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가시나무에서 고향을
호랑가시나무,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다. 고향사람들에게는 정겨운 나무이다. 나에게는 고향나무라고 볼 수 있다.
10일전 고향에 다녀왔다. 조부모와 백부모제사를 합동으로 지내기로 해서 간 것이다. 2012년 이후 해마다 6월이나 7월에 지내고 있다.
함평본가는 유년기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2012년 놀랍게도 유년기 때 보았던 호랑가시나무를 발견했다. 빈집에 천연기념물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를 가나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으로 남긴다. 고향 간 것도 기록으로 남겼다. 2012년 처음 발견한 호랑가시나무에 대해서도 블로그에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기록을 남겼다.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뒤켠에서 매우 희귀한 나무를 발견 하였다. 호랑가시나무이다. 호랑가시나무가 왜 이곳에 있을까? 형님들에게 물으니 보호용으로 키우는 것이라 한다. 일종의 보호수인 셈이다. 예전에 마을 어귀에 많이 있었으나 누군가 자꾸 채취해 감에 따라 이제 호랑가시나무가 보기 힘들어 졌고 희귀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곳에 심어 놓은 것이라 한다.”(2012-07-09)
유년시절 호랑가시나무는 마을 어디서든지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캐가는 바람에 멸종위기에 처했다.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 호랑가시나무를 뒤뜰에서 발견한 것이다.
지금으로 부터 만 9년전 발견한 호랑가시나무는 키가 작았다. 어른 키의 반 정도에 지나지 않았고 목대도 가늘었다. 천연기념물이라 누가 캐갈까 염려되었다. 올 때마다 무사한지 확인했다. 그리고 매년 사진을 찍어서 글과 함께 블로그에 기록해 두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모든 것은 무상하다. 비밀리에 자란 호랑가시나무는 이제 큰 나무가 되었다. 사람 키를 훌쩍 넘어서 2미터 이상 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 목대가 두꺼워졌다는 것이다. 두께가 어른 장딴지만하다. 이 정도면 안심이다. 누군가 캐 갈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호랑가시나무는 전남 서부 해안지역에서 볼 수 있다. 전북 부안에 자생지 군락이 있는데 북방한계라고 한다. 예전에는 고향마을에서도 자생했다고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몸에 좋다는 소문이 나고나서 부터는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호랑가시나무 잎과 열매는 한약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서양에도 호랑가시나무가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나 화환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잎이 뾰족뾰적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고향에서 발견된 호랑가시나무는 잎이 육각향 모양이다. 끝에 가시가 있다. 마치 호랑이 발바닥을 연상케 해서 호랑가시나무라고 한다.
호랑가시나무를 판매하기도 한다. 인터넷 검색해 보니 고향 것과 다르다. 크리스마스 트리용처럼 잎에 굴곡이 많다. 서양 호랑가시나무라고 볼 수 있다. 구골나무를 호랑가시나무로 속여서 파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매년 고향에 가면 호랑가시나무가 잘 있는지 확인한다. 빈 집에서 자라고 있어서 누군가 캐갈까 늘 염려했는데 이제 엄청난 크기로 자라서 안심이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비밀리에 자라는 나무를 누군가 캐 갈 수 있다.
호랑가시 나무 가지를 몇 개 잘라 왔다. 동백나무 가지도 잘라왔다. 사무실에서 수경재배하고자 한 것이다. 패트병을 반으로 잘라 물을 부어 담구어 놓었다. 싱싱한 모습이다. 뿌리가 내리길 기대해 본다. 뿌리가 나면 화분에 옮겨 심으려고 한다.
패트 병에서 호랑가시나무를 본다. 잎은 두껍고 윤기가 난다. 육각형 잎은 가시가 있다. 호랑가시나무에서 고향을 본다. 나는 호랑가시나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2021-07-1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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