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꽃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자

담마다사 이병욱 2021. 5. 13. 09:47

꽃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자

 

 

이 꽃이름은 뭐일까? 어제 점심시간에 명학공원 귀퉁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꽃이다. 순백의 큰 꽃이 눈길을 끌었다. 한번도 본 적이 없기에 어떤 꽃인지 궁금했다. 모야모에 물어 보았다. 꽃이름 알려 주는 앱이다. 불과 몇분 되지 않아 알게 되었다. 꽃이름은 큰꽃으아리이다.

 

 

큰꽃으아리, 매우 생소하다. 이런 이름이 꽃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인터넷검색을 해보았다. 백과사전에는낙엽성 반관목의 덩굴식물로 종자로 번식한다.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산지의 숲에서 자란다.”라고 되어 있다. 토종꽃임을 알 수 없다. 이제까지 이런 꽃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그러고 보면 아는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조금 아는 것 가지고 아는 채 하면 경솔한 것이다. 오직 모를 뿐이라는 마음으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래야 아는 게 많아 진다.

 

온갖 꽃들이 만발하는 계절이다. 여기에도 꽃이고 저기에도 꽃이다. 꽃이 있어서 보는 것이다. 보이는 것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보고 싶어서 보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로지 꽃을 따는데,

사람이 마음을 빼앗기면,

격류가 잠든 마을을 휩쓸어 가듯,

악마가 그를 잡아간다.”(Dhp.47)

 

 

법구경 꽃의 품(Pupphavagga)’에 있는 게송이다. 화한을 만드는 자가 있다. 그는 꽃밭으로 가서 나는 꽃들을 따 모으리라.”라고 생각하며, 그 밭에서 꽃을 따 모은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다른 꽃도 원한다. 마음이 이제 꽃밭 전체로 향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꽃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다른 꽃밭으로 향한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꽃이 좋아서 이꽃 저꽃을 에스엔에스(SNS)에 올리기도 한다. 꽃을 좋아하는 마음은 아름다운 마음이다. 그러나 일부로 꽃을 찾아 다닌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꽃 저꽃을 찾아 이밭 저밭을 찾아 헤맨다면 오욕락에 빠진 것과 같다.

 

오욕락은 다섯 가지 감각적 쾌락의 대상을 말한다. 다섯 가지 감각적 쾌락의 대상은 형상, 소리, 냄새, , 감촉이다. 사람들이 열망하는 것들이다. 마치 꽃 본 듯이 열렬히 바라는 것이다.

 

오욕락은 꽃과 같은 것이다. 형상이라는 꽃, 소리라는 꽃, 냄새라는 꽃, 맛이라는 꽃, 감촉이라는 꽃이다. 누군가 매혹적인 형상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는 여기서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매혹적인 소리를 원한다. 음악 같은 것이다. 이어서 달콤한 맛을 바라고, 이성과 부드러운 잠자리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눈에 보이는 매혹적인 형상을 얻었을 때 연쇄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꽃에 마음이 빼앗길 수 있다. 꽃이 아름다워서 가지고자 할 것이다. 꺽을 수는 없기 때문에 카메라에 담아 둔다. 그러나 꽃을 딴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꽃을 보는 행위와 꽃을 따는 행위는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꽃을 따서 화환을 만드는 자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선물하려 할 때 한가지 꽃만 아니라 여러 가지 꽃으로 장식하고자 할 것이다. 이 밭에 없다면 저 밭으로 향하게 할 것이다. 오욕락도 이와 같다는 것이다.

 

시각이 제어되지 않으면 청각도 무너지고, 후각, 미각, 촉각도 무너진다. 오욕락에 탐착해서 살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떤 것일까? “격류가 잠든 마을을 휩쓸어 가듯, 악마가 그를 잡아간다.”(Dhp.47)라고 했다. 오욕락에 빠지면 마음을 빼앗기는 것과 같다.

 

마음을 대상에 빼앗기면 어떻게 될까? 마음이 온통 매혹적인 형상에 있다면 그의 마음이 아니다. 마치 그의 집이 비어 있는 것과 같다. 성문지기가 한눈 팔고 있는 것과 같다. 빈집에 도둑이 들고, 성문이 열려 있으면 적이 침입한다. 모두 잠들어 있는 마을에 격류가 밀어닥치는 것과 같다.

 

마음이 매혹적인 형상, 즉 꽃이나 이성에게 꼽혀 있다면 그 사람의 마음이 아니다. 마치 넋이 나간 자와 같다. 이에 대하여 악마가 그를 지배한다.”(Dhp.48)라고 했다. 음악에 탐착하는 것도, 맛에 탐착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모두 잠든 마을에 격류가 몰아쳐 오는 것과 같다. 그 상태에서 죽으면 어떻게 될까?

