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짜리 한장으로 손 맛을
가판마트에서 채소를 샀다. 양배추 큰 것 한통에 2천원, 대파 한단에 5백원, 찰토마토 12개에 3천원, 양파 큰 것으로 9개에 3천원, 애호박 3개에 천원이다. 모두 합하여 9,500원 들었다.
가판 마트는 비산사거리 이마트 맞은 편에 있다. 채소와 과일만 판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낮시간에만 장이 열린다. 가격은 대체로 저렴한 편이다.
요즘 채소철이다. 갖가지 채소가 쏟아져 나온다. 동시에 가격도 대폭 내려갔다. 대파 한단에 5백원이다. 지난 겨울에는 4,500원 하던 것이다.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먹을 만해서 찾아온다. 정보를 아는 사람들이 단골처럼 찾아온다. 낮에는 줄을 설 정도이다. 대형마트가 코 앞에 있어도 장사가 잘 되는 것 같다. 서민들을 위한 벼룩시장 개념이다.
만원짜리 한장으로 손 맛을 느꼈다. 비록 농사 지은 것은 아니지만 싼 가격에 두 손 가득 힘이 들어 갔을 때 뿌듯했다. 대형마트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주부가 다 된 듯한 느낌이다.
일인사업을 하다 보니 시간이 자유롭다. 일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더 많다. 놀 때 글도 쓰고 책도 읽고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마침내 음식만드는 취미에 이르렀다.
식재료를 사서 음식만드는 재미가 있다. 요즘 TV에서는 경쟁적으로 보여준다. 유튜브를 보고서 따라해 보기도 한다. 저녁 시간에 일찍 귀가해서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스페셜 요리를 만들어 본다. 이렇게 하다 보니 살림을 도맡아 하게 되었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마치 얼굴이 변하지 않듯이 성향이 변하지 않음을 말한다. 그러나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제행무상이라고 했다. 어느 것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이 없다. 사람도 변한다. 가족을 위해 식사준비 하는 것도 큰 변화일 것이다.
변화하고자 한다. 집에서 밥 짓고 설거지하고 청소를 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다 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보는 사람이 먼저 치우기식이다. 먼저 온 사람이 식사준비하고 나중에 온 사람이 뒷정리하는 식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은 아니다.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먼저 보는 사람이 줍는 것과 같다. 이렇게 하면 다툼이 없다. 실제로 다툼이 없다.
이전에는 치열하게 싸웠다. 사소한 감정싸움이 크다. 말꼬리를 붙들고 늘어지는 등 자존심 싸움을 했었다. 그러다 보니 사는 맛이 나지 않았다.
부부싸움에도 단계가 있다. 예전에 불교TV(BTN)에서 들은 것이다. 부부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가트만 박사는 3,000쌍을 조사했다고 한다. 분석한 결과 싸움에도 단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비난-경멸-방어-담쌓기’ 이렇게 네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예전에 올린 것을 공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난단계이다. 남자들의 경우 “당신 왜 맨날 하는 게 그 모양이야?”라고 말하거나, “하루종일 집구석에서 하는 일이 뭐가 있다고?”와 같은 비난의 말을 퍼붓는다. 이렇게 말할 때 여자들은 어떻게 말할까. 여자들의 경우 “아니 말하는 것이 당신 엄마를 꼭같이 닮았어?” 라든가 “왜 하는 것이 없어? 당신이 그러니까 애들도 나를 깔보지” 라고 받아친다는 것이다. 이것이 부부싸움에서 비난단계라 한다.
둘째, 경멸단계이다. 남자의 경우 “웃기고 있네” “그걸 말이라고 해?” 라고 말한다. 또 여성의 약한 부분, 예를 들면 정치나 사회현안에 대하여 말하였을 때 대응을 잘 못하면 “야, 그것도 모르냐?”라고 면박을 준다. 좀더 심하게 이야기하면 “머리는 뒀다가 국 꿇여 먹어?” “그런건 네가 잘 보는 TV에는 안나오디?” 와 같이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경멸하는 말을 하면 상대방은 열받기 시작한다. 여자의 경우 “지금까지 당신이 나한테 해준 것이 뭐있어?” “아니, 꼴에 남자라고” 이렇게 남자를 깔아 뭉게는 발언을 한다. 이 단계가 경멸의 단계이다.
셋째, 방어단계이다. 자기방어의 단계라고 한다. 예를 들어 여자가 “당신은 맨날 그 모양이야?” “왜 맨날 술만 먹어? 그러니까 그 모양이지”라고 공격하면, 남자들은 “내가 맨날 그랬다고 그래” “일주일에 다섯 번 밖에 안했어” 라고 말하면서 방어모드로 들어간다. 그래도 계속 비난을 하면 “당신은 그러는게 문제야” “당신은 안그랬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 방어단계이다. 이제 막판으로 가는 것이다. 여자의 경우 “당신이나 잘하셔” “그래, 나 이러는 거 이제 알았어?” “나, 원래 그런사람이야!” 라고 말하면서 대든다. 위험수위에 온 것이다.
넷째, 담쌓기단계이다. 남자의 경우 “일절만 해라, 일절만 응?” 라든가 “알았어, 됐어, 이제 그만해!” 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여자의 경우 역시 비슷한 말을 한다. “알았거든!” “됐거든!” 와 같은 말이다. 그리고 다음부터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담쌓기이다. 가장 위험수위가 높은 단계이다. 담쌓기 단계에 들어서면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감정표현을 할 수 없다. 그 다음 부터는 각자의 길로 가게 된다. 문제가 심각해지는 단계이다.
이렇게 부부싸움에는 네 단계가 있다. 오로지 세치 혀로 싸우는 부부싸움에서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 순서로 점차 높아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부부싸움에서 도끼나 칼만 들지 않았을 뿐 입으로 상대방을 난타하고 난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요즘 부부싸움 하지 않는다. 가장 큰 요인은 내가 변했기 때문이다.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상대방도 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세상을 혁명하려거든 자신부터 혁명하라고 했을 것이다.
오늘도 장을 보았다. 저녁에는 밥을 짓고 식사준비를 할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기초적인 것이다. 그러나 김치를 담거나 빨래는 하지 않는다. 설거지도 하고 청소를 하는 등 집안 일만 잘 해도 가정이 평화로워진다. 그래서 부처님은 "그대들은 서로 화합하고 서로 감사하고 다투지 않고 우유와 물처럼 조화롭게 서로 사랑스런 눈빛으로 대하며 지내기를 바란다.” (Vin.I.352, M128)라고 했다.
물과 기름은 본래 화합하지 않는다. 그러나 물과 우유는 화합한다. 사람이 함께 모여 살다 보면 다툼이 일어나기 쉽다. 승가도 그렇다. 부부사이도 그렇다. 서로 이질적인 존재들이 화합하려면 먼저 보는 사람이 먼저 치우기식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유와 물처럼 조화롭고 사랑스런 눈빛으로 지내라고 했다.
요즘은 밖에서도 살림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법회모임에서 설거지를 도와주기도 한다. 사촌모임에서도 도와주었다. 남자라고 하여 대접받으려고만 해서는 안된다. 아무 하는 일 없이 놀기만 할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 도와주어야 한다.
시대가 바뀌었다. 남자들도 장 보는 시대가 되었다. 대형마트에서 남자가 카트를 끌고 장보는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가판마트에서 장 보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늘 점심때 만원짜리 한장으로 손 맛을 느꼈다.
2021-07-13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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