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근파근한 맛의 밤호박철이 다가온다
또다시 밤호박철이 되었다. 해남 특산품 밤호박이다. 해남에서는 단호박이라는 말 대신 '밤호박'이라고 한다. 해남 산이면에 있는 친구부부는 밤호박 농사를 짓고 있다.
친구 처에게서 카톡을 받았다. 매년 이맘때 밤호박철이 되면 메세지를 받는다. 황토농장 사진과 함께 간단한 사연을 보내왔다.
“작가님 잘 지내시지요.
코로나로 여러가지 어려운
현실이 빨리 정복되길 바라게되네요.
늘 이맘때면 우리 이작가님께 시골 황토농장 소식전할 수 있어 참 좋아요.
앞으로 6/25부터 밤호박 출하합니다. 소량으로 지으니
빨리 소진되요.
늘 감사드려요 . 건강하시구요.
친구는 요즘 공부해요. 손해평가사 자격증 1차 확격
2차 시험 8월말경에 있어요.
제가 농사짓는거 넘 힘들어
공부하라고 했네요. 공부하느라
많이 힘드나봐요 .열심히 하는
모습 멋져보여요.”
친구 처는 작가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블로거도 작가라고 하는 것이다. 소설가만 작가인줄 알았는데 블로거도 작가로 간주하는 것 같다.
사연을 보니 농촌에서 농사짓고 사는 것이 팍팍한 것 같다. 농사만 지어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친구는 자격증공부 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농사 규모도 줄였다고 한다. 둘이서 농사 짓기 힘들어서 일 것이다. 더구나 이제 이순이 넘었으니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동갑내기 친구부부가 귀촌하여 농사를 지은지 8년 되었다. 해남특산품이라고 볼 수 있는 밤호박과 꿀고구마 농사를 짓는다. 해마다 6월이 되면 밤호박을 홍보해 주고, 해마다 10월이 되면 꿀고구마를 홍보해 주고 있다.
홍보 효과는 있었다. 블로그에 올렸더니 오랫동안 블로그를 보아 왔던 블로그친구들이 팔아 주었다. 단체카톡방과 페이스북에도 홍보했다.
특산품은 이제 자리가 잡혀 가는 것 같다. 처음에는 홍보가 안되어서 고전했으나 이제는 예약시스템이 정착된 듯하다. 그동안 팔아 준 사람들에게 생산을 알리면 선주문 하는 것이다. 늦게 주문하면 가져갈 수 없다. 작년에도 그랬다.
올해 밤호박은 6월 25일 부터 출하될 것이라고 한다. 선주문자들에게 먼저 전달될 것이다. 밤호박 4키로 한박스에 택배비포함 3만원이고, 두 박스 8키로에 5만5천원이다. 연락처는 진금선황토농장이고 전화번호는 '010-8269-7230'이다.
밤호박은 해남 특산품이다. 왜 밤호박이라고 했을까? 문자 그대로 밤맛이 나는 호박이기 때문이다. 맛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굳이 언어로 표현한다면 '파근파근한' 맛이다. 팍팍한 느낌이 있지만 보드랍고 달콤한 맛을 말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백번 보는 것보다 한번 먹어 본 것만 못하다. 밤호박도 먹어 보아야 맛을 알 수 있다. 맛을 보면 '파근파근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맛에 대한 갈애가 있다. 한번 맛을 보면 못잊어 한다. 맛집을 찾아 먼 거리를 달려 가는 이유일 것이다. 일년 중에서 이맘 때 나오는 밤호박 맛을 역시 잊을 수 없다. 파근파근한 맛의 밤호박을 먹다가 단호박을 먹으면 싱거운 것 같다.
종종 밤호박 맛을 잊지 못해서 단호박을 사 먹는다. 단호박은 마트에서 사시사철 살 수 있는데 크기가 주먹 서너개 정도로 크다. 가격은 2천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뉴질랜드산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파근파근한 맛은 아니다. 물컹물컹하고 싱거운 맛이다.
단호박과 밤호박은 다르다. 단호박은 크고 밤호박은 작다. 가격은 크기에 반비례하는 것 같다. 친구부부의 진금선황토농장에서는 밤호박이라는 브랜드로 출시하고 있다.
단호박과 밤호박의 차이는 토질에 있다고 본다. 영양 풍부한 황토에서 생산된 것을 밤호박이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해남, 함평 등 황토지역에서 생산된 단호박을 밤호박이라고 하는 것이다.
요즘 제철 농산물이 쏟아지고 있다. 요즘 안양 남부시장에서 마늘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것을 보니 마늘철이다. 하지 때가 되면 감자철이 될 것이다. 또 하지 때가 되면 밤호박철이 될 것이다.
제철에 나오는 농산물은 어느 것이든지 약이 된다. 또 제철 농산물은 제철이 지나면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다. 특히 지역 특산품이 그렇다. 밤호박도 제철 지나면 먹을 수 없다. 단호박은 언제나 마트에서 살 수 있다. 그러나 해남 특산품 밤호박은 제철 지나면 살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어서 전형적인 제철먹거리에 해당된다.
사람들은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 매일 마트에서 먹거리를 사서 먹는다. 이런 때 지역 특산품을 팔아 준다면 귀촌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소비자는 제철 먹거리를 먹어서 좋고 생산자는 직거래해서 좋다. 파근파근한 맛의 밤호박철이 다가온다.
2021-06-1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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