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근불가원

똥은 조금만 묻어도, 검사출신 국회의원 기자회견을 보고

담마다사 이병욱 2021. 9. 8. 11:40

똥은 조금만 묻어도, 검사출신 국회의원 기자회견을 보고

 

 

이러다가 정치블로거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요즘 검사출신 국회의원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 갖고 있다. 정치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관계를 유지하고자 했으나 요즘 가근(可近)’이 된 것 같다. 대체 무엇이 진실일까?

 

오늘 아침 9시 반을 기대했다. 뉴스에서 검사출신 국회의원이 기자회견한다는 소식을 듣고 유튜브로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일개 국회의원 기자회견에 대해서 이렇게 관심 갖고 지켜보는 처음 있는 일이다. 더구나 30분가량 진행된 기자들의 질의응답도 지켜 보았다.

 

기억나지 않는다.” 검사출신 국회의원이 한 말이다. 기억나지 않는 다는 말이 수도 없이 나왔다. 14개월 전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문서를 받은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검사출신 국회의원은 바빠서 100페이지나 되는 문서를 읽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작성한 문서는 기억난다고 말했다.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말이다. 그런데 KBS 9시 뉴스에서 보도한 판박이 내용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조작이라고 말한다. 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할까?

 

요즘 기억 앞에 겸손하다거나 선택적 기억이라는 말이 회자된다. 불리한 것을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모른다와 함께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나의 기억은 어떠할까?

 

기억력이 좋지 않다. 요즘 게송을 하루 한 개씩 외우고 있는데 기억력에 한계를 느낀다. 백번 천번 외워야 내것이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일상에서 일어난 일은 대부분 기억한다. 큰 사건 같은 경우는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런데 정치인의 기억력은 어떤 사건에 있어서는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것 같다.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하는 것대신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검사출신 국회의원의 말은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일까? 분명한 사실은 특정한 사건에 대하여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거짓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떳떳하다면 진실을 말할 것이다.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기 때문에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다.

 

세상은 거짓말이 난무하는 곳이 있다. 특히 법정이 그렇다. 법정에서 재판받는 자는 거짓말하기 일쑤이다. 불리한 것은 감추고 유리한 것만 드러낸다. 오죽하면 재판이 열리기 전에 진실만을 말하겠습니다.”라며 선서를 할까?

 

법정에서 거짓말은 요즘이나 옛날이나 똑같았던 것 같다. 초기경전에서도 법정에서 거짓말에 대한 것이 있다. 맛지마니까야 쌀라 마을 장자들에 대한 경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거짓말을 합니다. 법정에 불려가거나 모임에 나아가거나 친지 가운데 있거나 조합에 참여하거나 왕족 가운데 있거나 증인으로서 질문을 받아, ‘오, 이 사람아, 그대가 아는 것을 말하라.’라고 하면, 그는 모르면서도 ‘나는 안다.’고 대답하고, 알면서도 ‘나는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보지 못하면서도 ‘나는 본다.’고 말하며, 보면서도 ‘나는 보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이와 같이 그는 자신을 위하여, 혹은 타인을 위하여, 혹은 뭔가 이득을 위하여 고의로 거짓말을 합니다. (M41)

 

 

십악행 중에서 거짓말에 대한 것이다. 거짓말을 설명할 때 법정을 예로 든 것이 놀랍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예나 지금이나 부처님당시에나 법정에서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음을 말한다.

 

죄를 지었어도 모른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면 빠져 나갈 구멍이 있을 것이다. 이런 행위는 법정에서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볼 수 있다. 더구나 범죄자 다루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검사에게도 볼 수 있다. 진실을 말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다치기 때문에 모른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은폐하는 것이다.

 

검사출신 정치인의 화법을 보았다. 기자들의 질문에 요리조리 잘 피해 간다. 결정적인 질문에는 모른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는 경전에서 알면서도 ‘나는 모른다.’고 대답합니다.”(M41)에 해당된다. 이에 대하여 경전에서는그는 자신을 위하여, 혹은 타인을 위하여, 혹은 뭔가 이득을 위하여 고의로 거짓말을 합니다.(M41)라고 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바뀐 것이 없다.

 

어느 정치인은 말끝마다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체적 진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검색해 보니 법률용어로서 객관적 진실을 말한다. 누구나 인정하는 진실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번 고발장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일까?

 

온 국민들의 눈과 귀가 한사람의 기억력에 쏠려 있다. 그러나 그는 기억력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누구라도 그 정도 되는 사건이라면 기억할 수 있음에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마치 법정에서 알면서도 모른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또는 타인의 이익을 위해서 고의로 거짓말하는 것 같다. 이런 류의 사람에 대하여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수행승들이여, 누가 똥처럼 말하는 사람인가? 수행승들이여, 이 세상에 어떤 사람은 공회 가운데서나 군중가운데서나 친족 가운데서나 조합원 가운데서나 법정가운데서나 증인으로 소환되어, ‘이 사람아, 와서 자네가 말해 보게!’라고 추궁받으면, 그는 알지 못하면서도 ‘안다’고 말하거나, 알면서도 ‘알지 못한다’고 말하며, 보지 못하면서도 ‘보았다’고 말하거나, 보고서도 ‘보지 못했다’고 말하며, 자신을 위해 혹은 타인을 위해 또는 어떠한 조그마한 이익을 위해서 일부러 거짓말을 한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사람이 똥처럼 말하는 사람이다.”(A3.28)

 

 

부처님은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했다. 똥처럼 말하는 자, 꽃처럼 말하는 자, 꿀처럼 말하는 자를 말한다. 이 중에서 똥처럼 말하는 자는 알면서도 모른다고 말하고, 모르면서도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자를 말한다.

 

기억이 없다거나 모른다고 말하는 자는 거짓말하는 자이기 쉽다. 사실을 감추고 진실을 은폐하는 것이다. 구린 데가 있어서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다. 똥처럼 말하는 자이다.

 

똥에서는 악취가 난다.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어 아주 소량만 있어도 똥은 악취를 풍긴다.(A1.348) 라고 했다. 똥은 조금만 묻어도 악취가 난다는 것이다.

 

대변을 보고 난 다음 손에 똥이 조금 묻으면 악취가 난다. 똥이 팬티에 묻으면 악취 때문에 도저히 입을 수 없다. 똥은 많건 적건 간에 심한 악취가 난다. 똥이 많아도 악취가 나서 참을 수 없고, 똥이 조금만 묻어도 악취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거짓말하는 자는 똥처럼 말하는 자와 같다고 했다. 이렇게 본다면 거짓말은 똥과같은 것이다. 아주 사소한 거짓말도 똥에 묻은 것과 같아서 악취가 난다. 기자회견장에서 모른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사실을 숨기고 진실을 은폐하는 것이다. 똥 냄새 나는 말이다. 똥은 조금만 묻어도 악취가 진동한다.

 

 

2021-09-0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