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음식은 생명이다, 코19 동네식당순례 20편 평양만두국

담마다사 이병욱 2021. 6. 4. 13:12

아픈 사람에게 음식은 생명이다, 코19 동네식당순례 20편 평양만두국

 

 

참 좋은 날씨이다. 어제 비가 내렸기 때문에 오늘 이런 날씨가 될 줄 알았다. 사무실에 가만 있을 수 없다.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바깥으로 나갔다.

 

안양아트센터쪽으로 갔다. 일종의 산책코스이다. 명학공원으로 해서 한바퀴 빙 둘러보려고 했다. 그러다가 마음을 바꾸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전 11시이면 점심을 먹어도 되는 시간이다. 특히 혼밥하는 사람이 그렇다.

 

산책길이 점심식당 찾는 길로 바뀌었다. 식당을 찾다 보니 안양아트센트를 한바퀴 돌게 되었다. 크고 잘 나가는 식당을 피한다. 허름한 식당이 목표가 된다. 코로나19시기에 식당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식당을 찾아서 헤매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로 사거리 모서리에 만두집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역세권에서도 멀리 있는 곳이고, 아트센터에서도 멀리 있는 곳이고, 구청에서도 멀리 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잘 올 것 같지 않은 대로에 5평짜리 작은 식당이 있다.

 

만두집으로 목표가 정해지자 지체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만안구청에서 불과 백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길을 가다가 태극기옷을 입은 사람을 발견했다. 태극기로 옷을 만들어 입다니! 이를 태극기패션이라 해야 할까?

 

 

월드컵이 한창 일 때는 태극기가 물결을 이룬다. 태극기를 둘러 싸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태극기로 옷을 해 입은 것은 처음 보았다. 태극기를 사랑해서 그런 것일까? 태극기 부대원일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젊은 여인이 태극기로 옷을 만들어 입은 것도 하나의 패션이라 해야 할 것이다.

 

만두집에 도착했다. 간판을 보니 평양 왕만두 최박사 냉면이라고 되어 있다. 만두와 냉면 전문점인 것을 알 수 있다. 오고 가는 길에 늘 보던 집이다.

 

 

가게는 크지 않다. 다섯 평가량 되는 허름한 집이다. 지나가는 길에 늘 보았지만 한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다. 크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성이 차지 않을 것 같은 식당이다.

 

식당 밖에는 세 개의 커다란 솥이 있다. 늘 김이 모락모락 난다. 아마 만두를 찌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것 하나만 보아도 사 먹고 싶은 마음이 들어간다. 이런 것도 영업전략일까?

 

 

목표가 정해졌으니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유튜브에서 본 고독한 미식가처럼 나홀로 들어가는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지나쳤지만 처음으로 들어가 본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미안했었다. 동네장사를 하면 동네사람들이 팔아 주어야 하나 그렇게 하지 못해서 미안한 것이다.

 

식당에 들어가 보니 너무나 초라하다. 테이블은 고작 세 개밖에 되지 않는다. 식당의 반은 주방으로 되어 있다. 아마 배달전문인 것 같다. 한켠에는 배달용 도시락 스치로폴 박스가 잔뜩 쌓여 있다.

 

메뉴는 단순하다. 만두 아니면 냉면이다. 왕만두 1인분 한팩에 4천원이다. 이것은 테이크아웃용이다. 만두국이 있었다. 한그릇에 7천원한다. 아마도 평양만두가 들어가 있을 것이다. 가격도 저렴하다.

 

 

만두국이 나왔다. 커다란 냉면그릇에 담겨 있어서 겉으로 보기에 풍요롭다. 양이 많으면 만족도도 높아지는 것 같다. 문제는 질이다.

