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배의 움직임에 마음이 붙었을 때

담마다사 이병욱 2021. 5. 18. 07:38
배의 움직임에 마음이 붙었을 때

어제 한시간 앉아 있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한시간 앉아 있기로 했다. 자신과의 약속이고 K선생과의 약속이다. 그 결과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았다. 배의 부품과 꺼짐에 마음이 붙었기 때문이다.

한시간 앉아 있기가 쉽지 않다. 생업이 있는 사람이나 각자 할 일이 있는 사회인들에게 한시간은 매우 긴 시간이다. 아니 금쪽같은 시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시간이 돈인 세상에서 한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마음의 각오, 마음의 결정을 내기 전까지는 요원한 것인지 모른다.

K선생이 말한대로 배에 집중했다. 배의 움직임에 집중한 것이다. 그러나 잘 보이지 않는다. 호흡은 잘 보인다. 마음을 코에 집중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코에만 집중하면 사마타가 되어 버릴 것이다. 개념에 집중하면 사마타가 된다. 사마타하자고 앉아 있는 것은 아니다.

배의 움직임을 관찰해야 한다. 처음에는 움직임이 있는 줄 조차 모른다. 그러나 가만 있으면 움직임이 보인다.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한다.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하여 따라가야 한다. 움직임이 분명하지 않을 때 생각이 치고 들어 온다. 생각이 망상이 되었을 때 맥빠진다. 망상도 힘이 있는 것 같다. 망상이 빠지면 힘들다. 망상에도 무게가 있는 것 같다. 망상을 하고 나면 피곤하다.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생각이 치고 들어 올 수 있을까? 생각이 들어와서 허공의 집을 짓는다. 한편의 드라마를 만든다. 그러고 보니 일상에서 망상은 비일비재하다. 늘 망상속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피곤한 것일까?

배의 움직임을 포착해서 따라 가야 한다. 배의 움직임에 마음을 붙이는 것이다. 생각이 치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 가야 한다. 그렇게 가다 보면 어느 순간 환해진다. 사무실 불을 껐기 때문에 낮이라도 침침하지만 배의 움직임에 마음을 붙여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밝아진다. 마치 전구를 켠 것 같다. 앉아 있는 맛을 느낀다.

배의 부품과 꺼짐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오로지 아래 쪽에 마음을 둔다. 그 과정에서 놓치기도 하고 망상에 지배받기고 한다. 그러나 배의 움직임에 마음이 붙어 있으면 안심이다. 파도가 몰아치고 폭풍우가 와도 끄덕 없다. 생각이 들어 와도 금방 사라져 버린다. 생각이 망상으로 전개 되는 일은 없다. 이런 전과정을 아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이렇게 쓰는지 모른다.

명상 전과정을 아는 마음이 있다. 배의 부품과 꺼짐도 알고 생각이 들어 온 것도 아는 마음이다. 그러나 망상이 되었을 때 공백상태나 다름 없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딴 사람이 된 것 같다. 망상인줄 알았을 때 본래 마음으로 되돌아 온다. 이 마음을 무어라 해야 할까?

명상을 하는 것은 오온의 생멸을 보기 위함이다. 사념처의 방법으로 보는 것이다. 몸관찰, 느낌관찰, 마음관찰, 법관찰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 관찰대상이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관찰대상을 선택해야 한다.

마하시전통에서는 배의 부품과 꺼짐을 관찰한다. 몸관찰하는 것이다. 오로지 배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주의 깊게 면밀하게 관찰하다 보면 마음이 배의 움직임에 붙을 때가 있다.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 생각이 치고 들어 올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전과정을 아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배의 움직임도 알고 생각이 들어 오는 것도 알고 다리가 저리는 것도 알고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아는 마음이 있다. 이런 마움을 뭐라 해야 할까?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타이머를 한시간으로 세팅 시켜 놓고 한시간 동안 내면 여행한다. 배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하면 괴롭다. 망상에 시달려야 한다. 졸음이 와도 힘들다. 혼침이 되었을 때 앉아 있기 힘들다. 그럴 땐 일어나야 한다. 앉아 있는다고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어제는 두 번 시도 하여 한번 성공했다. 오전에는 20분만에 일어 났다. 오후에 예비수행을 먼저 했다. 행선을 20분 가량 한 것이다. K선생에 따르면 행선을 하면 집중이 잘 될 것이라고 했다. 행선에서 형성된 집중이 좌선에 까지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말은 경전적 근거가 있다. "경행이 목표로 하는 집중을 오래 유지시킨다."(A5.29)라는 가르침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오후에 거뜬히 한시간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오늘도 앉아 있을 것이다. 매일 의무적 글쓰기 하듯이 매일 의무적 좌선을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탐, 진, 치를 뿌리 뽑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앉아 있다 보면 마음이 편하다. 배의 부품과 꺼짐에 마음이 붙었을 때 맛을 느낀다. 그러나 늦게 오는 것 같다. 30분 이상이 되었을 때나 있는 것 같다.

한시간 좌선이 끝났을 때 마음이 상쾌했다. 어떤 것이든지 일어났다가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여긴다. 번뇌가 일어나도 곧 사라지고 말 것이라 생각한다. 순간순간 생겨 나는 것들이 있는데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생각하면 따라가지 않는다.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훈련하는 것이 명상 아닐까?

2021-05-1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