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근불가원정치

그 자리가 멋있어 보여서, 건달정치인을 보면

담마다사 이병욱 2021. 8. 26. 07:47

그 자리가 멋있어 보여서, 건달정치인을 보면


멋있는 사람이 있다. 가슴 설레는 사람이다. 남녀를 막론하고 잘 차려 입은 근사한 사람을 보면 마음이 동한다. 나는 멋있는 사람일까?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첫번째로 비주얼이 받추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거울을 아무리 보아도 미남은 아니다. 못 생겼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매혹적인 얼굴은 아니다.

두번째는 몸매에 자신 없다. 이 나이에남자가 무슨 몸매타령 할까?’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몸이 가늘어서 콤플렉스가 있다. 키에 비해서 체중이 너무 안 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옷을 입어도 맵시가 나지 않는다.

세번째로 지위가 없다는 것이다. 요즘 새삼스레 느끼는 것이다. 남들은 한나 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에스엔에스를 보니 시인입네’ ‘교수입네하는데 이름 앞 또는 뒤에 붙는 타이틀이 없다. 그래서 새로운 타이틀을 만들었다. “저는 블로거입니다.”라고.

건달이라는 말이 있다. 멋있어 보이는 남자를 보면 건달 이미지가 떠오른다. 새파랗게 젊은 청년이 머리에 포마드하고 올백으로 넘긴 머리가 연상된다. 단추가 양 옆에 있는 더블양복을 입고 백구두 신은 모습도 연상된다. 한마디로 멋있는 사람이다.

 


유튜브에 조폭채널이 있었다. 조폭출신이 방송한 채널을 말한다. 인천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하는데 조폭 조직원의 멋진 모습에 반해서 조폭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조폭하면 건달이미지가 떠 오른다.

건달이 잇으면 건달녀도 있을 것이다. 멋진 여자라고 볼 수 있다. 아무것도 하는 일없이 얼굴단장하고 잘 차려 입은 여인의 모습이 연상된다. 그러나 건달녀라는 말은 없다. 그대신 아가씨라는 말이 연상된다. 연극제목 아가씨와 건달들할 때 그 아가씨를 말한다.

건달은 불교용어이다. 불교 하급 천신중의 하나인 건달바에서 유래한 것이다. 건달바에서 바가 탈락하여 건달이 된 것이다. 건달의 유래가 되는 간답바(gandhabba)는 하늘의 음악가의 뜻도 있지만 향기의 뜻도 있다. 건달을 보면 올백으로 넘긴 머리에서 포마드 향기가 나는 것 같은데 건달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건달은 있어도 건달녀라는 말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건달녀와 비슷한 이미지의 하급 천신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앗차라(accharā)라고 한다. 초기경전에서는 서른셋 신들의 하늘나라에 사는 한 하늘사람이 환희의 동산에서 요정들의 시중을 받으며”(S1.11)라는 게송이 있는데, 여기서 요정은 앗차라를 말한다. 여자음악가를 앗차라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압사라라고 잘 알려져 있는데 캄보디아 앙코르왓트 부조에도 보인다. 캄보디아 전통무용을 압사라춤이라고 하는데 손놀림을 특징으로 한다.


수행자가 수행하다 죽으면 최소한 인간 이상으로 태어날 것이다. 수행하다 죽어서 간답바로 태어나면 어떻게 될까? 수행자라면 수치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건달 되려고 수행한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수행녀가 죽어서 앗차라로 태어나는 것 역시 수치로 여길 것이다.

간답바와 앗차라는 하급천신이다. 상급천신 시중이나 드는 하급신을 말한다. 인간으로 말하면 건달과 건달녀가 된다. 허우대 있는 자가 잔뜩 겉멋만 들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고먹는 자가 연상된다. 그런데 정치인 중에서도 건달 같은 정치인이 있다는 것이다. 막상 뽑아 주면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들이다. 선거운동은 열심히 한다. 그러나 당선되고 나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지위와 명예와 권력을 누리려고만 할 뿐 일을 하지 않는다. 겉멋만 잔뜩 든 건달같은 사람이다.

정치의 계절이다. 정치를 혐오하여 멀리하고 있으나 이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하지 않을 수 없다. 유권자로서 한표를 행사한다는 것은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멀리할 수 없다.

사람을 잘 뽑아아 한다. 잘못 뽑으면 건달같은 사람, 건달녀같은 사람을 뽑을 수 있다. 뽑았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멋만 부리고 있다면 분통터질 일이다.

멋있는 사람은 보기 좋다. 그러나 실속이 있어야 한다. 겉멋만 잔뜩 들은 자가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때 나라는 요즘 속된 말로 골로가게 되어 있다. 설령 바른 방향을 제시했다고 하더라도 공무원들의 농간에 놀아 났다면 일을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건달에게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은 멋있어 보인다. 대통령 자리는 더 멋있게 보일 것이다. 그 자리에 앉으면 근사해 보일 것이다. 그 자리에 있으면 멋있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건달정치인은 공무원들의 밥이 되기 쉽다. 부동산을 잡는다면서 다주택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을 편 것도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감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에게 맡기고 멋만 부렸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지자체장, 대통령은 멋 있는 자리이다. 멋만을 추구하는 자가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멋있게 보일 것이다. 선거운동은 열심히 하지만 당선되고 나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사람이다. 일은 공무원들에게 맡겨 둔다. 감독도 하지 않는다. 그 결과 개혁은 물 건너가고 반개혁적으로 된다. 그 자리가 멋있어 보여서,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멋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그 자리에 앉아 있다면 건달과 같다. 국민들 속만 탄다.

멋만 부리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특히 대통령이 그렇다. 대통령 자리는 건달이 앉아 있을 자리가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만큼은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주변에는 건달이나 건달녀같은 사람은 없을까? 멋 부리는 사람은 일단 건달이나 건달녀로 보면 될 것 같다. 에스엔에스에서도 얼굴을 내세우거나 지위를 알리는 것도 겉멋만 잔뜩 든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2021-08-2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