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오늘 점심은 회냉면으로, 식당순례 22

담마다사 이병욱 2021. 8. 1. 14:06

오늘 점심은 회냉면으로, 식당순례 22

 


비가 내리고 있다. 이슬비 같은 가는 비이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연일 뜨거운 날에 마침 내린 소나기처럼 반갑다. 날씨도 변화무쌍함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오늘도 집을 박차고 나왔다. 아침 일찍 나올 때 월요일인줄 알았다. 요일 개념이 없는 것이다. 일년 내내 사무실에 가다 보니 주말이 없다. 일인사업자에게는 월화수목금금금인 것이다.

 


이 나이가 되어 갈 때가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집에만 있는다고 했을 때 끔찍하다. 집이 감옥처럼 느껴진다. 집을 탈출하여 갈 곳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다만 비용이 들어간다. 일감만 있으면 문제없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사무실에서 논다. 이것저것 할 것이 많다. 밀린 일도 하고 글도 쓴다. 요즘은 수행도 한다. 하루 2만원 꼴이기 때문에 풀가동해야 한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사무실 근처에서 먹기로 했다. 어디로 가야할까? 일요일이라 문 닫은 곳이 많다. 외식 할 때는 새로운 곳에 가고자 한다. 그래야 코로나19시대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닫은 곳이 많기 때문에 이전에 갔던 곳을 가지 않을 수 없다. 평양냉면집이 그렇다.

 


평양냉면집에서 왕만두를 먹은 바 있다. 일요일임에도 문을 열었다. 테이블이 불과 네 개밖에 되지 않는 작은 식당이다. 그러나 맛은 좋다. 맛집이라 하여 반드시 크고 서비스가 좋고 청결한 곳만 아님을 알 수 있다.

무더운 여름이다. 더위가 절정이다. 이런 때는 시원한 냉면만한 것이 없다. 평양식 왕만두와 냉면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서 냉면을 주문했다. 그것도 회냉면이다. 가격은 9천원이다. 비빔냉면과 물냉면 보다 천원 비싸다.

본래 5천원 이상 점심 먹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감이 없으면 대충 간단히 때운다. 구내식당에서 5천원 이하짜리를 주로 먹는다. 롯데리아 에서는 착한점심이라 하여 3,900원짜리 데리버거로 때우기도 한다. 그러나 일감이 생기면 사정은 달라진다. 잘 먹어야 힘을 쓰기 때문에 설렁탕이나 갈비탕 등 고가의 메뉴를 찾는다.

 


회냉면 맛은 어떨까? 이제까지 먹어 본 냉면 중에 최상이다. 그것은 아마 가자미로 생각되는 회가 있기 때문이다. 물컹한 것이 씹는 맛이 난다. 아마 이북식일 것이다. 특히 함흥냉면에 가자미 회냉면이 있다고 한다.

점심 값으로 9천원을 지불한 것은 크다. 그러나 코로나 시기에 영세 자영업자들을 도와 주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아깝지 않다.

70 가까이 되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맛집이다. 아마 부모가 이북사람인지 모른다. 평양식 만두와 냉면의 진수를 보는 것 같다. 코로나가 끝나면 단골이 될 것같은 예감이 든다.

일요일임에도 문을 열고 있다. 배달손님이 많은 것 같다. 코로나 시기에 두 번 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깼다. 일요일 문 닫은 곳이 많아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었다. 예외 없는 법은 없다고 하지 않은가?

2021-08-0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