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이론만 있고 실천 없는 배운자의 자만

담마다사 이병욱 2021. 7. 23. 14:10

이론만 있고 실천 없는 배운자의 자만


영혼도 사기이고 업도 사기이고 윤회도 사기라고 한다. 그것도 고상한 사기라고 한다. 그러면서 현재의 삶에 충실하자고 말한다.

영혼이 사기라면 성직자는 영혼 장사하는 것이 된다. 업과 윤회가 사기라면 스님들도 장사하는 것이 된다. 더 나아가 예수도 사기꾼이 되고 부처도 사기꾼이 된다. 이런 견해는 지식인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지식인들이 세상을 이끌어 간다. 그러나 지식인들은 실천이 약하다. 머리로만 알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식인은 아는 것이 많다. 많이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별개이다. 지행합일의 지식인은 드물다.

1980
5월 광주에서 지식인은 몸을 사렸다. 총을 든 사람들은 밑바닥 인생들이 많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지식인은 이론만 있을 뿐 실천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지식인도 나름대로 역할이 있다. 직접참여는 못하더라도 후세를 위해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부채의식으로 살면서 기록을 남긴 결과 오늘날 이만큼 민주주의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어디를 가나 지식인들이 문제이다. 미얀마 위빠사나 수행센터에서 가장 적응을 못하는 그룹은 지식인들이다. 머리에 들은 것은 많아서 이런저런 질문을 해 보지만 해 보지 않은 것들이다. 이론으로만 알고 있을 뿐 실천이 따르지 않을 때 말이 많게 된다.

지금까지 겪은 지식인 중에 최악이 있다. 그는 지방 국립명문대 수학과 교수이다. 그는 불교닷컴 기고문에서 업과 윤회를 부정했다. 이런 견해는 불교지식인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다. 그는 설령 윤회가 참이라고 해도 아기가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한 쓸모 없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수학을 전공한 학자는 독특한 윤회론을 주장했다. 이른바 밈(Meme), 문화유전자를 말한다. 윤회가 있다면 문화유전이 있음을 말한다. 한 시대 사람들의 생각이 다음 세대에 전달될 때 이를 문화유전자가 전달된다고 보는 것이다.

수학자는 생물학적 유전과 문화적 유전을 주장했다. 업과 윤회는 언급하지 않는다. 과학자답게 자신의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것은 믿지 않는 것이다. 수학자 역시 살아 있는 현생에서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라고 했다.

지식인들은 많이 배운 사람들이다. 교수라면 가르치는 입장에 있다. 교수의 말에는 권위가 있다. 교수의 말은 영향력이 있다. 교수는 이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이다. 그럼에도 업과 윤회를 부정하는 교수나 지식인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초기경전을 보면 오늘날 지식인의 행태를 보는 듯한 내용이 있다. 디가니까야에서 보는 빠야시 왕자가 그랬다.

빠야시왕자는 오늘날 지식인에 해당된다. 그런 왕자에게 단멸론적 견해가 생겨났다. 보시를 하고 지계하는 삶을 살면 천상에 태어난다고 하는데 이에 의문을 가진 것이다. 경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고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D23.6)라고 표현되어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아직 죽어서 되돌아온 사람이 없음을 말한다. 죽어서 온 사람이 없기에 죽음 이후 세계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마하깟싸빠 존자는 다음과 같이 말해 주었다.


왕자여, 이처럼 그대도 그 앞서 간 카라반의 지도자처럼, 어리석고 바보 같아서 이치에 맞지 않게 저 세상을 찾으시면서 불운과 파멸에 빠질 것입니다. 그리고 들은 것은 당연히 믿어야 한다고 여긴다면, 그들도 그 마차꾼들처럼 불운과 파멸에 빠질 것입니다. 왕자여, 사견을 버리십시오. 왕자여, 나쁜 사견을 버리십시오. 그것으로 인해 오랜 세월 불익을 겪고 고통을 겪지 마십시오.”(D23.24)


허무주의적 견해를 가지면 오랜 세월 불이익과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마치 단멸론자가 내생은 없다에 내기를 걸다 낭패를 보는 것과 같다.

윤회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확률이 반반이라고 했을 때 어디에 내기를 걸어야 할까? 맛지마니까야 '논파할 수 없는 가르침에 대한 경'(M60)에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만약 저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인간은 몸이 파괴된 뒤의 자신을 안전하게 만들 것이다. 만약 저 세상이 존재한다면, 이 인간은 몸이 파괴되고 죽은 뒤에 괴로운 곳, 나쁜 곳, 타락한 곳, 지옥에 태어날 것이다. 수행자들이나 성직자들의 그러한 말이 진실이든 아니든, 차라리 저 세상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여전히 이러한 사람은 잘못된 견해를 가지고 내세가 없다고 주장하는 비도덕적인 사람으로서 현자들에 의해서 지금 여기서 비난받는다. 그러나 반대로 저 세상이 있다면, 이 사람은 양쪽에서 불운에 떨어진다. 지금 여기서 현자들에 의해 비난받고 몸이 파괴되고 죽은 뒤에 괴로운 곳, 나쁜 곳, 타락한 곳, 지옥에 태어날 것이다. 이와 같이 그는 이 논파할 수 없는 가르침을 잘못 받아들여 실천하여 한 쪽만을 충족시키고, 착하고 건전한 것을 버리고 있다.”(M60)


단멸론자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그가 믿는 대로 내생이 없다면 그의 선택은 옳을 것이다. 이 생에서 오늘 하루만 사는 것처럼 방탕하게 살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머지 반의 확률이 있다. 저 세상이 있게 된다면 악처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단멸론자는 내생이 있으나 없으나 그만일 것이다. 내생이 없으면 없어서 좋다. 내생이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수학자가 말한 것처럼 윤회가 있다고 해도 아기는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견해가 지식인들에게도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오피니언 리더라는 교수들이 이런 말을 한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지식인들은 존경받는다. 그러나 지식인들은 실천이 약하다. 결정적 순간에 내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80년 광주에서도 그랬다. 그런데 지식인들은 의심도 많다는 것이다. 자신의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은 믿지 않는다. 또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은 믿지 않는다. 업과 윤회를 믿지 않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식인들의 말을 얼마나 믿어야 할까? 학위가 있기 때문에 믿어야 할까? 권위가 있기 때문에 믿어야 할까? 분명한 사실은 해보지도 않고 머리속에서 나온 말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업과 윤회를 고상한 사기라고 했다. 그는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것일까? 부처님 가르침이 의심 나면 네 번째 선정을 체험하면 될 것이다. 네 번째 선정에서는 전생을 볼 수 있는 숙명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과 윤회를 사기라고 말한다면 부처님을 사기꾼으로 모는 것과 같다. 이론만 있고 실천이 없는 배운자의 자만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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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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