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오늘 하루 이대로 보낼 순 없어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1. 4. 28. 17:33

오늘 하루 이대로 보낼 순 없어서

 

 

하루를 헛되이 보낼 수 없다. 오전에 좌선을 시도했다. 준비가 안되어서 인지 망상으로 인하여 20여분만에 하차하고 말았다. 호흡을 보려 했으나 도무지 호흡에 집중되지 않았다. 앉아 있는다고 해서 모두 호흡을 보는 것은 아니다.

 

오후 점심 식사후에 다시 앉아 보았다. 이번에도 역시 실패했다. 앉은지 20여분만에 일어서야 했다. 아무래도 집중이 되지 않는다. 오늘 하루 이대로 그냥 보낼 순 없다.

 

예비동작이 필요했다. 가벼운 몸풀기를 했다. 어제 김우헌 선생이 알려 준대로 허리굴리기와 두발치기 요가 기본동을 했다.

 

마음을 다 잡기 위해서 이미우이 음악을 크게 틀었다. 자야망갈라가타이다. 부처님의 승리에 대한 여덟 게송을 말한다. 게송마다 후렴구가 땅떼자사 바와뚜 메 자야망갈리니로 끝난다. 이는 부처님의 승리와 행운이 제게 임하길 바라옵니다.”라는 뜻이다.

 

음악으로 신심을 고취시키고 가벼운 몸풀기를 했다. 일종의 기분전환이다. 막바로 앉는 것 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앉는 순간 마음 자세가 달랐다. 이번에도 놓치면 하루가 그냥 지나갈 것 같았다.

 

두께 10센티에 달하는 방석을 반으로 접어 엉덩이를 받혔다. 반가부좌를 했다. 허리는 곧게 펴고 두 손은 아래로 했다. 이것이 가장 편한 자세이다. 눈을 감았다. 가만 앉아서 호흡이 보이기를 기다렸다. 의외로 집중이 잘 되었다.

 

호흡이 보이기 시작하자 호흡을 따라 갔다. 이렇게 몇 번 따라가다 보면 점점 확고 해진다. 호흡만 잡고 있으면 몇 시간이고 앉아 있을 것 같다. 호흡만 잡고 있으면 잡념이 치고 들어와도 문제없다. 잡념은 일어났다가 금방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지켜보았다. 호흡을 잡고 있기 때문에 어떤 잡념, 망상이 일어나도 오래 가지 않는다. 잠시 망상이 일어나서 그 짧은 순간 집을 지었지만 호흡으로 돌아오는 순간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다리 저림도 없고 통증도 없다. 눈을 감고 있지만 눈앞은 훤하다. 사무실 형광등 불을 꺼서 약간 침침함에도 눈을 감았을 때 눈 앞은 밝은 것이다.

 

호흡을 붙잡고 앉아 있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근심, 걱정도 없다. 세상 사람들의 지위와 재산도 부럽지 않다. 이런 맛에 앉아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깊은 선정은 아니다. 아주 얕은 상태에서 약간의 기쁨, 행복, 평정이 있을 뿐이다.

 

 

2021-04-2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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