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나의 초암은 잘 덮여 있으니

담마다사 이병욱 2021. 8. 2. 08:19

나의 초암은 잘 덮여 있으니

 

 

비 오는 차분한 아침이다. 요 며칠 무척 뜨거웠다. 너무 뜨거워 저쪽 너머로 건너가기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어느 미얀마 수행센터 길 곳곳에 지붕을 만들어 놓은 것이 이해된다. 이럴 때 마침 비가 왔다.

 

급시우(及時雨)라는 말이 있다. 때 마침 내리는 반가운 비를 말한다. 어제와 오늘 내리는 비는 때 맞추어 내리는 비는 반갑고 고마운 비이다.

 

무엇이든지 적당하면 좋다. 비도 적당하게 내리길 바란다. 그러나 자연은 나의 바램대로 되지 않는다. 때로 폭우를 내린다. 온 세상이 다 떠내려갈 것처럼 엄청나게 내렸을 때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숲에서 홀로 사는 수행자는 염려 없다.

 

 

베비라 산과 빤다바 산의 동혈에

번개가 연이어 내리친다.

하지만 그 비할 데 없는 님의 아들은

산의 동혈에 들어가 선정에 든다.”(Thag.41)

 

 

베비라와 빤다바는 라자가하 시를 둘러싼 오악 중에 두 산을 지칭한다. 라자가하 오악은 베바라(Vebhāra), 베뿔라(Vepulla), 빤다바(Pandava), 깃자꾸따(gijjhakūa), 이시길리(Isigili)를 말한다. 이와 같은 오악으로 둘러쌓인 라자가하에 대하여 초기경전에서는 기립밧자(giribbaja), 산곡성(山谷城)이라고 한다. 

 

수행자는 동굴에 살고 있다. 초기경전에서 동굴은 어떤 것일까?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다. 이는 다름 아닌 열반을 상징한다.

 

열반은 체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언어로서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부처님은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그런 열반은 어떤 것일까? 무위상윳따(S43)를 보면 열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무위, 궁극, 무루, 진리, 피안, 극묘, 지극히 보기 어려운 것, 불로, 견고, 비추어봄, 볼 수 없는 것, 무희론, 적멸, 불사, 승묘, 지복, 안온, 갈애를 부숨, 아주 놀라운 것, 예전에 없었던 것, 무재난, 재난 없는 상태, 열반, 무에, 사라짐, 청정, 해탈, 무착, , 동굴, 피난처, 귀의처, 구경”(S43)

 

 

부처님은 열반에 대하여 33개의 단어로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이 중에 동굴이 들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동굴(lea)은 어떤 것일까? 주석에 따르면 열반의 상태는 모든 유해한 숲으로부터 안전하게 동굴에 피신한 상태와 같다.”라고 했다. 열반은 안전하기가 동굴같다는 것이다,

 

열반에 대하여 섬(dīpa: )이라고 묘사한 것도 눈에 띈다. 이때 섬은 부처님의 최후의 말씀에서도 볼 수 있다. 부천님은  자신을 섬으로 삼고가르침을 섬으로 삼고”(D16.54)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열반을 섬으로 비유한 것은 주석을 보면 알 수 있다. 법구경 주석을 보면 윤회의 바다는 그 지지처인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어서 그 바닥을 발견하기 힘들다. 그래서 스스로 거룩한 경지(阿羅漢果)인 섬을 만들어야 한다.”(DhpA.I.255)라고 되어 있다. 이는 북전에서 디빠를 등()으로 번역하여 자등명법등명이라고 번역한 것과 다르다.

 

섬은 윤회의 바다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열반을 섬으로 비유했다. 이는 법구경 게송에서도 확인된다. 법구경에서는 힘써 노력하고 방일하지 않고 자제하고 단련함으로써 지혜로운 님은 거센 흐름에 난파되지 않는 섬을 만들어야 하리.”(Dhp25)라고 되어 있다. 이렇게 보았을 때 디빠가 등이 아니라 섬인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왜 자신을 섬으로 삼으라고 했을까? 이는 열반과 관련이 있다. 열반을 성취하면 성자의 흐름에 들어가는데, 일곱 생 이내에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게 되어 있다. 이것 보다 더 좋은 피난처가 어디 있을까?

 

열반을 성취한 성자는 그때부터 자신을 피난처로 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을 섬으로 삼으라고 했다. 처음에는 가르침을 피난처로 삼지만 성자의 흐름에 들어 가면 그때 부터는 자신을 피난처로 삼는 것이다. 그래서 법구경에서는 자신이야말로 자신의 수호자이니 다른 누가 수호자가 되리. 자신을 잘 제어할 때 얻기 어려운 수호자를 얻는다.”(Dhp.160)라고 했다.

 

부처님은 열반에 대하여 33개의 단어로 비유했다. 그런데 33개 단어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경에서는 한결같이 탐, 진, 치의 소멸을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굴의 경우 수행승들이여, 탐욕이 소멸하고 성냄이 소멸하고 어리석음이 소멸하면 그것을 수행승들이여, 동굴이라고 한다.”(S43.41)라고 했다.

 

열반은 동굴이나 섬으로 묘사되어 있다. 비바람이 몰아 쳐도 안전하기가 동굴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윤회의 바다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섬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동굴과 섬은 수행자가 머무는 초막을 상징하기도 한다. 지붕이 잘 이어진 초막을 말한다. 비가 올 때 숲속의 해탈자는 이렇게 노래한다.

 

 

하늘이 리듬에 맞추어 비를 내리고

초암은 잘 덮여 있고 바람 없이 안락하여

마음은 잘 집중되었으니

하늘이여, 비를 내리려거든 비를 내리소서.”(Thag.51)

 

 

2021-08-0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