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흡기에도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유튜브에는 갖가지 수행에 대한 채널이 있다. 참선에 대한 것도 있고 요가에 대한 것도 있고 단전호흡에 대한 것도 있다. 명칭도 갖가지이다. 바라보기 명상, 마음챙김 명상 등 갖가지 명칭이 있다. 어느 것이 맞는지 알 수 없다. 어느 것이 나에게 적합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경전을 근거로 하여 글만 쓰다 보니 흔히 듣는 말이 있다. 그것은 ‘수행하라’는 말이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글만 쓰는 것이 안타까워 보였을 것이다. 때로 못마땅해 보였을지 모른다. 그래서 마치 툭 던지듯이 하는 말은 “수행하십시오.”라는 말이다.
수행을 하고자 했다. 오래 전의 일이다. 2009년에 처음 위빠사나 수행을 접했으니 이제 11년 되었다. 지금은 한국명상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그때 당시 한국위빠사나선원에서 수행을 배웠다. 묘원법사가 지도한 것이다.
매주 토요일 나갔다.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세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법문과 행선과 좌선, 그리고 인터뷰 순으로 진행되었다. 좌선은 한시간 했다. 좌선시간에 묘원법사가 늘 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호흡을 보라’는 것이었다.
호흡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호흡을 보고자 노력했다. 배우 부품과 꺼짐을 관찰하는 것이다. 이것도 호흡관찰이라고 볼 수 있다. 호흡을 아래에서 본 것이다. 이렇게 아래에서 보면 상기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상기병을 예방하는데 있어서 경행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발을 한발한발 뗄 때마다 동작을 알아차림 하는 것이다. 한시간 동안 경행하는데 이는 몸풀기가 아니다. 발을 들어서 올리고 나아가고 내리고 닿고 누르는 여섯 가지 동작 하나하나를 알아차림 했을 때 집중이 된다. 그래서 행선이라고 한다.
마하시전통에서는 좌선을 한시간 하면 행선을 한시간 해야 한다. 이렇게 행선하면 몸을 푸는 것일 뿐만 아니라 다리에 힘도 생긴다. 무엇보다 좌선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행선 과정에서 사띠가 좌선에까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상기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바닥을 바닥에 대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마치 접지 하는 것과 같다. 번개가 피뢰침을 통하여 땅으로 흡수되어 사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번뇌망상이 바닥으로 사라지는 것과 같다. 그래서 좌선할 때 코보다는 배에 집중하고, 행선할 때 발바닥으로 접지 했을 때 상기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수행과 관련하여 수많은 책을 보았다. 지난 11년 동안 본 책 중에서 세 가지가 도움이 되었다. 처음 본 책은 우 꾼달라 비왐사가 지은 ‘위빠사나 수행자의 근기를 돕는 아홉요인’이다. 이 책은 사야도가 10일 집중수행할 때 법문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다음으로 찬먜사야도가 법문한 것을 책으로 만든 ‘위빳사나 수행 28일’이다. 가장 최근에 읽은 수행지침서는 우 조티카 사야도의 ‘마음의 지도’이다.
세 권의 책은 모두 청정도론에 근거하고 있다. 남방 테라와다불교의 부동의 수행지침서라고 볼 수 있는 청정도론에서 칠청정과 위빠사나 16단계 지혜에 근거한 것이다.
세 권의 책에서 실참수행과 가장 근접한 것은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발간된 ‘위빳사나 수행 28’일이다. 찬먜 사야도라고 알려져 있는 아신 자나카 비왐사가 호주에서 28일동안 수행법문한 것을 책으로 엮어 놓은 것이다. 영어로 수행지도한 녹음테이프를 듣고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가 느껴지는 것 같다. 행선과 관련하여 이런 말이 있다.
