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두상없는 수리사 미륵불의 합체현상

담마다사 이병욱 2021. 6. 7. 05:35

두상없는 수리사 미륵불의 합체현상


머리 없는 불상을 종종 볼 수 있다. 박물관에서도 볼 수 있고 경주 남산에서도 볼 수 있다. 인도순례 갔었을 때도 보았고 실크로드 순례 갔었을 때도 보았다.

불상에 왜 머리가 없을까? 이교도들이 파괴한 것일 수도 있다. 외국의 불상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왜 두상이 잘렸는지 알 수 없다. 어떤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수리사에도 머리없는 불상이 있다. 이번에 알았다. 미륵전에 있다. 수리사에 여러 번 다녔지만 미륵전이 생긴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불과 2-3년만에 생긴 것 같다.

 


2021
6 5일 토요일 수리산에 갔다. 수리산에 가면 수리사에 가야 한다. 군포시에 있는 수리사는 군포의 유일한 전통사찰이나 다름없다. 가까이 있어서 10여년 전부터 드문드문 다니고 있다.

수리사는 갈수록 커져 가는 것 같다. 방문할 때 마다 글과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는데 그때 당시와 비교하면 대찰이 된 듯하다. 이제 사격에 맞게 일주문도 건립되었다.

 


토요일 오전 산사에는 신묘장구대다라니가 울려 퍼졌다. 특유의 음조가 마이크를 통해서 산중에 가득했다. 사시법회 하는 것 같았다. 법회에 참여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내 그만 두었다. 천도재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도재로 인하여 대웅전에 들어갈 수 없었다. 대웅전 뒤에 새로 본 전각으로 향했다. 삼성각에는 어떤 여인이 절을 하고 있다. 지극히 간절한 모습이다. 절을 하고 바닥에 엎드린 채로 있다. 무언가 간절한 소원을 비는 것 같다.

 


삼성각 바로 옆에는 미륵전이 있다. 불과 2-3평 정도 밖에 안되는 작고 허름한 전각이다. 자세히 보니 미륵불의 두상이 없다. 몸통 부위도 선명하지 않다. 돌덩이를 세워 놓은 듯하다. 그러나 잘 보니 팔과 다리의 실루엣이 보이는 듯하다.

머리없는 미륵불에도 두상이 있다. 전각 뒤의 벽을 원형으로 뚫어 유리벽 처리를 했는데, 유리벽 너머 축대에 있는 바위 하나를 두상으로 활용한 것이다. 마치 적멸보궁을 보는 것 같다. 적멸보궁을 보면 뒤에 벽을 유리로 처리하여 탑을 바라보게 하고 있다. 수리사 미륵전도 이런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수리사 축대는 마치 잉카유적지의 축대처럼 틈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밀착되어 있다. 축대벽에 미륵불의 두상이 있다. 바위 중의 하나가 두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두상임을 표시하기 위하여 금색 테두리를 해 놓았다.

수리산 미륵전에 앉았다. 삼배를 하고 앉아서 정면을 바라보니 머리없는 미륵전에 두상이 보였다. 원형 유리창 너머 축대의 바위 하나가 미륵불의 두상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형체를 알 수 없었으나 얼굴이 드러났다. 환히 웃는 얼굴이다. 분명하지 않지만 얼굴형태의 실루엣이 보인 것이다. 사진으로 보니 더욱더 선명하다.

 


사찰순례 하다보면 수많은 미륵불을 보게 된다. 온전하게 형태를 갖춘 상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 두상만 있는 것도 있고 두상과 상반신만 있는 것도 있다. 대부분 돌로 되어 있어서 대체로 투박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두상이 지나치게 커서 언밸런스인 경우도 많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수리산 미륵불은 몸통만 있다. 몸통의 형체도 불분명하다. 커다란 바위를 세워 놓으니 머리 없는 불상처럼 보인다. 그런데 몸통 따로 머리 따로라는 것이다. 머리는 놀랍게도 축대에 있는 하나의 바위돌이 대신하고 있다. 머리부위 역시 형태가 분명하지 않다.

 


수리산 미륵불은 몸통도 두상도 분명하지 않다. 그것도 분리되어 있다. 그런데 미륵전에 앉아서 정면을 보면 따로 떨어져 있는 몸통과 두상이 합체되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팔, 다리, 얼굴의 실루엣이 나타나는 것이다.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종종 수리사를 찾는다. 가까이 살기 때문에 2-3년에 한번 찾는 것 같다. 그러나 자주 찾는 편은 아니다. 안양과 군포는 생활권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수리사에 가서 놀라운 현상을 목격했다. 마치 아이들 장난감처럼 합체되는 현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수리사 미륵불의 합체현상을 보면 경이로워 보인다. 어쩌면 수리사의 명물이 될지 모른다. 혹시 기도효험이 있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사람들이 몰리지 않을까? 비록 돌덩이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간절한 사람에게는 신비하게 보일지 모른다.


2021-06-0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