 

 

수행승들이여, 연소하고 작열하고 불꽃 튀는 뜨거운 쇠바늘로 시각기관을 차라리 지질지언정, 시각적으로 인식되는 형상의 인상과 속성에 사로잡히지 말라. 수행승들이여, 그대들의 의식이 인상의 유혹에 사로잡히거나 속성의 유혹에 사로잡혀, 그 순간에 죽는다면 지옥으로 떨어지거나 축생으로 태어나는 두 가지 운명 가운데 하나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S35.235)

 

 

매혹적인 대상에 눈이 팔렸을 때, 그 순간에 죽음이 찾아온다면 비참한 운명에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비참한 운명은 지옥, 축생, 아귀, 아수라, 이렇게 네 가지 세계를 말한다. 마음이 대상에 가 있을 때 나는 악마의 영역에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격류가 잠든 마을을 휩쓸어 가듯, 악마가 그를 잡아간다.”(Dhp.47)라고 한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수호하지 않으면 네 가지 비참한 운명에 떨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오욕락의 대상으로부터 마음을 수호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반성할 것을 말씀하셨다.

 

 

연소하고 작열하고 불꽃 튀는 뜨거운 쇠바늘로 시각기관을 차라리 지져버리는 것을 그만두고, , 참으로 나는 이와 같이 생각해야 하리라. 시각은 무상하다. 형상도 무상하다. 시각의식도 무상하다, 시각접촉도 무상하다, 시각접촉을 조건으로 생겨나는 즐겁거나 괴롭거나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 역시 무상하다.”(S35.235)

 

 

부처님의 무상에 대한 가르침이다. 매혹적인 형상을 보았을 때 느낌까지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꽃을 보았을 때 즐거운 느낌이 들었다면 이는 당연한 것이다.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아라한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느낌 다음이 중요하다. 느낌에서 갈애로 넘어가면 악마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과 같다. 그래서 느낌에서 멈추어야 한다. 그래서 수행이 필요하다.

 

느낌에서 멈추려면 알아차림이 필요하다. 느낌을 무상하다고 보는 것이다. 꽃을 보고 즐거운 느낌이 일어났다면, 그 느낌은 영원한것도 아니고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 순간에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위빠사나 수행처에서는 느낌 단계에서 알아차림하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 느낌이 좋아서 갈애하고 집착한다면 재난이 될 수 있다.

 

초기경전에 따르면 오욕락은 재난수준이다. 그래서 새내기 수행승은 부처님에게서 배운대로 감각적 쾌락의 욕망은 시간에 매인 것이고, 괴로움으로 가득 찬 것이고, 아픔으로 가득찬 것이고, 그 안에 도사린 위험은 훨씬 더 크다.”(S1.20)라고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오욕락을 추구해 보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 같은 것이다. 이꽃으로 만족하지 않고 저꽃을 탐하듯이, 매혹적인 형상에 마음이 머물지 않고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자 하고 달콤한 맛을 즐기고자 한다. 그러나 그는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오욕락으로 얻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만 빼앗길 뿐이다. 얻지 못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마음을 빼앗긴다. 이래저래 마음을 빼앗긴다. 그래서 그의 마음은 얻은 바에 빼앗길 뿐만 아니라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것에 빼앗긴다.”(DhpA.I.361)고 하는 것이다.

 

 

감각적 대상에 대하여 얻어도 마음을 빼앗기고 얻지 못해도 마음을 빼앗긴다. 최악은 얻지 못하고 마음을 빼앗기는 경우일 것이다. 마음이 꽃밭에 가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얻지 못한 것을 원하고 얻은 것에 탐착하는 방식으로 마음을 빼앗긴다.”(DhpA.I.361)라고 했다. 이와 같은 감각적 욕망은 개뼈다귀 같은 것이다.

 

감각적 욕망이 왜 개뼈다귀같은 것일까? 이는 그 개는 그 완전히 잘 도려내어져서 근육 한 점 없이 피만 묻은 해골을 씹으며, 그 굶주림과 허기에 지친 것을 채울 수 있습니까?(M54)라는 가르침으로 알 수 있다. 감각적 욕망을 추구하는 자를 개로 비유한 것이다. 그리고 감각적 욕망의 대상에 대하여 개에게나 주는 뼈다귀 같은 것으로 본 것이다.

 

뼈다귀 해장국이 있다. 뼈다귀가 주재료이다. 그런데 뼈다귀에는 살코기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보기에는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만 살코기가 붙어 있지 않아 별로 먹을 것이 없다. 감각적 욕망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감각적 욕망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그의 마음은 얻은 바에 빼앗길 뿐만 아니라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것에 빼앗긴다.”(DhpA.I.361)라고 했다. 또한 얻지 못한 것을 원하고 얻은 것에 탐착하는 방식으로 마음을 빼앗긴다.”(DhpA.I.361)라고 했다. 꽃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자.

 

 

오로지 꽃들을 따는데

사람이 마음을 빼앗기면,

욕망이 채워지기 전에

악마가 그를 지배한다.”(Dhp.48)

 

 

2021-05-1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