“나는 여러분이 드는 동작, 미는 동작, 내리는 동작, 닿는 감각, 그리고 누르는 동작을 관찰할 때, 집중이 충분히 좋으면, 여러분은 각 동작에서 일련의 끊어지는 움직임을 본다고 말했습니다. 끊어지는 움직임을 처음 깨닫기 시작할 때는 두 셋의 끊어지는 움직임만을 보지만, 나중에 집중이 점점 더 깊어지면 많은 작은 끊어지는 움직임을 보게 됩니다.”(위빳사나 수행 28일, 241쪽)
우 자나카 사야도에 따르면, 행선할 때 집중이 깊어지면 마치 끊어지는 것처럼 볼 것이라고 했다. 이는 행선 6단계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각 단계 안에서도 끊어짐 현상을 볼 수 있는 것임을 말한다.
끊어짐 현상을 본다는 것은 집중이 잘 되었음을 말한다. 이는 다름 아닌 정신과 물질을 구별하는 것이 된다. 끊어짐 현상을 관찰했을 때 물질적 현상도 생멸하고, 동시에 정신적 현상도 생멸한다.
생멸을 거듭하는 것을 관찰했을 때 어느 것에도 집착할 수 없다. 이에 대하여 “영속하는 자아없이, 단지 원인과 결고로써 의존하며 멈추지 않고 순간에서 순간으로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정신적-육체적 현상들만이 있다는 것입니다.”(246쪽)라고 설명하고 있다.
행선에서 각 단계마다 끊어짐 현상을 관찰한다면, 좌선에서도 가능할 것이다. 배의 부품과 꺼짐을 관찰할 때 기간을 필요로 한다. 집중이 깊어지면 부품을 관찰 할 때 부품도 단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더 집중이 된다면 각 단계마다 끊어짐을 관찰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배의 꺼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호흡기에도 여러 가지 단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배의 부품은 숨을 들이 마시는 것과 같다. 들이 마시는 순간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러단계는 생멸이 있는데, 이는 정신-물질적 과정이라고 했다. 물질이 생멸하면 이를 아는 정신도 생멸한다. 그런데 한호흡기에도 이처럼 많은 생멸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오늘 좌선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호흡을 따라가다 보니 약간은 단계를 알 수 있었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부품과 꺼짐에 있어서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부품을 관찰할 때 전체적으로 긴 기간이다. 그 기간안에 여러단계의 생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집중이 예리하면 물질적-정신적 생멸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앙굿따라니까야에서 본 사수념에 대한 것이 생각났다.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다.
“수행승들이여, 이 수행승은 죽음에 대한 새김을 이와 같이 ‘내가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동안만 살더라도 세존의 가르침에 정신활동을 기울이면, 나는 많은 것을 이룬 것이다.’라고 닦는다.”(A6.19)
부처님은 죽음의 명상(死隨念)에서 한호흡기에서도 많은 것을 이룰 수도 있다고 했다. 부처님은 하루밤하루낮만 살아도 “나는 많은 것을 이룬 것이다.”라고 했다. 하루동안에도 도를 이룰 수 있음을 말한다. 그런데 한호흡기에도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부처님이 한호흡기에도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무엇을 말할까? 아마도 한호흡기에도 무수한 생멸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찬먜사야도가 끊어진 것을 말하는 것과 일치한다. 한동작에도 무수한 생멸이 있듯이, 한호흡기에도 무수한 생멸이 있음을 말한다.
수행초보자이다. 글은 쓰면 늘지만 수행은 그런 것 같지 않다. 아무래도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글을 쓰듯이 의무적으로 매일 수행하면 달라질 것이다. 단기 집중수행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수행을 생활화했을 때 어느 날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는 먼저 경험한 사람에게 들어서 알 수 있다.
수행은 총량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수행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결실이 맺어져 어느 날 체험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사야도들의 수행지침서 내용 그대로라는 것이다. 청정도론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청정도론에 실려 있는 칠청정과 위빠사나 16단계 지혜를 그대로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 좌선을 하면서 한가지 느낀 것은 한호흡기에도 많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호흡은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인데, 그 안에서도 생멸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경에서는 한호흡기에도 “나는 많은 것을 이룬 것이다.”라고 했다. 한호흡이 짧은 것은 결코 아니다.
2021-06-1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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