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개혁은 변방으로부터

담마다사 이병욱 2021. 9. 22. 09:05

개혁은 변방에서부터

 


차례를 지내고 창동으로 향했다. 친족이 사는 곳이다. 아파트에 서니 뒤로 북한산과 도봉산이 병풍처럼 보였다. 한강조망권 프리미엄을 말하지만 이보다 못할 것이다. 이를 국립공원조망권이라 해야 할까?

 


백운과 청산이 어우러진 장쾌한 국립공원을 매일 본다는 것은 가슴 설레게 할 것 같다. 북한산 자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놀랍게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인들 상당수가 그렇게 말한다고 한다.

노인의 말에 약간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이 든 사람들 보수화는 예상된 것이다. 그런데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강하는 것이다. 야당이 여당되는 것만이 정권교체일까? 같은 당에서 사람이 바뀌는 것도 정권교체라 해야 할 것이다.

노인들은 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할까? 목소리 큰 사람이 말했을 때 영향받을 수 있다. 빅마우스의 말에 동조했을 때 여론이 그렇게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종편 영향이 큰 것 같다. 하루종일 종편만 보면 사고가 편향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유튜브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하루종일 보수 유튜브만 보고 있다면 사고가 굳어질 수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아서 그런 것일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으로는 유튜브를 보고 TV로는 종편을 보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가짜뉴스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듣도 보도 못한 싸구려 여론조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하다.

정권교체 열망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에는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생각은 종편이나 유튜브 영향도 있지만 세습정치에 대한 반발도 있는 것 같다. 노인은 이에 대하여 도봉구에서 오로지 진보진영 국회의원만 나오는 것을 예로 들었다.

도봉구에 민주화 운동하여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 있었다. 그가 사망하자 그의 부인이 이어받았다. 마치 세습하는 듯한 모습에 실망한 것 같다. 그것도 10년 이상 지속되었을 때 인물교체 열망이 있는 것 같다.

도봉구는 현실적으로 보수쪽 사람들이 되기 힘들다고 말한다. 호남출신들이 많기 때문에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인물교체에 대한 열망이 정권교체의 열망으로 투영된 것 같다.

고작 한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이것이 추석민심이다."라고 말할 수 없다. 도봉구는 호남출신도 많이 살지만 이북출신도 많이 사는 것 같다. 포천이나 철원지역 사람들을 말한다. 6.25전에는 38선 이북사람들이었다. 처가도 그런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사고가 보수화 되어 있는 것 같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이번 추석민심을 보니 대체로 진보적 시각이 우세하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물교체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노인은 윤석열 보다는 홍준표가 좋다고 했다. 내 또래 되는 사람들은 양진영으로 갈린다. 전반적으로 진보가 우세하다.

진수성찬도 매일 먹으면 식상한다. 매번 같은 인물이 국회의원으로 나와도 식상하는 것 같다. 더구나 남편대신 부인이 나와서 국회의원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무언가 변화를 바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품위와 품격만 유지하며 세월만 보내려고 한다면 식상할 것이다. 무언가 보여주는 사람을 바라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재명만한 사람은 없다고 본다.

보수야권에 의한 정권교체가 힘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진보여권에서 사람이 바뀌는 것도 정권교체에 해당된다. 변방 사람에게 정권이 넘어 가는 것도 정권교체에 해당된다. 이재명 같은 사람이다.

추석민심이라는 것이 있을까? 고작 한상에 앉아서 몇 명이서 말하는 것을 추석민심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밑바닥의 정서는 알 수 있다. 무언가 변화를 바라는 것이다. 지금과는 다른 그 무엇을 들고 나왔을 때 사람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이런 면으로 보았을 때 이재명은 돋보인다.

이재명은 흠집 있는 사람이다. 그가 비록 흠집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정책과 진정성이 있다. 그런 이재명은 중심이 아니라 변방사람이다.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 열망이 있지만 여권 내에서 사람이 바뀌는 것도 정권교체에 해당된다.

현재 정부는 보수화 되었다.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것 같기도 하다. 과감하게 개혁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중앙세력이 보수화 되었기 때문이다. 더이상 중앙에서 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개혁은 변방에서 시작된다.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민란이 일어나듯이 변화의 물결이 시작된다. 노무현도 변방출신이었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자들은 중앙이 되었다. 그리고 보수화 되었다. 더 이상 개혁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럴 때 변방에서 움직인다. 개혁에 대한 열망은 비주류가 강하다. 비주류가 힘을 키워 중앙이 되었을 때 즉, 비주류가 주류가 되었을 때 또다시 개혁은 시작된다.

개혁은 변방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재명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다. 마치 민란이 일어나듯이 지방에서 부터 개혁의 불꽃이 타올랐다. 이제 개혁의 열망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비주류가 주류가 되었을 때 정권교체는 이루어진다. 이는 정부교체가 아니다.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보다 더욱 더 강렬한 정권교체가 실현되는 것이다. 정권교체는 변방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재명이 정권을 잡으면 이재명정부도 보수화 될 것이다. 그럴 때 또다시 변방에서 민란이 일어나듯이 개혁을 열망할 것이다. 개혁을 열망하는 그룹이 세력을 얻었을 때 중앙에 진출하게 된다. 또다시 비주류가 주류가 되는 것이다. 개혁은 늘 변방에서부터 시작된다.

 


북한산과 도봉산은 백운과 함께 장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그럴 것이다. 늘 변함없는 자태를 보여 주고 있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는 이익과 불익, 명예와 불명예, 칭찬과 비난, 행복과 불행이 밥 먹듯 일어나지만 저 산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 사람들이 추석날 민심을 말하지만 흰구름만 무심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2021-09-22
담마다사 이병욱