 빠질 수도 있다.
하루일과를 일찍 시작한다. 동이 트기 전에 움직인다. 집에 있지 않는다. 집에 있으면 게을러지기 쉽고 퇴보하는 것 같다. 하루 일과의 시작을 경건하게 맞는다.
아침예불하는 것은 아니지만 빠알리 팔정도경을 암송으로 시작한다. 오전은 글쓰기로 다 보낸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후각적으로 미각적으로 자극받는 것이다. 유튜브나 TV가 가장 큰 적이다. 그럼에도 유익한 것도 있다. 혼자 일하는 사람은 자기절제를 잘 해야 한다.
날이 벌써 훤해졌다. 그러나 아직 해는 뜨지 않았다. 이렇게 아침 일찍 일터에 나와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나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는 승리자이다.
2021-03-03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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