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못이룬 산골짝 오두막에서
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늘 차소리만 듣고 살다가 완벽한 진공에 있는 것 같다. 잠못 드는 산골짝의 새벽이다.
좀 있으면 여명이 밝아 올 것이다. 검은 하늘 한켠이 터지면서 태고적 신령한 붉은 기운이 감돌 것이다. 나무들은 깨어나고 산도 깨어 날 것이다. 늘 이 자리에 있었던 땅도 깨어날 것이다.
나는 지나가는 나그네이다. 산골짝 이 집에 잠시 머물다 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을 것이다. 갖가지 사연을 가진 사람들, 갖가지 인생들이 거쳐 간 집이다.
이 집에 어떤 사람들이 머물렀는지 알 수 없다. 내것이 아니기에 나도 머물다 간다. 비록 하루 밤에 지나지 않지만 잠시 내것이다. 오늘 오후가 되면 또 다른 사람이 이 자리에 있게 될 것이다.
내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나의 것이라고 소유권을 주장하지만 결국 놓고 가야 한다. 산골짝 오두막은 하루밤 소유권이 있다. 이제 새벽이 되었으니 오늘 점심 이전에는 내 주어야 한다.
도시에 아파트가 있다. 주인만 바뀐디. 소유권을 주장하는 자가 잠시 머물다가 소유권을 넘겨 준다. 내것이라 하여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못도 함부로 박아서는 안된다. 나만 살 집이 아니다. 내가 떠나면 누군가 살 집이다.
산골짝 집은 오늘 하루 머물다 갈 집이다. 집 주변 나무들과 산도 하루밤 인연이다. 잠시 머물다 갈 곳이다. 훼손해서는 안된다. 처음 왔었던 대로 해놓고가야 한다. 객은 조용히 머물다 떠나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땅은 알고 있다.
이 땅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가 갔다. 나도 왔다가 간다. 하루밤 잠시 빌린 집이다. 나그네는 조용히 머물다 가야 한다. 땅이 지켜 보고 있다. 땅은 사람들이 있기도 전에 있었다.
하늘이 열리면 세상은 서서히 밝아질 것이다. 나그네는 잠못 이룬 밤을 박차고 나가 새벽을 맞이할 것이다.
창을 여니 새벽이 밝아 온다. 새소리 물소리가 들린다. 산골짝의 새벽이다. 세상이 급속히 밝아 온다.
2021-07-17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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