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행합일

기쁨으로 보시했을 때

담마다사 이병욱 2021. 4. 22. 15:19

기쁨으로 보시했을 때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삶은 무엇일까? 베풀고 나누는 삶이다. 좋아하는 사람, 존경하는 분에게 공양하는 즐거움보다 더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마음의 청정이다. 공양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마음이 청정해졌기 때문이다.

 


오늘 오전 안양농수산물 도매시징에 갔다. 평소 신세지고 존경하는 분들께 선물하기 위해서이다. 어떤 것이 좋을까? 요즘 감귤 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천혜향은 이미 철이 지났다. 청과상에게 물어보니 카라향철이라고 한다.

여섯 박스 주문했다. 한박스에 3키로이다. 천혜향 맛은 알고 있다. 그런데 천혜향보다 더 맛있다고 한다. 한박스에 3만원이다. 주인에게 포장해 달라고 했다.

 


포장할 때 준비한 대봉투를 한개씩 넣었다. 대봉투 안에는 음악씨디가 세 개씩 들어 있다. 대봉투 안에는 종이도 넣었다. 음악씨디에 대한 설명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나를 지탱해 준 것은 이미우이 음악이다. 10년 이상 매일 듣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라따나경과 자야망갈라가타를 조석으로 듣는다. 그런데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우이 음악은 묘한 마력이 있다. 듣고 있다 보면 기쁨이 일어난다. 나중에는 따라 부르게 된다. 10년 이상 들었으니 가능한 것이다. 또 빠알리로 된 것을 외웠기 때문에 따라 부르는데 무리가 없다. 이런 음악을 공유하고자 한다. 카라향 귤박스에 함께 넣었다.

이제까지 살면서 지난 날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남는 것은 보시밖에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재산이 많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만다. 써 보지도 못하고 털리는 경우도 많다. 도둑에게 털리고, 나라에 털리고, 악의적 상속자에게 털린다. 요즘은 병원에서 털린다. 그러나 있을 때 보시해 놓으면 털릴 염려가 없다.

보시공덕은 누군가 가져 가지 못한다. 있을 때 능력껏 베풀고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 과연 나는 그런 삶을 살았을까? 오로지 자신과 가족만 생각했을 뿐이지 옆도 보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살았다. 세월이 흐른 뒤에 보니 남은 것이 없다.

어려운 시기에도 나누는 삶을 살았다면 그것이 남는 것이 된다. 벌어 놓은 돈은 온데 간데없이 사라졌지만 보시공덕만은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보시하는 것에 대하여 보시의 재물이라 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시한다고 생각할 때 가슴이 뛴다. 사무실이 있는 오피스텔 경비원들과 미화원들에게도 선물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우선순위가 있다. 이사 온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단지내 근무자가 두 명 되는 것 같다.

불교인으로서 가르침을 실천하며 살고자 한다. 힘 닿는껏 베풀고 나누는 삶을 살고자 한다. 좀 더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재작년 라이센스 비용으로 월 백만이 들어갔다. 그것도 15개월 지속되었다. 참으로 힘든 시기였다. 그때 생각하기를 내가 월 백만원을 보시했다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보시바라밀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보시바리밀은 가장 아끼는 것을 주는 것이다. 쓰고 남은 것을 보시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자신의 신체 일부를 보시한다. 최상은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것이다. 부처님은 사아승지십만겁동안 보시바라밀을 했다. 오로지 바라밀공덕만 쌓은 것이다. 이와 같은 바라밀공덕으로 성도의 순간 악마를 굴복시켰다.

 


보시를 해도 보시했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금강경에서 말하는 무주상보시가 그것이다. 한마디로 티 내지 말고 보시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티를 낸다. 그러나 부처님은 보시공덕을 강조했다. 보시하면 보시과보를 받을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이렇게 본다면 티를 내도 될 것 같다.

선물은 원한 맺힌 자의 마음도 녹인다고 했다. 평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선물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기쁨으로 보시하는 것이야 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 아닐까?


2021-04-2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