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맛이야! 파근파근한 밤호박 맛
입 안에서 퍼지는 맛이 칠천개의 미각세포를 자극하는 듯하다. 잊었던 옛맛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해남특산품 미니밤호박맛이다.
하지에서 이틀이 지난 어제 택배전달 예고 문자를 받았다. 예전과 다르게 택배물류시스템도 진화하는 것 같다. 저녁 늦게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니 아파트 현관에 하나의 박스가 있다. 미리 예고된 것이기에 밤호박 박스인 것을 한눈에 알았다.
오늘 아침은 밤호박을 먹기로 했다. 평소에는 된장국을 끓여 먹지만 요즘에는 식빵으로도 때우고 삶은 계란으로도 때운다. 최근에는 감자로도 때운다. 요즘 감자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볍게 먹고 나가는 것이다.
밤호박을 어떻게 요리해야 할까? 너무나 간단하다. 포장박스 설명문대로 전자렌지에 데우기만 하면 된다. 잘 씻은 다음에 랩을 감고 7분가량 찌면 된다.
포장박스를 보니 밤호박정보로 가득하다. 먼저 ‘산이면 황토 미니 밤호박’이라는 말이 눈에 띈다. 해남 특산품인 것이다. ‘대한민국 황토 1번지’라는 문구도 강조되어 있다. 친구부부의 농장이름에도 황토가 들어가 있다. ‘진금선 황토농장’을 말한다.
포장박스에는 조리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전자렌지에다 데워 먹는 것이다. 아무런 양념이 필요 없다. 껍질 채 먹으면 된다. 씨를 먹어도 된다. 마트에서 파는 일반 단호박은 커서 씨를 먹을 수 없다.
한 입 넣으면 달콤한 독특한 향이 퍼진다. 씹으면 파근파근한 느낌인데 입에 착 달라붙는 것 같다. 먹고 나면 흐믓한 마음에 만족감이 밀려온다.
포장박스에 밤호박 요리가 소개되어 있다. 밤호박에 치즈가루와 빵가루, 소금을 넣어 빵처럼 만들어 먹는 ‘빵 밤호박’ 요리법이 있다.
‘영양밥 밤호박’도 있다. 밤호박 위를 자르고 속에다가 쌀, 소고기, 양파 등을 넣는다. 랩으로 두른 다음 전자렌지에 익혀 먹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채소 모듬 밤호박’이 있다. 밤호박 안에 토마토, 파프리카, 당근, 풋강낭콩 등을 넣고 조리한다. 여기에 소금, 우엉, 올리브유 등을 넣어 익혀 먹는 것이다.
다양한 레시피가 있을 것이다. 새로 개발할 수도 있다. 어떻게 요리해서 먹든 밤호박 맛은 변함없다. 요리하지 않고 그대로 먹어도 된다.
양념치킨이 있다. 양념 맛으로 먹는 것이다. 그러나 밤호박은 양념이 필요 없다. 단맛과 짠맛이 적절하다. 파근파근해서 씹는 맛도 있다. 매년 이맘때 맛볼 수 있는 제철음식이다.
밤호박 한박스에 8개가 들어 있다. 한박스 무게는 4키로가량 된다. 택배비 포함해서 3만원이다. 한묶음 두 박스 8키로에 5,500원이다. 이 금액은 적절할까?
아파트 현관에서 이마트 입구까지 100미터가량 된다. 가까이 있다 보니 매일 간다. 주로 가는 곳은 지하에 있는 식품매장이다.
마트에는 수천, 수만가지 먹거리가 있다. 그 중에 단호박도 있다. 크기가 작고 녹색이 짙고 옹골차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어른 주먹보다 약간 큰 것이 놀랍게도 한개에 3,980원이다. ‘무농약단호박’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
단호박도 갖가지 종류가 있다. 뉴질랜드산은 크고 가격도 싸다. 일반 마트에서 단호박은 일반 호박처럼 크고 가격도 2,000원에서 2,500원가량이다. 가판 마트에서는 세일할 때 1,500원에 팔기도 한다. 일반 단호박을 한번 사 먹어 보았다. 물컹물컹해서 싱거운 맛이다. 호박 맛에 가깝다.
이마트 무공해단호박은 한개에 거의 4천원이다. 이를 친구부부의 황토농장 것과 비교해 보면 훨씬 비싸다.
오늘 아침식사는 밤호박으로 했다. 단호박이 아니라 밤호박이다. 그것도 해남 황토에서 생산된 미니밤호박이다. 친구 부부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생산한 해남특산품이다. 꿀홍삼차와 곁들여 먹으니 속이 부드럽다. 아침에 샌드위치나 토마토를 먹는 것과 비할 바가 아니다.
제철에 나는 음식은 보약과도 같다고 했다. 아침에 밤호박은 마치 보약을 먹은 것처럼 든든하다. 무엇보다 친구부부의 정성이 들어 있다. 땅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귀촌하여 근면하게 두 팔의 힘으로 이마의 땀으로 생산된 특산품과 마주하고 있다.
2021-06-24
담마다사 이병욱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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