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분노에 매인 사유가 일어날 때

담마다사 이병욱 2021. 4. 18. 18:34

분노에 매인 사유가 일어날 때


나에게 분노에 매인 사유가 일어났다. 이 분노는 어디서 온 것일까? 과거 수많은 인과 연이 맺어져서 일 것이다. 과거 직접적인 원인()이 간접적 조건()과 맞아 떨어져서 지금 이렇게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 행위를 하면 과보를 받는다. 그렇다고 즉각적이지는 않다. 시차를 두고 발생한다. 충분히 익었을 때 결과로 나타난다. 조건이 되었을 때 과보를 받는다. 이렇게 괴로운 것도 일어날 만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악하고 불건전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쐐기의 비유가 있다. 작은 쐐기를 이용해서 큰 쐐기를 쳐내는 것이다. 이럴 때는 경전을 열어 보는 것이 좋다. 경전을 여는 순간 악하고 불건전한 사유는 눈녹듯이 사라진다. 왜 그런가? 거기에는 무상, , 무아의 가르침이 있기 때문이다.

 


경전을 펼쳐도 분노의 마음이 가라 앉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앉는 수밖에 없다. 앉아서 자애명상을 해야 한다. 그래서일까 메기야의 경에서는 분노의 제거를 위해서 자애를 닦아야 한다.”(Ud.40)라고 했다.

자애수행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청정도론에 있는 방식대로 해야 한다.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부터 시작한다. 처음부터 원한 맺힌 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먼저 자신의 가족을 대상으로 자애의 마음을 낸다. 그렇다고 배우자나 연인에게 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자애가 애정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죽은 자를 대상으로 해서도 안된다. 감응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 형제, 자식을 대상으로 그들이 행복하기를!”라고 자애의 마음을 내야 한다. 구체적으로 우리 어머니가 행복하기를!”라고 하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아들이 있다면 우리 아들이 행복하기를!”이라며 자애의 마음을 내는 것이다. 그것도 우주 끝까지 내라고 했다. 스승이나 존경하는 사람도 대상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친척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을 떠 올리며 자애의 마음을 내는 것이다. 하는 방법은 동일하다. 그 사람을 떠올리며 모든 방향으로 그사람이 행복하기를!”라며 자애의 마음을 내는 것이다. 다음으로 나와 무관한 사람이 대상이다.

무관한 사람은 우리 동네 사람일수도 있고 페이스북 친구일수도 있다. 그들 한사람 한사람을 떠 올리며 그사람이 "행복하기를!”라며 자애의 마음을 내는 것이다. 최후로 원한 맺힌 자에게도 자애의 마음을 내야 한다.

나를 힘들게 했던 자에게도 그사람이 행복하기를!”라며 자애의 마음을 내야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는 그 사람의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허물만 본다면 손절해야 하지만 그 사람의 장점도 있기 때문에 장점을 보고 가는 것이다.

자애의 마음을 내면 내가 편안해진다. 자애의 마음을 낸다고 하여 자애의 마음이 전달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자애의 마음을 내는 순간 내 마음은 이미 편안해졌기 때문에 더 이상 분노의 마음이 아니다. 그래서 자애수행하면 자애의 마음에 의한 해탈(慈心解脫)’을 성취할 수 있다고 한다.

원한 맺힌 자에게 자애의 마음을 내기가 쉽지 않다. 사소한 것에서 불편해하고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를 힘들게 한 사람에게, “그 사람이 행복하기를!”라는 마음을 내기가 쉽지 않음을 말한다. 마치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과 같다. 그러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달라진다.

홀로 있는 아버지에게 우리 아버지가 행복하기를!”라며 자애의 마음을 먼저 내었다면, 마음에는 분노의 마음 대신에 자애의 마음이 자리 잡는다. 먼 곳에 사는 딸이 있다면 우리 딸이 행복하기를!”라며 자애의 마음을 내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이런 마음이 되었을 때 원한 맺힌 자에게도 그 사람이 행복하기를!”라며 자애의 마음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쓰는 동안 그 사람에 대한 분노의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


2021-04-1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