 

만두는 열 개가량 들어 있다. 이 집에서 자랑하는 평양만두일 것이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평양만두인지 물어보았다. 주인 아주머니는 무뚝뚝하게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주방과 홀에는 두 사람뿐이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주인 내외가 운영하는 것 같다. 남자는 배달도 나간다. 홀 영업하는 것보다 배달 영업에 비중을 더 두는 것 같다. 아마 오래 전부터 그렇게 해 왔을 것이다. 코로나 시기에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식당 가기를 꺼려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맛을 보았다. 육수 맛이 좋다. 무엇보다 고기가 푸짐하다. 소고기가 비교적 먹기에 적당한 양이 있다. 계란을 풀은 것도 시원해 보인다. 만두는 손바닥 반 만한 크기로 비교적 크다. 송편모양으로 길게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만두는 일반적으로 이북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북쪽사람들이 즐겨 먹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처가에 가면 명절에 늘 만두국이 나온다. 포천만두라고 해야 할까?

 

음식도 지방마다 다르다. 남쪽지방에서는 만두를 거의 먹지 않는다. 설 명절 때 떡국을 먹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서울 이북에 사는 사람들은 설 때 만두국을 먹는 것 같다. 명절 때 만두국이 빠지면 무언가 허전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인 것 같다.

 

어떻게 평양만두가 이곳 안양에까지 오게 되었을까? 무뚝뚝한 여주인에게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 다만 추측할 수 있다.

 

이북사람들이 피난 와서 터전을 잡고 살다 보니 만두국을 먹게 되었을 것이다. 후손들이 이를 상품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 맛본 만두국은 평양 오리지날 만두국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점심 한끼 잘 먹으면 마음이 풍요롭다. 먹는 것으로 인하여 만족하는 삶을 산다면 먹는 행위는 중요한 행사 중의 하나가 된다. 이렇게 본다면 먹는 것도 일상에서 중요한 일이 된다.

 

먹는 일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많은 일을 하려면 잘 먹어야 한다. 이럴 경우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 먹는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즐기기 위해서 먹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대부분 먹는 것을 즐긴다. 음식만 즐기는 것은 아니다. 술도 음식의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술도 즐긴다. 그러나 술은 몸을 지탱하게 해 주지 않는다. 술은 마시면 마실수록 비틀비틀해진다.

 

밥 먹을 때 술을 한잔 한다면 이는 즐기기 위한 식사가 된다. 즐기는 식사를 하면 이는 탐욕으로 먹는 것이 된다. 탐욕의 식사가 되었을 때 결과가 좋지 않다. 무엇보다 집중을 방해한다. 명상수행 하는데 있어서 음주는 있을 수 없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식사만 한다. 소주를 마신다거나 막걸리를 마시는 등 술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마 대부분 수행자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음식을 탐욕으로 먹으면 탈이 난다. 음식은 과업을 이루기 위하여 몸을 지탱하는 수단으로 먹어야 한다. 그래야 음식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그런데 음식은 생명의 음식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아픈 사람에게 음식은 병을 치유하는 약과도 같은 것이다. 페이스북에 ‘8인수행동체와 관련된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어느 페친(페이스북친구)저는 살기 위해 먹는 일이 수행 중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댓글을 달아 놓았다.

 

대부분 음식을 탐욕으로 먹고 분노로 먹고 어리석음으로 먹는다. 그 결과 음식은 독()이 된다. 가장 해로운 음식은 아마도 술()일 것이다.

 

수행자에게 있어서 술은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부처님이 왜 술을 마시지 말라고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도 오계에서 불음주계(不飮酒戒)로 못 박아 놓았다.

 

누군가는 음식을 즐기기 위해 먹지만 또 누군가는 살기 위해서 먹는다. 병이 난 사람에게 있어서 음식은 그야말로 보약과도 같다. 살기 위한 음식은 생명의 음식과도 같다.

 

흔히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라고 말한다. 밥 먹고 차 마시는 행위는 루틴임을 말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 있어서 밥 먹는 것은 목숨과도 관련 있다는 것이다. 음식을 먹어야 병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에게 음식은 생명이다.

 

 

2021-06-0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